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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부상 치료를 더 힘겹게 만드는 항생제 내성

2019.02.15

사드(가명, 46)가 침대에 앉아 창문 쪽을 바라보며 잠시 햇빛을 쬐고 있다. 방금 의료진이 와서 진료를 마치고 나간 뒤 다시 격리실에 홀로 남았다. 곧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고 이후 네 번째 수술이다. 

사드는 모술 사람이며 사드 집안은 대대로 모술에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드가 승용차를 타고 출근하려고 집 밖으로 걸어 나가던 도중 폭탄이 터졌고, 그날 이후 사드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른 때처럼 푹푹 찌고 흐린 날이었는데 느닷없이 폭발이 나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어요.”

폭발 지점이 그리 가깝지 않아 목숨은 지켰지만, 사드는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다 부서질 정도로 큰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첫 수술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다리에 내부 고정기를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회복 과정이 너무 괴로웠고 합병증도 있었어요.”

2018년 4월 국경없는의사회가 모술 동부에 수술 후 치료 시설을 열자 사드는 그곳에 입원했다. 검사 결과, 내부 고정기는 외부 고정기로 교체해야 하는 상태였고, 사드는 다제내성 감염병에 걸려 있었다.

Candida Lobes/MSF

국경없는의사회가 모술 동부에서 운영하는 수술 후 치료 시설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

이것은 사드만의 일이 아니다. 모술 동부의 국경없는의사회 수술 후 치료 시설에 입원하는 환자의 약 40% 는 다제내성 감염에 걸린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며, 항생제 내성은 이라크 전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사실 항생제 내성 감염은 이라크 및 중동 지역에서 두드러지지만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가 이라크의 중대한 공중보건 문제로 불거지는 것을 막으려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세균에 감염되면 그 세균을 죽이는 데 효과적인 항생제를 써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그 세균이 항생제에 적응하여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항생제에 적응하여 생존하는 능력을 가리켜 ‘항생제 내성’이라고 한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를 오남용할 때 일어난다. 수많은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쉽게 항생제를 살 수 있어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흔하게 나타난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항생제 내성은 사람들의 건강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다. 항생제가 효능을 잃으면 필수 의료 절차마저도 너무 위험해서 실행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항생제 내성은 폭력이나 사고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의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모술 동부에서 치료하는 환자들의 경우가 그렇다.

 

모술 동부에서 항생제 내성 퇴치하기

지난해 수술 후 치료 시설을 열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항생제 관리와 ‘감염 예방 및 통제’(IPC) 수칙을 세워 약제내성 감염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 사이에 다제내성 감염이 퍼지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_ 안 칼루워츠(An Caluwaerts) / 국경없는의사회  IPC 고문

IPC 수칙 중에는 ‘올바른 손 씻기’처럼 아주 간단한 것도 있다.

“의료 시설에서 손 위생관리는 전염 예방에 가장 중요한  IPC 수칙 중 하나입니다. 시기적절하게 손 위생관리를 실시한다면, 주변 환경이나 우리 몸 속에 존재하면서 항생제 내성을 나타내는 유기체가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_ 안 칼루워츠

‘접촉 주의’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다제내성 감염 환자는 다른 환자와 의료진에게 감염을 옮기지 않도록 일반 병동보다 개별 병실을 사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접촉 주의 수칙에는 장갑, 가운 등의 개인 보호 장비 및 환자 보호 장치를 사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병실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인 올리베라 노바코빅이 다제내성 감염으로 독방에 누워 있는 알리 모니르 (12)와 심리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정신건강, 보건홍보 활동의 중요성

병원에서 물리적으로 격리된 채 치료를 받는 약제내성 감염 환자는 심리적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다.

“’접촉 격리’ 중인 환자는 다른 환자보다 불안, 우울, 분노를 더 많이 느낍니다. 우리가 치료하는 환자 중에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분들이 많은데, 격리실에 혼자 있으면 그 일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죠.” _ 올리베라 노바코비치(Olivera Novakovic) / 국경없는의사회 모술 동부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심리학자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스태프는 환자들이 끝까지 치료를 견뎌낼 수 있도록 가까이에서 돕는다.

“현재 환자 연령과 교육 수준에 맞춰 실시하는 개별 심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심리교육입니다. 왜 접촉 격리에 들어가는지, 약제내성이 무엇인지 환자가 이해하게 되면 치료를 더 잘 받아들이거든요.” _ 올리베라 노바코비치

한편, 국경없는의사회 보건홍보 담당자들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다제내성 감염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병원에서 인식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스태프는 준비한 순서를 마치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항생제 내성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사소하게 보면 안 됩니다.” _ 카람 야신(Karam Yaseen) / 보건홍보 담당자

자료 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 비율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 우려스러울 만큼 높게 나타난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및 준의료 전문가들에게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항생제 오남용이 끼치는 심각한 영향을 이라크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이라크 보건부가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라크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부터 모술 안팎에서 활동하며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중대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2017~2018년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모술 동부, 서부에서 수많은 외상안정화지원처를 운영하고 병원 4곳에서 활동하면서 응급·집중 치료, 수술, 산부인과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8년 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폭력 및 사고 부상자를 지원하기 위해 모술 동부에 포괄적인 수술 후 치료를 제공하는 시설을 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500여 명의 스태프를 이라크에 배치해 1차·2차 의료, 임산부 및 산모 진료, 만성질환 치료, 전쟁 부상자 수술 및 재활, 정신건강 지원, 보건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지역은 아르빌, 디얄라, 니네와, 키르쿠크, 안바르, 바그다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