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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않은 낙태: 잊혀진 위기

2019.03.08
  • 전세계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통한 낙태로 인해 사망, 합병증, 장애 겪어 
  • 국경없는의사회, 여성들의 고통을 줄이고자 안전한 낙태 관련 의료를 제공하는데 최선 다해
  •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도덕적 판단이 아닌,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 받을 수 있는 환경, 숙련된 전문의와의 상담, 안전한 낙태 시술 

© Patrick Farrell

전세계적으로 모성 사망의 주요 원인 5가지는 산후 출혈, 분만 합병증, 고혈압성 질환, 패혈증,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통한 낙태다. 이 중 4가지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1990년 이래 크게 줄어들었지만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통한 낙태로 인한 사망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으며, 거의 완전한 예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정의하는 안전하지 않은 방법을 통한 낙태는 필수적인 의료 기술이 부족한 사람에 의해, 또는 최소한의 의료 기준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원하지 않은 임신을 중절하는 행위이다. 낙태는 안전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 세계에서 흔히 이줘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약 4건의 임신 중 1건이 중절되고 있다.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가 2018년 발간한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낙태의 45%는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며 매년 2만 2천명 이상의 여성 및 여아가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임신 중절을 결정한 여성과 소녀들은 낙태의 안전성이나 합법성에 관계 없이 결국 낙태를 선택한다.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지역에 살고, 임신을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임신 여성과 소녀들은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의 97%는 아프리카, 중남미,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낙태로 인한 합병증을 겪고 있다. 매년 700만명의 여성 및 소녀들이 낙태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고 있으며 그 중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되거나 불임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치료는 고사하고, 병원 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낙태로 인한 합병증의 전체 실태를 파악하긴 어렵다.

 

안전하지 않은 낙태: 의료 접근의 위기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2만2천명의 낙태 후 합병증 환자들을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일부 병원에서의 경우, 임신 및 출산 시의 합병증 중 30%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원인이었다.

이 환자들은 의료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 낙태 시술을 받거나 스스로 낙태를 시도했다. 안전하지 않은 낙태 방식으로는 뾰족한 막대기를 질부터 자궁 경부, 자궁까지 삽입하는 것, 표백제 등 독성 물질을 마시는 것, 약초를 다져 만든 약을 질 내 삽입하는 것, 복부를 때리는 등 의도적으로 외상을 입히는 것, 의도적 낙상 등이 행해지고 있으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낙태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영구적 부상을 입게 된다.

“서아프리카 파견 당시 수술실에서 많은 여성 환자들을 진료하던 당시, 자궁 경부에 외상 흔적들이 있었고, 이는 막대기 등 물건을 이용해 낙태를 시도하다 입은 상처였어요.”

클레어 포더링햄 / 산부인과 의사 및 국경없는의사회 호주 사무소 산부인과 자문위원

이렇게 안전하지 않은 방식의 낙태는 중증 출혈이나 패혈증 (중증 전신 감염), 중독, 자궁 천공, 내부 장기 손상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혈을 받거나 수복 수술 또는 자궁 적출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암시장에서 구한 약물 등으로 비교적 안전한 방식의 낙태를 하는 여성들도 있으나 약물의 품질이 낮거나 정확한 복용량이 지키지 않거나 정보 부족으로 여전히 낙태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통 받게 된다. 

 

도덕적 비난과 수치심 

여성으로서 언젠가 임신을 원할 수도 있지만, 그 때가 지금이 아닐 수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콜롬비아, 그리스,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구호 활동을 하며 미혼과 기혼 여성, 이미 아이가 있는 여성,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는 소녀, 도시에 살며 교육을 받은 여성, 농촌 지역에 있는 여성들까지 포함하여 매우 다양한 여성과 소녀들이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직접 보았다. 

피임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거나 공급 문제로 피임 기구나 약물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강제로 임신을 하게 되거나 성폭력으로 임신이 되기도 한다. 배우자나 가족의 지원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경제적, 감정적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도적 위기에 처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살던 곳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낙태 시술을 받고자 하는 이들은 이미 가능한 낙태 방법들을 생각해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린 이들이다. 낙태 결심을 하기 전에 정보를 더 알아보는 여성들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역할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충분한 정보와 지원을 제공하고, 이들을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이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여성들에게 낙태 시술의 장점과 위험을 충분히 전달하고, 시술 과정 중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서도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 Patrick Farrell

법적 한계에 부딪히는 낙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태가 아직 불법이라는 점도 우려로 남아 있다. 낙태가 불법인 나라에서도 낙태 수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증거는 이미 확실하다. 오히려, 낙태가 가장 엄격하게 금지되는 곳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낙태가 이루어질 확률이 더 크다. 낙태가 합법이며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국가에서는 낙태로 인한 사망이나 장애의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

이러한 증거들을 바탕으로, 일부 국가들은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2018년 4월 법률을 수정했다. 그 이후로 모든 의료 시설은 여성의 임신이 강간이나 성폭행으로 인한 것이거나 여성이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 임신 중절 수술을 제공할 책임을 갖게 되었다. 

모잠비크도 2014년에 낙태 관련 법을 수정했다. 임신 기간이 3개월부터 최대 24주에 해당하는 여성이 특수 상황에 처한 경우에 한해 자격이 검증된 전문의가 인가된 의료 시설 내에서 낙태 시술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국민들 다수로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있으나, 모잠비크의 사례는 법이 바뀔 때 비소로 여성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건 시스템의 장벽

때문에 낙태의 자유화와 합법화는 중요한 것이지만 이것 만으로는 안전한 낙태 시술 제공을 보장하긴 어렵다. 수많은 보건 시스템이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고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잠비크의 경우 안전한 낙태에 대한 임상적 기준은 2017년에야 정립되었다. 관련 단체들의 반대와 보건 부문 종사자들의 저항, 의사 결정자들의 지식 격차가 개정법 시행의 큰 장애물이었다. 즉,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낙태 시술을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콜롬비아에서는 12년 전 대대적인 낙태의 합법화가 있었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는 항구도시인 부에나벤투라(Buenaventura)와 투마코(Tumaco)에서 안전한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안전한 방식의 낙태 시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야 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들 조차도 그것이 자신들의 책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 Patrick Farrell

 

낙태 시술 절차 간소화

임신 중절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료 행위로, 보통 정제 투약(‘약물 낙태’)이나 부분 마취를 통한 간단한 수술(수동 진공 흡입술 또는 MVA)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의 낙태는 페니실린 주사보다 위험성이 낮다. 

약물 낙태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이라는 두 가지 약물을 사용하며 총 다섯 정만을 복용하면 된다. 약물 복용은 외상을 일으키지 않고, 외래 환자들에게도 처방할 수 있어 많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낙태 방법이다.

이는 의사 없이도 의료 기술이 있는 조산사와 간호사가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동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낙태 방법이다.

여성들은 대학이나 직장에서 안 좋은 시선을 받거나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경우 도덕적 지원이 필요하기도 하다.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은 안전한 낙태 시술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이 시술 제공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관으로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중요하다. 

 

안전한 낙태를 위하여

안전한 낙태는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 패키지로, 낙태 후 합병증 관리, 안전한 임신 중절, 그리고 피임약 제공으로 이뤄진다. 각각의 요소들은 시기적으로 정확하고 일정하게 이뤄져야 하며, 숙련된 의료 전문가가 환자의 입장에 공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이는 적절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 

피임과 안전한 낙태 시술의 목표는 원치 않는 임신, 안전하지 않은 낙태, 모성 사망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적 피임법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는 것이 의도하지 않은 원치 않은 임신 발생, 낙태 또는 계획되지 않은 출산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피임만이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 지역사회뿐 아니라 보건 당국 및 다른 비 정부 보건의료 제공 단체들과 함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인도적 위기에 처해 있는 여성과 소녀들을 대상으로 피임약 사용, 낙태 후 관리, 안전한 임신 중절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언제 엄마가 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아나 파울라 드 수자 (Ana Paula de Sousa) /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조산사 

원치 않은 임신과 안전하지 않은 낙태는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인 자원이 부족하고 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겪는 국가들의 여성 및 소녀들에게 심각한 의료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는 가족, 친구들,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를 포함해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사람들까지, 보다 넓은 지역 사회가 마주한 현실이다. 인도주의 의료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이자, 자주 잊혀지는 여성들의 고통을 줄이고자 안전한 낙태를 제공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남들의 안 좋은 시선과 판단이 아닌, 그들이 낙태를 결심한 이유가 존중받고, 숙련된 전문의와 상담할 수 있으며, 안전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보건 의료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