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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겨울 추위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수만 명

2018.01.26

ⓒOmar Haj Kadour

북부 시리아 공습을 피해 달아난 사람들 중 이 곳에 처음으로 도착한 피난민들이 지어놓은 임시 거처. 이들리브 지역의 주요 고속도로 옆에 자리잡았다. 공습을 동반한 전쟁으로 인해 21만2000명 이상이 집을 떠나 달아났다.

지난 12월 중순 이후 북부 시리아 지역에 공습과 지상폭격을 동반한 전투가 심화됐다. 이번 전투로 인해 생겨난 국내 실향민은 전쟁 시작 이래 가장 많은 숫자 중 하나다. 심화된 폭력 상황은 주로 동북부 하마와 남부 알레포와 남부 이들리브 지역에 집중됐다. 이미 7년 가까이 이어져온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엄청난 타격이다.  

수만 가구의 피난민 가정이 터키 국경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했다. 지금 이들은 추운 겨울 날씨 속에서 정원 초과된 텐트 혹은 임시 거처 등에 거주하고 있다.
자녀 여섯을 둔 37세 가장 아부 무스타파는 터키 국경 인근의 한 마을인 사르마다에 도착했다. 거의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로 왔다. 무스타파 가정 외 20여 가정이 돈을 모아 자그마한 농지를 빌렸다. 금액은 한 달에 미화 약 1천 달러로, 한화로는 약 110만원이다. 무스타파는 말했다.

“다른 옵션은 없었다. 잠을 잘 곳이 필요했다”

이들은 철근을 이용해 임시 거처를 만들었고 여기에다 이불과 플라스틱 봉투를 덮었다. 바닥은 따로 없어 눈이 쌓이거나 젖어있는 맨바닥에 그대로 노출됐다. 무스타파는 '추위가 사방에서 스며든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최소한의 물건만, 혹은 아무것도 없이 집을 떠났다. 어떤 사람들은 트럭과 트랙터에 농기구나 가전제품 등 귀중품을 잔뜩 실어왔다. 나중에 되팔아 생존에 필요한 생활비로 쓸 용도였다. 피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바람에 많은 마을이 사실상 버려졌다고 이들은 말했다.

피난 지역에 있는 공식 캠프의 경우 이미 수용 범위를 넘었기에 이들 실향민 대부분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160개의 임시 거처에 자리를 잡았다. 즉석에서 만든 텐트 하나당 최대 서너 가정이 들어간다. 대부분 가정은 6인 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곳 임시 캠프에는 기본적인 거처, 위생 시설, 음식, 식수, 의료 서비스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 인구가 넘쳐나는데다 습기도 많고 추운 날씨로 인해 상황은 더 악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많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시리아 내부 활동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팀에서 활동하는 모하메드 야쿱 박사는 최근 터키 국경 인근의 알라흐만 캠프를 방문했다. 이미 70가구가 살고 있는 이 캠프에 피난중인 44가구가 근래 도착했다. 이미 제한된 캠프 시설에 늘어나는 인구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하루 동안 45회의 진료를 하며, 같은 팀에 있는 조산사는 15회 정도 진료하는 야쿱 박사는 말했다.

“의료 상황이 굉장히 어렵다. 기도 감염이 아주 흔하다. 일부 가정은 여기 도착하기 전 일주일 동안 이동하며 길 옆 야외에서 캠핑한 사람들도 있다.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한 달 동안 약을 먹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들이 많다. 아이들 또한 수년 동안 예방접종을 맞지 못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또한 위생용품 및 방한용품을 포함해 이불과 단열 매트리스 등을 나눠주고 있다. 지금까지 1000가구 이상에 공급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밖에도 해당 지역에 있는 주요 의료 시설과 응급실 등에 의료 물품을 제공해 환자 수용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응급차 서비스에 필요한 연료와 정비 지원도 실시하는 중이다.

다가오는 몇 주 사이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예방접종 실시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타 기관과 협력하여 도움이 시급한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구호 키트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도 공습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이미 집을 떠나온 사람들은 다시 한번 피난길에 오르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매니저 주해르 칸주는 말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임시 거처 중 하나는 (방문 후) 며칠 뒤에 공습 당했다. 사람들은 또 그 곳을 떠나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람들이 지내는 임시 거처는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다. 비가 오면 빗물로 넘쳐나고 진흙으로 가득하다. 비참한 상황이다.”

 

ⓒOmar Haj Kadour

사진 속 시리아 어린이들은 가족과 함께 이 곳 새로운 보금자리에 갓 도착했다. 가족이 임시 거처로 사용할 텐트는 아직 완성 전이다. 북부 시리아에서 새롭게 발생한 전쟁을 피해 달아난 아이들이 가져온 옷은 지금 입고 있는 옷 단 한 벌이다. 식수도 없어서 녹 슨 물통에 있는 물을 마신다.

“미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길 기도할 뿐”

2018년 1월 12일 - 아부 무스타파, 시리아 알레포 남부 엘호스 지역에서 온 37세 가장 인터뷰

아내와 아들 여섯명, 친척 20가정과 함께 살던 마을을 떠나왔습니다. 엄청난 폭격과 공습이 큰 충격을 줬습니다. 360개의 작은 마을에서 살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는 바람에 마을은 버려졌습니다.

터키 국경 근처인 이 곳 사르마다에 온 건 이틀 전입니다. 어떤 가족들은 아직도 텐트를 짓는 중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임시 거처가 없어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고요.

지낼 만한 곳을 재빨리 찾아봤는데, 45만 시리아 파운드면 (미화 1천 달러/한화 110만원) 땅을 빌릴 수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20가구를 돌면서 이 돈을 모으기가 여간 쉽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낮에는 남의 농장에서 일해 돈을 벌고 있었죠. 다른 옵션은 없었습니다. 잠을 잘 곳이 필요했어요.

우리는 철근을 세우고 이불과 플라스틱 봉투로 덮어 텐트를 만들었습니다. 바닥은 따로 없어요. 맨바닥은 진흙인데, 축축하고 서리가 끼어 있어요. 추위가 사방에서 스며듭니다. 깨끗한 식수와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안 그러면 전염병이 돌 수 있어요.

저는 지금 미래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길 기도할 뿐입니다. 여기 남아있는다면 희생당하는 사람들은 노인들, 어린이, 환자들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여기까지 오는 고된 여정 때문에 감기로 아픈 상황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북부 시리아에서 다섯 개의 보건 시설과 세 개의 이동진료팀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가 직접 활동할 수 없는 지역에 있는 전국 약 50개의 보건 시설을 지원한다. 지원만 할 경우엔 해당 시설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가 활동하지 않는다. 시리아 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IS 통제 지역의 경우 포함돼 있지 않다. 이는 IS 수뇌부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안전과 공정성에 대한 보장을 확인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정부군 통제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 없다. 접근 요청을 했으나, 지금까지 모든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정치적인 압박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활동에 대해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