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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중부 지중해 루트에서 진행되는 난민•이주민 의료 지원

2018.01.30

Guillaume Binet/Myop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여성 전용 소르만 구금센터에 구금된 여성들. 구금된 사람들은 하루 한두 번 불규칙하게 먹을 것을 배급 받는다.

국경없는의사회 중부 지중해 활동 업데이트 (2017년 9월~12월)

2017년 하반기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중부 지중해 루트에서 난민들과 이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지속했다. 해상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SOS Méditerranée)가 운영하는 구조선 아쿠아리우스 호가 항해에 적합하지 않은 보트로부터 3645명을 구출해 이들을 안전하게 이탈리아 항구로 이송했다. 상륙 지점에서는 급박한 구조 상황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심리적 응급 처치를 제공했고, 시칠리아 곳곳에서는 정신건강 및 의료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명목상 내무부 관할 하에 있는 구금센터에 임의로 붙잡혀 있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실시했다.

10월과 11월, 트리폴리에서는 구금된 인원이 급격히 늘어나 구금 센터가 극도로 과밀해졌고 센터 여건 또한 급격히 악화되었다. 몇몇 센터에서는 최대 2000명의 남성들이 제대로 누울 자리도 없이 한 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기도 했다. 이러한 과밀한 상황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센터 안에 들어가 구금된 사람들의 증상을 살피는 일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으며, 극도로 과밀한 여건은 긴장과 폭력을 더욱 부추겼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원들도 추행과 위협을 당했고, 환자들을 겨냥한 부당한 대우와 폭력도 있었다.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폭력으로 인해 팔다리 골절, 전기 화상, 총상 등을 입은 환자 76여 명을 치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하는 의료 활동의 효과는 미미할 뿐이었다. 팀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 중 극히 일부를 도울 수 있었고, 추후 진료를 실시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구금 센터에서는 6500여 회의 진료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했던 증상들은 모두 구금 센터 여건에 기인한 것이었다. 과밀한 상태, 화장실과 식수 부족 등으로 인해 급성 상기도 감염, 근골격 통증, 급성 수성 설사 등이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임산부, 5세 미만 아동,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 등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24시간 응급 이송 서비스를 운영한 덕분에 150여 명의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돼 추가적인 치료를 받았다.

12월 들어 국제이주기구(IOM)에 의해 수천 명이 대대적으로 본국으로 송환됨에 따라 억류자 수가 줄어들었다. 트리폴리 여러 구금센터 여건도 개선되었고, 환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폭력도 줄어들었다. 이제 국경없는의사회가 방문하는 구금센터에서는 자의적 구금으로 붙잡혀 있는 난민, 이주민에게 들어가 의료 지원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 지원이 요구되는 신체적·정신적 문제 다수는 여전히 구금 센터의 열악한 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된다.

리비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국제 단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폭력과 치안 불안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해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도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붙잡혀 있는 모든 구금 센터에 자유롭게 드나들지는 못한다. 사람들에게 고통과 해를 일으키는 자의적 구금 체계 하에서는 의미 있는 의료 지원을 할 수가 없다. 수많은 억류자들은 본국을 떠나 오는 험난한 여정에서 그리고 리비아에서 이미 심각한 폭력과 착취를 당했다. 그러므로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에 있는 난민, 망명 신청자, 이주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을 멈출 것을 재차 촉구한다.

지난해부터 중부 지중해 해상에서는 구조되어 안전하게 이탈리아로 이송된 난민, 망명 신청자, 이주민의 수가 감소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가 함께 운영하는 수색, 구조 전담선 아쿠아리우스 호는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총 3645명을 구조했다. 이는 2016년 같은 시기에 비해 적은 수다. 2016년 당시 이탈리아 항구까지 안전하게 이송된 사람은 총 5608명이었다.

이렇게 수가 줄어든 것은 리비아를 떠나는 배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원인은 불분명하나 날씨, 그리고 리비아 정치 상황의 변동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지 민병대가 사람들의 항해를 막는 대가로 이탈리아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선박들이 리비아 영해에 배치되기도 했다. 리비아 연안을 봉쇄해 난민, 망명 신청자, 이주민을 ‘견제’하려는 유럽의 더 큰 전략의 일환이다. 이 때문에 이주민들은 극도의 폭력과 착취에 노출돼 있다.

아쿠아리우스 호에 승선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은 리비아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했는데, 이들은 밀수업자, 무력 단체, 민병대 손에 폭력과 학대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조된 여성의 약 12%는 임산부였고,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들이 이들을 돌보아 주었다.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중증 피부 감염을 앓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많은 이들이 화학 물질로 인한 중증 화상을 앓았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구조된 사람들 중에는 저체온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친 해상 여건 때문에 바닷물이 배 안으로 밀려 들어오면서 배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을 온통 적신 것이다. 11월, 사람들이 빽빽하게 타고 있던 고무보트가 갑자기 전복되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익사했다. 아쿠아리우스 호에 승선한 팀은 모든 부유 장치와 구명조끼를 동원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물에서 구해 내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사람을 구해 내기란 불가능했다. 수습된 시신은 없었다.

구조된 이주민들이 안전하게 아쿠아리우스 호에 옮겨 타고 있다. 구조팀들은 곤경에 처한 고무보트 3대에 다가가 구조 작업을 실시했다. 당시 고무보트에는 남성, 여성, 아동들이 빽빽하게 타고 있었다. (2017년 11월 1일)

지중해 수색, 구조 활동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리비아를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은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리비아 해양경비대에 의해 다시 해상에서 리비아로 되돌려지고 있다. 아쿠아리우스 호에 승선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열악한 배를 타고 공해를 이동하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리비아 해양경비대에게 붙잡히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장에는 EU 군 소속 장비들이 출연해 있었다. 10월 31일, 11월 24일, 12월 8일, 아쿠아리우스는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이때 수백 명이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리비아로 다시 되돌려지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와 EU 파트너들은 이런 차단 행위를 ‘구조 활동’으로 포장해 치하하고 있지만, 사실 이주민들과 난민들이 돌아가는 곳은 안전한 항구가 아니다. 리비아에서 난민들과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들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으며 국제적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해 상에서 곤경에 빠진 이주민들과 난민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리비아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안전이 보장되는 항구다.

9월, 아쿠아리우스 호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협조 속에 공해 상에서 세 차례의 구조 활동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탈리아 해양구조협력센터(MRCC)가 발표한 이런 예기치 않은 이례적인 지시는 국경없는의사회에게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다. 다행히도 각 구조 활동에서 아쿠아리우스 호는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 구조한 모든 사람들을 이탈리아의 안전한 항구로 데리고 갈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정확히 구조 활동을 총괄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리비아의 거대한 해안선을 따라 활동하면서 자신들이 리비아 해안경비대라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육상·해상의 연락책도, 지휘 계통도 모두 불분명했다. 최근 몇 달간 지중해에서 수색, 구조 활동을 전담하는 몇몇 인도주의 단체들과 리비아 해안경비대 사이에 수많은 폭력 사건이 일어나면서, 위와 같은 협력 활동에서 우리 팀의 치안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중부 지중해 루트를 거쳐 가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에게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리비아가 통일 정부도 없이 폭력과 치안 불안이 만연한 상태 속에서 수많은 무장 단체들이 곳곳에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지금, 이주민들과 난민들의 고통이 곧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리비아 활동

2011년부터 리비아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트리폴리, 쿰스, 미스라타 등지에서 명목상 내무부 관할에 있는 여러 구금 센터에 붙잡혀 있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에게 진료와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지 단체와 협력해, 바니 왈리드 지역의 비공식 포로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미스라타에서 1차 의료를 지원하는 진료소를 운영하고, 벵가지에서는 여성들과 아동들의 보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