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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파우아 지역의 폭력으로 3만 명 피난

2018.01.09

한 여성이 아이 둘과 함께 무장 세력의 공격을 피해 파우아 시를 향해 가고 있다. ⓒAlexis Huguet

2017년 12월 27일 이후로 ‘혁명과 정의’(Revolution and Justice, RJ) 일원들과 ‘중아공인민해방운동’(Movement for the Liberation of the Central African Republic People, MNLC) 소속 전투원들은 격렬한 충돌을 벌여 왔다. 이로 인해 지역민 3만 명이 교전을 피해 파우아 시로 피신했다. 사람들은 마을이 불타고, 강제로 돈을 뺏기고, 눈에 띄는 사람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공격을 당했다며 현지 소식을 전했다. 지금도 그곳은 긴장에 휩싸여 있다.

 

주위 모든 보건소는 문을 닫았고,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부상자 13명뿐

파우아 병원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12월 27일 수요일에 시작된 교전과 공격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환자 13명을 치료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그웨놀라 프랑수아(Gwenola François)는 이렇게 말했다.

“파우아에 도착한 어마어마한 피난민 수, 그리고 우리 팀들이 전해 들은 극단적인 폭력 수준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너무도 적은 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말을 탄 남성들이 산 사람, 죽은 사람, 심지어 부상을 입고 수풀 뒤에 숨은 사람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총을 쐈다고 합니다. 그곳 상황이 너무도 걱정됩니다.”

농부 레오나드 갱비(Léonard Gangbe, 33세)는 파우아 병원에 온 부상자 중 1명이었다. 교전이 벌어지자 그는 이웃들과 함께 마을을 달아나 숲속에 있는 한 집으로 대피했다. 레오나드는 함께 데려간 소를 무장 남성들이 빼앗으려는 것을 말리려다가 왼쪽 볼에 총을 맞았는데, 그 총알은 코와 윗입술을 관통했다.

파우아 외곽의 보건소 7곳을 지원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교전 때문에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중 3곳은 약탈을 당했다고 한다.

 

계속되는 폭력으로 취약해진 지역

파우아 지역은 지난해 동안 교전과 폭력사태 피해를 비교적 적게 받은 곳이었다. 하지만 중아공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치안 상황이 좀 나았다고는 해도, 그곳 사람들도 만연한 폭력의 피해를 입은 건 마찬가지다.

폭력은 단순히 서로 대항하는 무장 단체들 사이의 교전, 지역민을 겨냥한 공격, 사망자·부상자 발생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에서 치안을 제공해야 할 공권력이 힘을 잃고,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폐를 끼치는 무장 남성들이 많아질 때, 폭력은 양산된다. 이 남성들은 사람들에게 세를 매기려고 갖가지 이유를 댄다. 특정 도로 위를 지나간다거나, 소를 소유했거나, 심지어 자기 집에 산다는 이유로도 세를 매긴다. 9명의 자녀를 둔 조시안느 완키안(Josianne Wankian, 37세)가 그런 경우였다.

지금은 파우아에 살고 있지만, 사실 조시안느가 살던 곳은 파우아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토코미아(Betokomia)라는 마을이다. 2017년 12월 28일 새벽 5시, 조시안느는 집 근처에서 나는 총성을 들었다. 조시안느의 남편과 그녀의 아들(13세)은 즉시 달아났다. 당시 여성들은 해를 입지 않아도 남성들은 바로 살해 당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시안느는 홀로 아이들과 있었는데, 그때 무장 남성들이 쳐들어와서 식량과 돈을 요구했다. 조시안느는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탈출해 파우아에 있는 언니 집으로 가려고 염소 장수에게 12,000 francs CFA(중앙아프리카 프랑, 한화 약 23,000원)을 빌렸다.

무장 세력이 마을을 공격한 뒤, 조시안느 완키안(37세)은 아이들과 함께 베토코미아를 탈출했다. 남성들은 즉시 살해한다는 소문을 듣고 조시안느의 남편은 곧장 집에서 달아났다. 그때 이후로 조시안느는 남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조시안느는 탈출하던 중 아이 1명을 잃었다. 현재 조시안느는 파우아에서 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Alexis Huguet

무장 남성들이 조시안느 가족에게 돈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7년 8월, 그들은 조시안느 집에 불까지 질렀다. 조시안느는 이렇게 말했다.

“제 남편은 농부예요. 우리는 소 네 마리를 키웠는데, 덕분에 소를 더 늘려 이것저것 팔아서 소득을 늘려 나갈 수 있었죠.”

“집이 번듯한 것을 본 무장 남성들은 식량이며 소, 돈까지 요구했어요. 소에 대한 세금으로 5만 프랑(한화 약 10만 원), 우리 집에 사는 것에 대한 세금으로 12만 프랑(한화 약 23만 원)을 내라고 했어요. 우리한테는 그런 돈이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전 재산 2만5천 프랑(한화 약 4만9천 원)을 내놨어요. 그때까지는 집에 지붕이 없었는데, 그들은 집이 완성되면 다시 오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뒤에도 그들은 우리 재산을 훔쳐 가고 집에 불을 질렀어요. 그래서 저는 제 아이들과 몇 달간 바깥에서 지내야 했어요. 며칠 전에 베토코미아에 우리 집을 새로 짓기 시작했는데 또 다시 교전이 터진 거예요.”

파우아에 있는 3만여 명은 조시안느처럼 이웃 마을에서 탈출해 가족들과 함께 파우아 시에 피신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파우아 또한 날이 갈수록 안전하지가 않다. 각 가정에서 40여 명의 피난민을 받아 함께 지내고 있는 지금, 충분한 물과 식량 공급이 어려워 곧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베토코 시에 살던 여성들과 아동들은 무장 세력의 공격을 피해 파우아로 가다가 베다 마을에 멈춰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상황을 체크했다. ⓒAlexis Huguet

국경없는의사회는 2006년부터 파우아에서 활동해 왔다. 파우아 병원의 응급실과 소아과 병동 활동을 지원하고, 주변 보건소 7곳에서는 아동과 임산부에게 1차 의료가 지원되도록 돕고 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브리아, 밤바리, 알린다오, 바탕가포, 카보, 보상고아, 보길라, 파우아, 카르놋, 방기 등 여러 지역에서 지역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무력 분쟁이 격해진 2017년 초반부터는 몇몇 프로그램을 조정해 직접적으로 폭력 피해를 입은 지역민들의 긴급한 필요에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