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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나이지리아 란 (Rann) 지역을 떠나온 수천 명…긴급 지원 필요

2019.01.18

나이지리아 북부 란(Rann)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카메룬으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너고 있다. (2019.01.15) ⓒMSF

1월 14일 나이지리아 북부 란(Rann)에서 공격이 일어난 후, 수천 명이 도시를 탈출해 카메룬 보도(Bodo)에 도착했다. 7km나 떨어진 거리를 걸어서 이동한 것이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곧바로 보도에서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의료, 물류 담당자로 구성된 팀은 현장에서 식량과 물을 배급하고, 응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팀 추산에 따르면 약 8천 명이 보도에 도착했고, 앞으로 수천 명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며칠 안에 1만5000명분의 식량, 물, 의료를 준비하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고, 란에서 목격한 일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_ 위그 로베르(Hugues Robert) / 국경없는의사회 나이지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보도에 들어온 사람 중에는 아동과 임산부, 심지어 모유 수유 중인 엄마들도 있는데, 머물 곳이 없어서 모두들 밖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란은 가옥과 대피소를 비롯해 상당 부분이 불길에 휩싸였다. 시장과 식료품점도 파괴됐다. 국경없는의사회 창고와 사무실, 조제실도 약탈과 방화를 피하지 못했다. 조제실 밖에는 빈 약통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가 현장에서 부상자 1명을 발견하고 대피시켰지만, 다른 부상자들은 이미 카메룬 근처로 떠났다.

“란 주민들은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끝없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고, 또 다시 힘든 상황을 극복해야 하니까요. 얼마나 더 그럴 수 있을까요? 무자비한 분쟁 속에 지역민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쟁 당사자들은 반드시 민간인의 안전을 지켜줘야 합니다.” _ 위그 로베르(Hugues Robert) / 국경없는의사회 나이지리아 프로그램 매니저

 

“란은 도시 전체가 묘지 같았어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이사 사디크 브왈라 (나이지라 란/2019.1.15) ⓒMSF

이사 사디크 브왈라 /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이사 사디크 브왈라(Isa Sadiq Bwala)는 란에서 이제 막 돌아왔다. 그는 지난 1월 14일 란 공격 직후 현장을 방문해 의료 필요사항을 조사했다. 란 주민 대다수는 카메룬 보도로 안전하게 피신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보도에서 의료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현장에 갔을 때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고요한 분위기였습니다. 란은 원래 번잡한 곳인데 제가 도착했을 때는 도시 전체가 묘지처럼 음산하고 조용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을 텐데, 제가 본 아이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거릴 뿐이었습니다. 처참하게 파괴된 도시를 바라보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불탄 곳이 많았습니다. 연기가 치솟는 곳도 있었고, 불길이 잡히지 않은 곳도 있더군요. 노년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온 여성 분을 만났는데, 불난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창고와 사무실, 조제실도 전부 불탔습니다. 남은 거라곤 잿더미뿐이었죠. 제가 도착했을 때, 장비를 보관하던 천막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다른 구호단체 건물도 약탈과 방화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란에 있던 우리 스태프는 모두 무사했고, 일부는 주민들과 함께 카메룬으로 떠났습니다.

현장 조사를 하던 중 총상을 입은 남자 분을 발견해 대피시켰습니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부상자가 더 있는데 다들 카메룬으로 떠난 것 같다고 합니다.

카메룬으로 향하는 긴 행렬도 봤습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있었죠. 당나귀에 짐을 싣고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짐을 든 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몇몇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남아 있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집도 없어진 마당에 이제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으니까요. 시장도 불타고, 상점의 물건도 약탈당하고, 식료품점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을 것을 구할 데가 없습니다. 식량을 집에 비축해 두지 않은 사람들은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스태프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지막 식사를 한 것이 공격 당일이었고, 그 이후로는 전혀 식량을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란에 와서 주민들과 우리 스태프를 만났더니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습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