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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HIV 감염인의 크립토코쿠스병에 관한 WHO 가이드라인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 입장

2018.03.08

2017년 6월 29일 말라위 은산제 지역 병원에서 HIV, 결핵, 뇌수막염에 걸린 환자가 뇌척수액 검사를 받고 있다. ⓒLuca Sola

새 가이드라인, 가격 적정성과 유용성 갖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시급한 행동 촉구

2018년 3월 7일

국경없는의사회는 크립토코쿠스병(cryptococcal disease) 진단, 치료 및 관리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 최신 가이드라인이 이번 주부터 적용되는 것에 환영의 뜻을 밝힌다. 크립토코쿠스병은 주로 HIV/AIDS 말기 환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기회 감염이다.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은 뇌에 영향을 끼치는 중증 질병으로 해마다 18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그중 75%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일어난다. 현재 효과적인 치료제가 존재하나 널리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정된 WHO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제로 암포테리신 B 데옥시콜레이트(amphotericin B deoxycholate)플루시토신(flucytosine)을 조합한 약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전성을 고려해 암토페리신 B 데옥시콜레이트보다 리포좀화한 암포테리신 B(L-AmB)가 더 선호된다.

그러나 개정된 WHO 가이드라인은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는 구할 수 없는 의약품들을 여전히 다수 권장하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그런 의약품들이 등록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가격 또한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1주일 분의 플루시토신 가격은 미화 약 120달러, L-AmB 가격은 미화 500달러를 웃돈다. 그러므로 각국은 이제 국가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하며, HIV 감염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각국과 제약회사들은 플루시토신과 L-AmB 등록을 서둘러야 한다.

이 의약품들을 구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난제들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 참고사항을 확인하기 바란다.

 

크립토코쿠스병에 관한 WHO 새 가이드라인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 입장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는 항레트로바이러스의 접근성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과 같은 기회 감염들이 HIV 감염인들을 질병과 사망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WHO 새 가이드라인은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 검사와 치료를 위해 각국에 꼭 필요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가이드라인을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높은 가격, 각국 정부와 제약회사의 의지 부족 때문에 이 두 의약품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질 반 큇셈(Gilles van Cutsem) | 선임 HIV/결핵 자문 / 국경없는의사회 남아프리카 의료 지부

“치료 가이드라인은 바뀌었지만 접근성 여건은 그대로입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는 아직도 치료제를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너무 비쌉니다. 이 두 약이 아직 많은 나라에 등록되어 있지 않고, 가격 또한 620달러를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이 의약품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국과 제약회사들이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 환자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 제시카 버리(Jessica Burry) | HIV 약사 /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참고사항: 플루시토신, L-AmB 접근성 문제

L-AmB
L-AmB 제조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이 약을 저소득/중소득 국가에 등록한 경우는 15개국뿐이며, 그중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는 단 1개국이다. 접근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길리어드는 이 의약품을 리슈마니아증 치료제로 1병당 미화 16.25에 몇몇(적격) 저소득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프로그램에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도 포함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그간 진전은 없었다. 게다가 이 의약품은 더 이상 특허 아래 있지도 않은데, 길리어드는 잠재적인 제네릭(복제약) 제조업체에 약의 제조 기술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이로써 제네릭 제조를 지연시키고 길리어드의 독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플루시토신
플루시토신은 벌써 수십 년간 존재했던 의약품이지만 아직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그 어느 나라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 최근, 제네릭 제약회사 밀란은 이 의약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WHO 사전 심사팀에 등록을 신청했다. 밀란은 저소득/중소득 국가에서 이 의약품을 더 널리 등록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플루시토신은 1일 4회 복용해야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환경에서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하루에 한두 번만 복용해도 되는 버전을 개발한다면 이 치료제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Access Campaign 최신 브리핑 문서

HIV 감염 성인, 청소년,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크립토코쿠스병의 진단, 예방 및 관리에 관한 WHO 가이드라인 (2018년 3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말라위, 모잠비크 등지에서 HIV/AIDS 감염인들에게 특수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운영 또는 지원하고 있다. 이 시설들에서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은 결핵, 세균성 흉부 감염, 세균성 혈액 감염에 이어 환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