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접근성 개선으로 말라리아, 영양실조 환자가 급증한 보상고아 병원

2018.10.18

Elisa Fourt/MSF

보상고아 병원 치료식 센터에서 영양실조 아이들을 진찰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파페잇 (Pafait).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북서쪽 우함 주에 위치한 보상고아 대학병원 영양지원실. 아나사지 페쿠주나(Annassagie Fekujuna)가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아나사지 얼굴의 잔잔한 미소와는 대조적으로 병동은 중증 영양실조 아동 환자들로 붐빈다. 아나사지 품에 안겨 있는 주베날(Juvenal)도 같은 처지다. 아나사지는 아들을 위해 날마다 여기서 우유를 배급받는다.

우함 주를 포함한 여러 지역은 수년째 영양실조를 겪어 왔다. 최근 들어 영양실조 합병증 환자들의 입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병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1월~8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합병증을 앓고 있는 중증 영양실조 환자 721명을 치료했는데, 이는 2017년도 전체 치료 환자(671명)보다 높은 수치다.

“환자 수가 이렇게 늘어났다는 것은 의료 시설까지 접근하기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도 지역사회에 찾아가 환자를 찾아내 병원까지 이송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_ 힐레어 두툼바이(Hilaire Doutoumbay)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치안 불안, 식량 부족, 먼 거리

이렇게 많은 중증 영양실조 환자가 생겨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중아공에서는 만성적인 치안 불안 때문에 사람들이 계속 피난을 떠나야 했다. 게다가 현재 중아공 대다수 지역은 식량이 부족하고 제대로 운영되는 의료 시설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곳이 있다고 해도 외진 지역 사람들은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해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2018년 9월에는 병상이 45개인 영양지원실에서 무려 80여 명이 치료를 받았다.

“상황에 대응하려고 천막도 세우고 의료진도 더 고용했습니다. 제가 2013년부터 이 병원에서 일해 왔는데 이렇게 환자가 많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_ 힐레어 두툼바이(Hilaire Doutoumbay)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기욤 벨로수(Guillaume Belossou)의 아들 오스카(Oscar)도 중증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 기욤은 이렇게 말했다.

“먼저 동네 보건소에 갔는데 거기서는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어요.” 

기욤은 오스카를 데리고 마르쿤다(Markounda) 인근 마을에서 병원까지 100킬로가 넘는 거리를 걸어왔다. 기욤은 오스카를 데리고 병원까지 온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들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걸 잘 압니다. 우리가 먹는 거라곤 카사바밖에 없으니까요. 아이가 열두 명이나 있는데 아내가 2주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오스카를 살리려고 여기까지 오느라 다른 아이들을 다 두고 왔네요. 오스카가 꼭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다 신의 뜻에 맡겨야겠죠.”

Elisa Fourt/MSF

잠을 자고 있는 아기 소포니 (Sophonie).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보상고아 병원에 3주 전 도착했다. 

의료 시설까지의 먼 거리는 보상고아의 수많은 아동이 중증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응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해 매달 200여 명의 중증 아동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 서비스가 없다면 많은 아동이 결코 병원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역민 대다수가 교통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옆방에서는 지나스(Ginasse)라는 어린 아동이 우유를 마시고 있다. 할머니 마리에 음보라 코메세(Marie Mbora Koméssé)는 가만히 손자를 바라본다. 지나스는 거의 2주 전에 병원에 왔으나 상태가 너무 심각해 회복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마리에가 지나스 머리에 손을 얹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 와서 보니까 지나스 다리의 피부가 벗겨지고 있더라고요. 너무 아파서 아이가 많이 울었습니다. 정말 이 아이를 살리고 싶었어요.”

“계속되는 분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몇 번씩이나 살던 곳에서 떠나야 했고, 의료 시설을 찾아갈 여력도 없었고, 어떤 가족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지내 왔습니다. 치안이 불안해서 사람들은 집 밖을 나서기조차 두려워합니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보건소가 훼손되거나 무너졌습니다. 대도시에 살지 않으면 의료 서비스를 받기가 매우 힘듭니다. 때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게 쉽지가 않죠. 그래서 병원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_ 나타나엘 몸바(Nathanaël Momba) /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감독

말라리아와 영양실조가 빚어내는 악순환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매년 우기가 시작되면 말라리아 환자 수가 늘어납니다. 경미한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태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몸이 급격히 약해져 급성 영양실조 상태가 되고 맙니다. 악순환이죠. 이 지역에서 그런 심각한 상태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은 이곳뿐입니다. 여기 말고는 갈 데가 없는 거죠.” _ 나타나엘 몸바(Nathanaël Momba) / 국경없는의사회 간호 감독 

말라리아는 중아공에서 흔한 병이다 보니 사람들은 말라리아의 끔찍한 영향을 소홀히 여길 때도 있다. 생후 18개월 된 테렌스(Therence)는 네 번이나 말라리아 진단을 받았다. 테렌스의 부모는 어서 아들이 깨어나기 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테렌스는 닷새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고, 지금 몹시 지쳐 있어요. 아내와 저도 말라리아에 걸려 본 적이 많아서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거든요. 아이가 이렇게 아픈 게 처음이라서 낫지 못하면 어쩌나 겁이 납니다.” _ 테렌스 아버지

Elisa Fourt/MSF

보상고아 소아과 병동에서 말라리아 치료를 받고 있는 테렌스와 아이의 부모 메다, 마투리

소아과 병동과 집중치료실도 영양지원실과 상황은 비슷하다. 병동마다 말라리아에 걸린 어린 아동으로 가득하다. 2018년 1월~8월, 이곳 소아과 병동에서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무려 49%나 많은 말라리아 환자를 치료했다. 검사받은 환자의 78%가 말라리아에 감염된 상태였고, 총 13만8697명이 말라리아 치료를 받았다.

집중치료실에서는 저메인(Germaine)이 생후 6개월 된 쌍둥이 아들 디우 멕시(Dieu Merci), 디우 베니(Dieu Bénit)를 바라보고 있다. 두 아들에게 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메인은 우선 보길라에서 운영되던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말라리아 진료소를 찾아갔다. 저메인은 그때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 놀라지는 않았어요. 어떤 증상인지 잘 아니까요. 둘 다 몸을 덜덜 떠는데 손을 얹어 보면 보통 때보다 열이 높더라고요. 좀더 일찍 알아채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에요.”

최근 국경없는의사회는 새로 생긴 실향민 캠프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현장에 여러 보건지소와 이동 말라리아 진료소를 열었다. 

“이 나라에서는 무기보다 말라리아에 죽는 아동이 더 많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의 의료 격차를 메우고 의료 시설까지의 거리를 줄이면서 계속 영양실조, 말라리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할 일들이 많습니다. 주민들은 지금도 식량과 의료가 부족하고, 아팠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중아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모든 것이 폭력사태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분쟁의 또 다른 결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의료 접근성 부족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사실 중아공에서는 총보다 말라리아나 영양실조에 죽는 아동이 훨씬 많으니까요.” _ 힐레어 두툼바이(Hilaire Doutoumbay) /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국경없는의사회의 보상고아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부터 중아공 보건부와 함께 보상고아 병원의 소아과, 영양지원실, 집중치료실, 입원병동, 산부인과 병동, 외과 병동 등을 관리해 왔다. 이와 함께 병원 환자들에게는 정신건강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나나 바카사 북부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소 1곳을 비롯해 벤잠베, 쿠키, 보와예 등지의 보건지소를 지원한다. 보길라에서는 보건소 1곳을 비롯해 시도, 보아야, 마르쿤다 등지의 보건지소를 지원해 이동 진료, 성 • 생식 보건, 예방접종, 말라리아 치료를 제공한다. 2018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아공 곳곳에서 말라리아 환자 11만2052명을 치료하고, 영양실조 아동 환자 1246명을 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