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시리아: 동구타 병원 지하실에서 전한 이야기

2018.03.16

Robin Meldrum

국경없는의사회 사진 자료(2013). 동구타 포위 지역에는 벌써 수년째 수술 물자들이 부족했다.

메이니 니콜라이(Meinie Nicolai) | 간호사,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동구타 사람 대다수는 지하에 산다. 의료 활동도 나날이 지하실에서 이루어진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도저히 한낮의 햇볕 아래 견딜 수 없는 일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3년부터 동구타 여러 병원을 지원해 왔다. 최근 그중 한 곳의 디렉터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자신과 동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으려니 브뤼셀의 안전한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몹시 불편해졌다.

젊고 유능한 이 의사는 폭격과 포위가 계속된 지난 5년도 최근 1개월에 비할 수는 없을 거라고 설명했다. 이 상황을 제대로 표현할 말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가 운영하던 5층짜리 병원은 지금 지하실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폭탄이 터질 경우 그나마 지하실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하실에 수술실을 몇 개 마련하기는 했지만, 인근에 있는 집중치료실도 족히 몇 km는 떨어져 있는 데다 거리는 몹시 위험하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전날에도 병원 가까이에서 폭격이 일어났다고 한다. 아동 3명을 포함해 7명이 숨졌고, 부상 환자 30명이 병원에 몰려 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던 그 의사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최근 24시간 동안 장비도 물자도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반 수술, 정형외과 수술, 혈관 수술 등 총 17차례의 대수술을 했다고 한다. 환자들 상태를 물었더니 그녀의 환자 중 1명은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부 다 위독한 상태는 아니어서, 다른 16명의 환자들은 안정된 상태라고 했다.

그녀는 수혈 문제도 큰 문제라고 했다. 몇 km만 가면 중앙 혈액은행이 있지만 격렬한 폭격 때문에 족히 70km는 이동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의사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수혈 전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검진뿐이며, 지금 병원에 있는 혈액백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지역민 대다수는 지하실이나 임시 방공호로 피신했는데, 그곳은 극도로 비위생적인 고립된 공간이다. 하지만 그 의사는 위독한 환자들을 계속 돌보기 위해 일반 진료는 최소로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투와 그 여파는 어마어마하다. 군사 작전 첫 2주 동안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여러 의료 시설에서는 매일 사망자 70여 명, 부상자 300여 명이 보고되었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시설 15곳이 폭격을 맞았다. 우리의 지원을 받던 의료진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까지 20명이 부상을 입었다.

전면전이 벌어지는 현실은 분명하지만 그 세부 사항은 그다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분쟁이 대규모일 뿐만 아니라 몹시 지저분하다고 지적한다. 호흡 곤란 때문에 우리가 지원하는 한 시설로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의 이야기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이 보인 증상은 화학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지원하는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은 총상 환자들의 이야기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반군 통제 지역에서 저격수의 표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고립 지역에 아직 남아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물품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계속 노력하는 것뿐이다. 물론 그마저도 날마다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동구타에 갇혀 있는 민간인들은 합법적인 표적도 아닐뿐더러 그들의 승리를 위해 소모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라는 점을 전쟁 당사자 및 동맹 세력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 민간인들은 반군 세력들이 볼모로 활용할 대상도 아니며, 시리아 주도 동맹군이 이들을 이유로 군사 작전을 펼쳐서도 안 된다.

다시 환자들에게 돌아가려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던 그 의사는 지금 상황을 간단히 말해 극도로 위태롭다고 표현했다. 팀원들은 몹시 지쳐 있고, 교전 혹은 사상자 유입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식사량도 적은데 그마저도 거를 때도 있어서 다들 체중도 줄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제 그만 이것을 멈춰야 합니다. 더 이상 아이들이 죽는 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모두를 겸손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다만, 어둠 속에서 공포에 휩싸인 채 병원 지하실에서 전한 메시지 하나만은 분명하다. 이건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