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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주민 쉼터 La 72의 72시간

2018.06.25

Juan Carlos Tomasi

이주민들은 난민 쉼터에서 루트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멕시코로 갈 방법을 찾기도 한다.

월요일 아침. 멕시코 남부에서 과테말라 국경에 가까운 테노시케 변두리의 이주민 • 난민 쉼터 La 72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6시 반쯤 일어나 대청소를 하고 8시까지 각자 준비 시간을 갖는다. 8시부터 8시 반까지는 아침 식사 시간이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정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다.

안뜰의 둥근 의자에 엘살바도르에서 온 아브라함(40세)이 앉아 있다. 아브라함은 18살 때부터 살아온 미국에서 최근 추방당했다. 그는 엘살바도르 시민이 미국에서 추방당하면 얼마나 무력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 설명해 주었다.

아브라함은 엘살바도르 고향 동네보다 텍사스 휴스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1998년부터 휴스턴 손재 건축 회사에서 일해 왔기 때문이다. 어머니, 삼촌들, 이모들, 사촌들, 그리고 두 딸(16살, 14살)에 이르기까지 가족들도 휴스턴에 더 많다. 두 딸은 모두 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브라함은 심각한 교통 위반에 연루된 아브라함의 친척을 찾으러 온 경찰에게 체포되었다. 경찰은 결국 아브라함의 집까지 찾아가 서류를 요구했다. 머지않아 추방 명령이 떨어졌고, 아브라함은 12월 후반에 또 다른 엘살바도르인 150명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전혀 내 나라라고 생각지 않는 나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동네에서는 그곳 출신이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할 때도 있습니다. 늘 사람들의 통제를 받죠. 경찰은 ‘클리카스’(범죄 조직)와 결탁한 것 같습니다. 클리카스 일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휘어잡습니다. 도착한 뒤 며칠 후에 전화를 받았는데 그들이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우리 가족이 미국 어디에 있고, 제가 거기 얼마나 있었는지도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게 24시간 안에 2,500달러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브라함은 전화를 끊자마자 길을 떠났다. 더 이상 그의 목표는 미국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다.

“저는 미국에 못 들어갑니다. 차라리 여기서 망명 신청을 하는 편이 낫죠. 우선 이곳에서 타코 장사를 시작하고 5년 뒤 첫째 딸이 21살이 되면 당국에 가족과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할까 합니다. 제 딸은 합법적인 미국 시민이니까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던 아브라함은 범죄 조직에게 잡힐까 봐 남쪽으로도 못 가고, 또 다시 추방당할 위험이 있어 북쪽으로도 못 간다며 이내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가 그의 마지막 목적지인 것이다.

 

더 이상 멕시코는 한번 지나쳐 가는 지점이 아니다

멕시코는 수천 명의 중미 사람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목적지다. 이들의 목적은 미국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고향이라 부를 수 없는 땅을 탈출하는 것이다. La 72 쉼터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사회복지사 카렌 마르티네스(Karen Martínez)는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멕시코는 한번 지나쳐 가는 나라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국을 떠나는 건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탈출을 하려면 집이나 농지를 팔거나 친척들에게 사정을 해서 여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위험한 곳에서 벗어나 이곳 멕시코에 머무는 것입니다.”

북쪽으로 이동하는 이주민들에게 있어 La 72와 같은 쉼터는 작은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여기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필요한 정보도 얻고, 인터넷이나 전화를 사용해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La 72는 열차 선로에 가까워, 버스비가 없는 사람들은 멕시코를 더 빨리 지나기 위해 열차에 매달려 가기도 한다. (물론 이 방법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 열차를 타면 멕시코시티 • 몬테레이, 그 밖에 가족과 친지를 찾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가게 된다. 여전히 미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열차를 타면 목적지에 좀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온두라스에서 온 알렉스(29세)는 목발을 짚고 다닌다. 오늘 알렉스는 유난히 긴장돼 보인다. 아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스의 아내는 곧 과테말라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들어올 것이다. 알렉스는 목발을 짚게 된 사연을 이렇게 말했다.

“기차 옆에 매달려서 가고 있었습니다. 검문소가 하나 나왔는데 경비원들이 우릴 떨어뜨리려고 돌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겨우겨우 매달려 있었는데 미처 나뭇가지를 피하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알렉스는 이주 루트를 잘 아는 베테랑이다. 네 번이나 북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2014년에는 ‘로스 제타스’(Loz Zetas)라는 범죄 조직이 두려워 이동을 멈췄다고 했다.

“저는 산 루이스포토시에 있었습니다. 15명이 같이 있었는데 그들이 우릴 전부 붙잡아 구타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죽이려고 제 몸을 강력 접착제로 선로에 붙여 놓고는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카르텔 조직 로스 제타스는 2010년 타마울리파스의 산 페르난도에서 이주민 72명을 살해했던 장본인이다. 이주 루트를 장악하려던 카르텔 사이의 경쟁이 초래한 일이었다. 이후 수년간 타마울리파스의 공동 묘지 47곳에서 193구가 넘는 시신이 발견됐다.

프란치스코회가 테노시케에서 운영하는 쉼터 이름이 La 72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La 72라는 이름은 이주 루트에서 이주민들이 겪는 폭력을 상기시키고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폭력을 피해 고국에서 도망쳤는데 폭력이 그들을 계속 따라온다.

Juan Carlos Tomasi

La 72 쉼터에서는 의료 치료, 심리 상담, 정보 전달 세션이 진행된다

아침 9시, La 72 쉼터 문이 열렸다. 서류를 준비하러 가는 사람, 뭔가를 사러 가는 사람, 영사관 관계자를 만나러 가는 사람, 시내로 가는 사람 등 다들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다수는 쉼터에 머물면서 전화를 기다리거나 인터넷을 활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심리학자를 만나 상담을 받기도 하고, 국경없는의사회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도 한다. 쉼터 자원봉사자들에게 이것저것 정보를 듣는 사람들도 있다. 알렉스는 부디 아내가 무사히 국경을 건너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내와 두 아이가 머물렀던 과테말라 쪽 쉼터 관계자가 동행해줬으면 좋겠고, 멕시코 쪽 쉼터 관계자들이 이들을 찾으러 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알렉스는 갖가지 말을 들었다.

“굉장히 위험한 곳이에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여자들은 강간을 당한다고 하더라고요. 제 아내는 25살이고 제 딸들은 8살, 6살이에요.”

자녀 5명을 둔 온두라스 출신 여성 과달루페도 La 72에 머물고 있다. 과달루페는 과테말라와 멕시코 사이의 테노시케 국경에서 위험한 일을 당했다. 과달루페는 폭력적인 사람이었던 남편과 별거 중이다. 과달루페는 범죄 조직들이 14살 된 아들을 “지켜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챈 이후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과달루페는 아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줍음 많고 겸손했던 제 아들이 갑자기 반항아로 변했더라고요. 알고 보니 범죄 조직원 18명이 아들에게 경비를 서라고 했나 봐요.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떠난 거예요.”

해질녘, 과달루페 가족은 걸어서 과테말라 국경을 건너 멕시코로 들어왔다.

“큰 아이 셋이 앞서서 갔고 저는 8살, 5살 아이 둘을 데리고 뒤따라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앞에 남자 3명이 나타났어요. 그중 한 남자가 제 딸에게 손을 대는 거예요. 저는 무릎을 꿇고 제발 내 딸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빌었어요. 그러자 그들은 제 머리채를 잡더니 저를 한쪽으로 데려갔어요. 결국 저는…두 남자에게 입으로 그걸 해줘야 했어요. 제일 비참했던 건 그런 제 모습을 제 아이들이 앞에서 봤다는 거예요.”

La 72에 온 뒤로 과달루페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생각이 없어졌다. 테노시케에 머물면서 다른 이주민과 여성들을 도울 생각이다.

Juan Carlos Tomasi

La 72 쉼터 마당에 여성 이주민들이 둘러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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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오전, 요리 수업이 시작됐다. 새로 온 사람들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이주를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치고, 이런저런 계획도 세우고,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아직 테노시케로 떠난 건 아니다. 좀더 돈을 모아야 한다. 어른들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뭐든 가지고 놀고, 말썽도 부리고, 계속 자기를 봐달라고 아우성이기 때문이다.
La 72 쉼터장 라몬 마르케스(Ramón Márquez)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달간 특히 눈에 띈 것은 온가족이 도망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이주민 • 난민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고 이들이 취약하다 보니 이렇게 온가족이 함께 떠나는 경우가 늘어난 거죠. 젊은 남성들을 겨냥했던 폭력도 한몫을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캔디 헤르난데즈(Candy Hernandez)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하는 의료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이동하다가 생길 수 있는 부상들을 주로 봅니다. 피부 염증, 탈수, 고열 같은 증상들이죠. 하지만 이동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범죄 조직의 끔찍한 폭력의 결과도 봅니다. 마체테(벌목 칼) 공격, 구타, 성폭력 등으로 인한 부상들 말입니다. 정말이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오후 1시, 청소 시간이다. 쉼터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머물고 있다. (La 72의 공식 수용 인원은 250명이다) 쉼터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센터 관리를 맡고 있는 프레이 토마스(Fray Tomás)는 채소밭에 가서 사람들에게 줄 것들을 챙겨온다. 쉼터를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또 들어온다. 오후 2시경, 점심식사를 위해 사람들이 차분히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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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 점심식사 후 여러 활동이 시작되고 교대로 빨래도 한다. 사람들은 가만히 기다렸다가 자기 이름이 불리면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기로 달려가 낯익은 목소리를 듣는다. 뜨거운 해가 지고 나면 쉼터 옆에 있는 공터에 나가 축구를 한다. 지역민 팀과 이주민 팀이 맞붙는다.

언뜻 보면 이주민 • 난민 그룹과 테노시케 지역민 사이에 전혀 긴장이 없어 보이지만, 마르케즈는 이주민 • 난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마르케즈는 이렇게 덧붙였다.

“멕시코 같은 나라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고, 각종 자원과 훈련된 직원도 없습니다. 폭력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이 멕시코 거리에서 또 다시 폭력을 당하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전략도 없는 상황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미에서 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주 정책을 강화한 결과로 나타나는 일들을 경고한다. 이주 정책을 엄격하게 조인 결과, 미국과 멕시코는 미국에 도착해서가 아니라 오직 멕시코에서만 망명 신청을 하도록 하는 협정을 맺으려는 듯하다. 이는 국제법상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경없는의사회 멕시코 현장 책임자 버트렌드 로시에르(Bertrand Rossier)는 이렇게 말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온두라스 • 과테말라 • 엘살바도르 출신 이주민 10만 여명이 미국 망명 신청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멕시코는 그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아닙니다. 폭력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과 보호를 해줄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런 곳에 이주민이 머물러 있도록 강요하는 것은 그들에게 더 큰 폭력을 가하는 것입니다.”
마을로 나갔던 사람들이 La 72로 속속 돌아온다. 축구 경기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쉼터에 새로 온 이주민들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국경을 넘어 온 뒤에도 이렇게 안전하게 머물 수 있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다. 등록을 마치고 나면 이들도 쉼터의 일상에 합류할 것이다. 저녁 7시 반에 저녁이 준비되었고, 밤 9시가 되자 쉼터 사람들은 자리에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