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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피부리슈만편모충증 환자에게 희망을 전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18.12.14

피부리슈만편모충증에 감염되어 괴사된 피부. ⓒNasir Ghafoor/MSF

피부리슈만편모충증(Cutaneous leishmaniasis)은 파키스탄에서 풍토병으로 나타나는 소외 열대질환이다. 이 병은 모래파리(Sandfly)에 물렸을 때 감염되며, 고통스럽고 보기 흉한 피부 질환을 일으킨다.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목숨을 위협하지는 않으나 환자의 일상생활과 정신건강에 큰 피해를 입힌다.

2018년 5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피부리슈만편모충증 치료센터를 열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파키스탄에 여는 네 번째 치료센터이다. 개원 후로 벌써 800여 명의 환자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에 페샤와르 센터는 기존의 퀘타(2), 쿠칠락(1) 치료센터와 같이 총력을 기울여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키스탄 남부 발루치스탄 주에서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을 치료를 제공하는 가장 큰 단체다. 북부 카이베르 파크툰크와 주의 경우, 피부리슈만편모촌충 진단 및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관은 국경없는의사회의 페샤와르 진료소가 유일하다.

페샤와르 치료센터 대기실에 타지 비비(Taj Bibi)가 앉아 있다. 타지 비비 가족은 모래파리에 물린 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피부리슈만편모충증에 걸려 고통스러운 피부 질환을 앓게 되었다. ⓒNasir Ghafoor/MSF

페샤와르 치료센터 대기실에 타지 비비(Taj Bibi)가 앉아 있다. 타지 비비 가족은 모래파리에 물린 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피부리슈만편모충증에 걸려 고통스러운 피부 질환을 앓게 되었다.

“남편과 네 아들과 큰딸은 벽돌 공장에서 일하다가 모래파리에 물렸고, 저와 작은 딸 제나는 집에 있다가 물렸어요. 우리가 사는 곳은 깨끗하지도 않고 위생시설도 없어요. 그래서인지 이웃 중에도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요.” _ 타지 비비 / 피부리슈만편모충증 환자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깨끗한 식수위생 시설이 거의 없고 생활 환경이 열악한 시골에 사는 주민을 주로 공격한다. 이 병이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논의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키스탄에서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은 사람들의 낮은 인식, 훈련된 의료진 부족, 전국 단위의 유병률 데이터 부재 때문이다. 치료제는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 양이 충분치 않아서 국경없는의사회 등의 의료 기관에도 부담을 끼치며, 환자들의 건강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처음에 타지 비비에게 병명을 알려 준 의사는 파키스탄에 치료제가 없다고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지역의 공공 시설에서 약을 찾지 못하자, 타지 비비와 가족들은 암시장을 두드렸다. (다른 수많은 환자들도 그렇게 했지만 결국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센터를 찾아왔다)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은 대개 품질이 떨어지거나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효능이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지 비비 가족과 같은 사람들은 더 큰 고통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생소한 병이 일으키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환자들의 심리적 고통이다. 보기 흉한 피부 질환 때문에 환자들은 지역사회에서 소외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얼굴을 뒤덮은 흉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게 된 나빌라(11/맨 왼쪽) ⓒNasir Ghafoor/MSF

나빌라(11)는 얼굴을 뒤덮은 흉터 때문에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이를 본 부모님은 안타까운 마음에 나빌라를 더 이상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계속 조롱하고 따돌렸다는군요. 그래서 결국 학교를 그만 보내게 됐습니다.” _ 나빌라의 부친

다행히 나빌라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전에는 얼굴 위쪽이 전부 흉터였거든요. 치료를 받고 나서 그 부분이 좀 없어졌어요.” _ 나빌라의 부친

이 병에 걸린 많은 소녀들은 흉터 때문에 결혼도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병은 적잖은 신체적 고통과 금전적 어려움도 초래한다. 택시 운전사 사이푸르 칸은 극심한 통증 때문에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사이푸르는 당장 벌이가 없어도 치료를 받으면 곧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발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습니다. 모아둔 돈도 거의 바닥나 걱정입니다. 부디 빨리 회복해서 다시 일터로 돌아가 돈을 벌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_ 사이푸르 칸 / 피뷰리슈만편모충증 환자

현재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의약품은 안티몬산메글루민(meglumine antimoniate)이다. 감염 정도에 따라 20일~35일간 근육 혹은 감염 부위에 직접 약을 주입해야 한다.

흉터로부터 회복 중인 사빗(10)

사빗(10)은 1년 전 피부리슈만편모충증에 감염되었다. 현재 주사치료 중반을 지났고 별 탈 없이 회복해 나가고 있다.

“주사 맞는 건 아프지만 이렇게 하면 다시 튼튼해질 거니까 괜찮아요.” _ 사빗(10) / 피부리슈만편모충증 환자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센터에 환자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 이 지역에 피부리슈만편모충증 치료 제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십만 명의 환자 중 대다수가 치료비를 마련할 수 없으므로 막대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