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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임신하고 아이 넷을 잃었어요”… 파키스탄의 영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노력

2018.12.07

페샤와르 여성병원의 신생아실. 이곳에는 보온 장비, 심혈관 지지 장비, 그 밖에 신생아 황달 치료를 위한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여전히 획기적인 장비들이다. ⓒLaurie Bonnaud/MSF 

파키스탄은 국민 22명 중 1명이 생애 첫 1년 안에 사망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영아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여기에 사산아까지 더한다면 통계 수치는 더 심각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 주의 페샤와르, 퀘타, 차만, 티머가라, 자파라바드, 나시라바드 지역에서 모자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1년에 문을 연 페샤와르 여성병원에서는 지금까지 2만5000여 명의 여성이 새 생명을 낳았다.

“파키스탄에서 영아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주된 이유는 조산, 임신/출산 합병증, 감염입니다.” _ 카디자(Khadija) 박사 / 페샤와르 여성병원 신생아실 소아과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의학적으로 밝힐 수 있지만, 이 지역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적, 문화적 현실도 문제의 원인이 된다. 페샤와르에서 국경없는의사회를 찾아오는 환자 대다수는 지금도 의료 지원이 부족한 가난하고 외진 시골에 살고 있다. 의료비도 문제지만 의료 시설 자체가 많지 않다. 그 외에 난민(주로 아프간 출신) 혹은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출신 실향민도 있다. FATA 지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2017년 초까지 분쟁이 일어나고 정세가 불안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는 의료비와 교통비를 전혀 받지 않고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여성들이 처한 가혹하고 비위생적인 환경은 건강과 임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우선 엄마가 건강해야 합니다. 엄마 영양 상태가 나쁘면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전해 줄 수 없으니까요. 모유도 충분히 줄 수 없기 때문에 아기 건강이 나빠집니다.” _ 카디자 박사

많은 여성들은 보건 교육이나 학교 교육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자신이 25세라고 생각하고 있는 샤힌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자기가 몇 살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그런 질문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거든요. 다들 학교에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이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요.”

최근 샤힌은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지난 몇 년간 계속 아이를 낳았고 이번이 넷째 아이다. 산모들은 예방접종, 신생아 케어, 출산 직후 신체 접촉, 모유 수유 같은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병원에 와서야 전해 듣는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이야기지만 아기의 생존과 발달에는 너무도 중요한 것들이다.

“이런 건 정말 하나도 몰랐어요!”

샤힌이 이렇게 말하자 함께 있던 젊은 엄마들이 샤힌의 말에 동의한다며 대화에 참여했다.

“얼마나 좋아요. 내 아이와 살을 맞닿는 건 너무 좋은 거잖아요. 아기를 또 낳으면 그때도 그렇게 할 거예요!”

 

샤킬라(48) 의 이야기

페샤와르 여성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샤킬라와 자녀 ⓒLaurie Bonnaud/MSF

샤킬라는 페샤와르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산다. 페샤와르 여성병원의 다른 환자들처럼 샤킬라도 의료 시스템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시골에 살다 보니 집에서 출산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해 왔다.

9월 12일 샤킬라는 폐샤와르 여성병원에 와서 13번째 아기를 낳았다. 샤킬라는 지금까지 17번 임신을 했고, 그동안 아이 4명을 잃었다. 첫 아이를 낳을 때가 열세 살이었고, 지금은 7명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병원에 왔을 당시 샤킬라는 혈압이 매우 높았다. 출산을 유도하려고 집에서 복용해 온 약 때문이었다. 이런 방법은 산모와 태아에게 몹시 위험한데도 파키스탄에서는 아직까지도 이런 경우가 매우 많다.

뇌수막염에 걸린 채 태어난 샤킬라의 아기는 2주간 페샤와르 여성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는 동안 샤킬라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한 방에서 아기와 내내 함께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출생 직후에 이름을 짓지 않고 갓난아기가 집에 돌아가면 이름을 짓는 관습이 있다. 병원에서 2주를 보낸 뒤에야 아기는 ‘무자 밀샤’(Muza Milshah)라는 이름을 얻었다.

“아들이 무사히 태어나서 다행이지만 더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이 전부 무자 크기로 태어났고 저는 이제 너무 약해졌어요. 아들들은 전부 저와 함께 살고 있고 딸아이들은 결혼했어요. 잘 아시다시피 남자들은 집에서 손도 까딱 안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