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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레바논: 오륭진 구호 활동가의 시 '베카의 밤'

2019.01.24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인 구호 활동가 오륭진 선생님이 현장에서 쓴 시를 보내왔습니다. 구호 활동가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공유했던 가족애의 감동을 시에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시 ‘베카의 밤’은 레바논에서의 시리아 난민 프로젝트 마지막 날 제 고별 파티 도중에 쓴 시입니다. 6개월 간 레바논 베카 밸리에서 구호활동가로 생활하며 인터넷 전화를 통해서만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숙소 근처에서 총 소리가 들리고, 지역에 채소가 다 떨어져 몇 달간 양파짱아치 외에는 못 먹는 환경에 놓일 때도 있었죠.

그래도 그 곳에서의 시간이 많이 아쉽습니다. 한 분 한 분은 다시 뵐 수는 있어도, 모두 함께 웃고 떠들고 음식을 나누는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없으니까요. 구호 현장에서는 동료들이건 아니면 우리가 마주치는 환자건 국경과 문화에 상관없이 가족처럼 변하는 기적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며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감동과 나눔을 찾을 수 있기에 구호 활동이 끝나는 날부터 베카 밸리를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또 구호 활동 가실 거에요?"라고 묻는다면 다시 가겠다고 말할 수 있는 원동력은 아마도 이 때 느꼈던 ‘나눔’의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