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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펀드’ 지원 종료로 위험에 처한 HIV • 결핵 치료

2018.11.16

‘글로벌 펀드’ 지원 종료로 위험에 처한 HIV • 결핵 치료
국경없는의사회, 의약품 재고 고갈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글로벌 펀드’에 시급한 정책 변경 촉구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금 '글로벌 펀드'(Global Fund) 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국경없는의사회는 글로벌 펀드 지원이 종료되는 국가들에 대한 정책 및 관행을 시급히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존 정책들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는 중대 의약품 고갈 및 품질 문제가 일어날 위험이 높다. 글로벌 펀드 지원 속에 그동안 HIV, 결핵 치료를 받아 온 사람들은 지원 종료 후, 치료가 중단되거나 품질을 알 수 없는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위험에 부딪치게 되었다. 또한 이 국가들은 전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약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글로벌 펀드 지원이 곧 끊기는 국가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펀드는 그보다 더 소득이 낮은 국가들까지도 주요 의료품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의약품 조달에 생기는 어려움이나 각국의 재정 역량을 정확히 평가하지 않을 때, 혹은 치료제 접근성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위기 완화 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기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글로벌 펀드가 서둘러 지원을 축소하면서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품질을 알 수 없는 약을 쓰거나 약 자체가 부족해 HIV와 결핵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처한 위험을 해소하지 못하고 이렇게 각국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다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2대 감염병에 맞서 인류가 근 20년간 거둔 성과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_ 엘스 토릴(Els Torreele)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총괄 디렉터

지난 16여 년간 글로벌 펀드는 HIV, 결핵 치료 물품을 일괄적으로 대량 구입해 약품의 적정 가격을 유지하고, 여러 공급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었다. 또한 글로벌 펀드는 구입하는 모든 의약품이 세계보건기구(WHO) 준인증(Prequalification) 자격을 취득하거나 의약규제당국의 엄격한 심사에 통과하도록 요구함으로써 환자들이 양질의 의약품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

각국의 결핵약 확보를 돕고 있는 국제의약품기구(Global Drug Facility, GDF)는 그동안 글로벌 펀드 정책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문서화해 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15개국에서는 결핵약 재고 고갈 사태가 나타났다. 그 외 29개국은 품질을 알 수 없는 결핵약을 구매했고, 21개국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의 결핵약과 검사 도구를 구매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구호 활동 현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을 목격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제약회사들이 의약품을 등록하지 않아 결핵약이 고갈되었다. 인도에서도 양질의 의약품을 공급할 업체가 부족해 소아과 HIV 의약품이 바닥났다. 기니는 글로벌 펀드와 함께 재정공동지원(co-financing) 방식을 택했으나 기니 정부가 이를 감당치 못해 HIV 의약품 공급이 불안정했다.

“의약품 고갈 사태가 더 많이 발생할까 봐 상당히 우려됩니다. 그렇게 되면 치료가 중단되거나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펀드는 잠시 멈춰 서서 관련 국가들과 정책 수립 당사자들과 협력하여 해결책을 찾았으면 합니다.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고갈 사례들을 헤아려 보면 글로벌 펀드의 지원 종료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_ 그렉 엘더(Greg Elder) 박사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의료 코디네이터

의약품 고갈과 품질 저하 문제를 막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재정 공동지원이 늘어나는 국가와 곧 글로벌 펀드 지원이 끝나는 국가의 위기, 대응 평가를 조속히 실행할 것을 글로벌 펀드 이사회와 사무국에 요청했다. 지원 종료와 재정 공동지원 대상 국가들은 앞으로도 글로벌 펀드를 통해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허가하거나, 의약품 공동조달 메커니즘을 통해 양질의 의약품을 적정 가격에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력 향상에 따라 글로벌 펀드 지원이 끊기는 국가들은 국내법을 조정해 세계 의약품 시장에 발맞추고 자국의 품질 보증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의약품 고갈 및 품질 문제 예방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글로벌 펀드의 기금 지원 주체들입니다. 충분한 기금을 지원해 HIV, 결핵 퇴치를 위한 노력을 이어 가야 합니다.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양질의 의약품과 검사도구를 적정 가격에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결핵약 고갈과 품질 저하 문제로 피해 입은 사람이 벌써 수십만 명에 달합니다. HIV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다른 여러 국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지 않는다면 수백만 명에게 그 여파가 미칠 것입니다.” _ 엘스 토릴(Els Torreele)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총괄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