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는 사람, 그리고 신뢰의 문제입니다”

2018.10.22

Carl Theunis/MSF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 힐데 드 클러크

힐데 드 클러크(Hilde De Clerk)는 국경없는의사회 안에서도 에볼라 대응 경험이 가장 많은 의사 중 한 명이다. 지난 10여 년간 에볼라 등 유행병 창궐에 대응해 온 힐데는 최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북부 키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북부 키부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통제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바이러스 접촉자를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새 치료제들이 존재하지만, 이를 활용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힐데의 의견이다.

우리는 환자들에게 약을 제공할 때, 다양한 약의 이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약의 효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부작용도 잘 설명해 주지만, 그 약에 관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험도 말해 주죠. 이렇게 전달한 사항을 환자와 가족들이 잘 이해하고 동의하는지 늘 확인합니다. 때로는 환자들의 강인함과 굳센 의지를 보며 놀라기도 합니다. 병세가 깊어 몹시 지친 여성 분께 치료제 설명을 해 드렸더니,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켜 세워 앉더니 동의서에 서명을 하시더군요. 자신의 의지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현실적인 태도

유망해 보이는 분자 5개를 찾았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현실적인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이 시험 의약품들이 에볼라 환자를 치료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하나도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내디딘 것만은 분명하죠. 잠재적으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치료제들을 에볼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결정할 임상시험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겁니다. 언론, 심지어 의료진 중에도 이제 효과적인 치료제가 생겼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엄격한 프로토콜

이 치료제들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직 정식으로 등록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엄격한 프로토콜에 따라 투여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사실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호복을 착용하기 때문에 조심해서 천천히 다녀야 하고 병동에서 많은 환자를 보기도 어렵습니다. 환자 체온과 같은 의료사항도 하나하나 체크해야 합니다. 환자들이 잘 먹는지, 잘 마시는지, 증상 치료는 잘 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서 의료 기록을 갱신해야 합니다. 전염병 발생 초기에 이 모든 일을 관리하기란 매우 힘듭니다. 간호사와 위생 직원도 많이 필요합니다. 대다수가 에볼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우선 모두를 교육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재 체계적으로 치료제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Carl Theunis/MSF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이 망기나 지역 내 에볼라 치료센터 고위험 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뢰 쌓기

정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에볼라 대응 활동은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요. 환자 가족들과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전염 사슬을 끊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환자 가족들은 언제든 우리에게 전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환자 가족들이 에볼라 치료센터에 방문해 환자가 받는 치료를 직접 보게 하고, 자주 센터를 방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환자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들것에 태워 방문 구역으로 데리고 옵니다. 최대한 인간적인 태도로 일해야 합니다. 사소한 것에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전염병 발생 초기에는 에볼라 치료센터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 때문에 신뢰 쌓기가 어렵습니다. 치료센터에서 오히려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어납니다. 서양인 혹은 외부 사람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죠. 장기나 혈액을 훔쳐 간다고도 하고, 일부러 그 지역에 병을 가져와 퍼뜨렸다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주술이나 마법 때문에 감염병이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이런 분위기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보건 홍보 활동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서 병에 관해 설명해 주는 거죠. 병이 어떻게 전염되는지, 어떻게 다스리고 예방할 수 있는지 잘 알려 줘야 합니다. 정직하고 인간적인 태도로 다가가야 합니다.

전염병 통제가 잘 이루어져 감염자가 줄어들면 치료할 환자 수가 적어집니다. 그러면 환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결국 지역사회에서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물론 치료가 잘 진행되면 목숨을 잃는 환자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히 신뢰도 쌓이죠.

 

사람의 온기를 담아

민주콩고에서도 이 지역 사람들은 많이 돌아다니는 편입니다. 그러한 이동을 잘 이해해야 바이러스 이동 경로를 알 수 있습니다. 환자 가족들을 잘 살펴야 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의료 지원을 받는지, 사회적 네트워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잘 알아야 합니다. 에볼라를 이해하려면 사람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에볼라 유행 양상이 변하면 우리도 변해야 합니다. 융통성을 발휘하면서, 병보다 한 걸음 앞서야 합니다.

이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훌륭한 보건 홍보단원들이 있어야 하고, 에볼라를 잘 아는 훌륭한 역학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일은 단순히 자료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합니다. 저는 사례 조사서를 작성할 때 서류 곳곳 여백에 빼곡히 추가 정보들을 기입합니다. 새 의료 도구가 생기면 분석 결과도 더 정교해지겠지만, 여기에 인간적인 통찰력까지 동원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므로 늘 사람을 중심에 두고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