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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전쟁으로 지친 남수단 사람들, 응급 의료 찾아 에티오피아로

2018.03.28

푸그니도 캠프에서 은야왈 비엔(24세)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에게 검진을 받고 있다. ⓒZACHARIAS ABUBEKER

2013년 12월에 시작된 남수단 분쟁으로 200만여 명의 남수단 사람들이 집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에티오피아 감벨라 난민캠프는 남수단 동부 주민들에게 최적의 피난처를 제공한다.

셋째 아이 치료를 위해 쿨레 난민캠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를 찾은 사라(20세)는 이렇게 설명했다.

“온 식구가 8일 동안 꼬박 걸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식량도 없고 기르던 가축도 없었기 때문에 옷가지를 전부 내다팔아 우유를 사서 그걸로 버텼죠.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도 구하고 아이들 교육도 시킬 수 있겠단 생각에 에티오피아로 오게 됐어요. 여기서 계속 살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남수단으로 돌아갈 계획이에요.”

지난해 남수단 동부에서 교전이 벌어진 이후, 남수단 난민들에게 있어 남수단으로 아예 돌아간다는 것은 그저 꿈만 같은 이야기다. 2017년 한 해만 해도 무려 10만 명이 피신처를 찾아 국경을 넘었다. 현재 에티오피아는 43만5000여 명의 남수단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데 이는 에티오피아 역사상 최대 규모다.

쿨레·티에르키디 캠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바트 바르도크(Bart Bardok)는 이렇게 말했다.

매주 수백 명이 걸어서 여기까지 도착합니다. 응급 의료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간 겪은 어려움들로 인해 몹시 약한 상태로 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등에는 얼마 안 되는 옷가지를 짊어지고 있고, 끔찍한 폭력과 파괴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난민들 사이에서는 영양실조와 탈수 증세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도착한 난민들은 국경없는의사회나 에티오피아 보건당국을 통해 건강 진단을 받고, 필요한 경우 우리 진료소 중 한 곳으로 이송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파견단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수단 난민 타라르 콜(26세) ⓒZACHARIAS ABUBEKER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감벨라 난민캠프 3곳에서 의료를 지원했다. 5만3000명이 살고 있는 쿨레 캠프에서는 보건소 1곳과 보건지소 3곳을 운영한다. 티에르키디 캠프에서는 24시간 산부인과 지원처를 포함해 보건지소 3곳을 운영하여 주민 7만1000명에게 필요한 의료를 지원한다. 6만6000명이 머물고 있는 푸그니도 캠프에서는 보건지소 1곳을 운영하는 한편, 푸그니도 시내에서도 보건지소와 보건소1 곳을 운영했다. 이는 정부 당국과 함께 진행한 활동이었다.

2017년 들어 푸그니도 캠프는 새 난민을 전혀 받지 않았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초에 푸그니도 캠프에서 운영하던 보건지소 활동을 종료하기로 결정하고, 새로 마련된 은구에니엘 캠프로 자리를 옮겨 그곳에 보건지소를 세웠다. 2018년 3월 현재, 은구에니엘 캠프에는 8만2000명의 난민들이 머물고 있지만 향후 수개월 사이에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 3곳에서 총 34만 명을 치료했는데 그중 30%는 5세 미만 아동이었다.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질병 중 하나인 말라리아의 경우, 캠프 3곳에서 총 7만2000명이 치료를 받았고, 그 뒤를 이어 호흡기 감염과 설사 질환도 많이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 에티오피아 현장 책임자 올리버 슐츠(Oliver Schulz)는 이렇게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남수단 난민과 에티오피아 현지 지역민들의 의료 필요 사항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감벨라에서 약 30만여 명을 지원하는 셈이죠. 더불어 국경없는의사회는 즉각적인 의료 지원을 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국경 부근의 여러 진입 지점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파견단원이 쿨레 난민캠프에서 최근 출산한 여성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ZACHARIAS ABUBEKER

난민캠프 지원과 더불어 국경없는의사회는 감벨라 종합병원과 파트너십도 맺었다. 감벨라 종합병원은 이 지역에서 수술 지원이 가능한 유일한 시설이다. 이 시설의 지원 범위에 속하는 지역민은 80만 명이 넘는데 여기에는 난민과 현지 지역민이 모두 포함된다. 병원 서비스가 강화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전체 입원 수가 대폭 늘었다.

감벨라 종합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의료 고문 세사르 페레즈 헤레로(César Pérez Herrero)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부서들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몇 달 사이에 입원환자 수가 거의 두 배로 늘었습니다. 병원의 지원 역량이 증진되었기 때문이죠.”

“2017년 6월 이후로 이곳 병원의 지원을 통해 1900여 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습니다. 수술 지원이 가능하다 보니 제왕절개와 같은 응급 지원도 안전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술 중에서도 응급 수술을 강조해 왔고, 이를 통해 폭력으로 인한 부상과 그 외 부상을 치료했다. 작년 한 해 동안 1500여 건의 수술이 진행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외과부서는 지금도 환자들로 끊임없이 붐비며 늘 지원이 필요하다. 남수단 상황이 악화되었기 때문에 어느 때라도 난민과 전쟁 부상자들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

국경 전역에서 전쟁이 맹위를 떨치는 한, 앞으로도 국경없는의사회는 감벨라에서 활동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만나는 환자들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