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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방글라데시: 디프테리아 발병으로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한 로힝야 난민들

2017.12.27

Alva White/MSF

콕스 바자르 내 쿠투팔롱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예방접종 덕분에 세계 대다수 지역에서는 벌써 오랫동안 잊혀진 질병 디프테리아가 방글라데시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미얀마에서 폭력사태가 급증한 8월 25일 이후로 65만5000여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에 피신했다. 12월 21일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운영 중인 의료 시설에서 2000여 명의 디프테리아 의심 환자들을 보았고, 날마다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환자 대다수의 연령은 5세~14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의료 코디네이터 크리스탈 반리우웬(Crystal VanLeeuwen)은 이렇게 말했다.

“디프테리아 의심환자가 있다는 의사 전화를 받고 처음에 너무 놀랐습니다. ‘디프테리아라고요? 정말인가요?’ 저는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난민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파상풍, 홍역, 소아마비 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전염병을 보곤 하는데, 사실 디프테리아는 저의 레이다에 없었습니다.”

디프테리아는 전염성이 강한 박테리아 감염병으로, 목구멍이나 코 뒤쪽에 두꺼운 회색 점막이 생기게 한다. 이 감염병은 기도를 막히게 하고 심장과 신경계에도 손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디프테리아 항독소(diphteria antitoxin, DAT)를 쓰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더 높아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DAT가 부족한데다 1주일 전에 적은 양의 DAT만이 방글라데시에 들어온 지금,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나타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폭력이라는 위험을 피해 떠나 온 사람들에게 전염병 발병이라는 또 다른 위험이 나타난 것이다.

발병 초기에 DAT를 받지 못한 환자 몸 안에서는 독성이 떠돌아다닌다. 이후 초기 회복기로부터 몇 주 지나면 신경계, 심장계, 신장계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반리우웬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확인한 첫 의심환자는 3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었습니다. 11월 초에 우리 시설에 찾아와 항생제 치료를 했죠. 그렇게 진료소를 나선 여성은 5주 뒤에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그때는 두 팔에 감각도 없었고, 서 있거나 걷기도 매우 힘겨워했으며, 음식물을 삼키기도 어려워했죠. DAT를 주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기였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DAT는 5,000병이 채 되지 않는다. 반리우웬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설명했다.

“눈앞에 있는 모든 환자를 치료할 만큼 약이 충분치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는 윤리와 형평성을 따지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Mohammad Ghannam/MSF

타스니마르콜라 임시 정착지: 방글라데시 내 다른 난민촌의 경우처럼 이곳에서도 로힝야족 아동들이 처한 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디프테리아 발병과 확산은 로힝야 난민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 대다수는 그 어떤 질병에 대해서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다.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이 예방접종을 비롯해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를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디프테리아는 분비물 단 몇 방울만으로도 전염되어 난민촌에서 금세 퍼질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과밀한 환경 속에 서로 부대껴 살고 있는데, 매우 협소한 공간 안에 최대 10명의 가족이 함께 지내는 경우도 있다.

급속한 디프테리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발루크할리 임시 정착촌에 있는 모자 입원 시설 1곳, 그리고 며칠 전에 모이나르고나 인근에서 개원한 입원 시설 1곳을 디프테리아 치료센터로 개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러버 가든(Rubber Garden)에도 치료센터 곳을 마련했다. 앞서 이곳은 새로 도착한 난민들을 위한 경유센터 역할을 했던 곳이다. 12월 25일 현재 전체 병상 수는 415개로 늘어났다. 이 병이 더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난민 공동체 안에서 디프테리아에 접촉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추적해 치료하는 일도 실시하고 있다. 디프테리아 환자를 찾은 경우, 1개 팀이 그 가족을 방문해 항생제를 제공하고, 추가로 감염된 사람들을 찾아내 이송하여 치료하기 위해 인근 지역을 면밀히 조사한다.

질병 확산 억제에 가장 중요한 조치는 빠른 시일 안에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보건가족복지부는 다른 여러 단체들의 지원 속에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도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지소에 접종처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디프테리아 예방접종의 경우 4주 간격을 두고 최소 2회 백신을 맞아야 면역력이 생기는데, 이 사람들은 백신의 유익을 거의 모르는 사람들이며, 대규모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에 참여한 뒤로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왜 또 백신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예방접종률을 높이려면 사람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새로 들어오는 모든 난민들이 캠프에 배정받기 전에 예방접종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데 드는 시간도 있을뿐더러 사람들이 임시로 머물 곳도 부족해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서 우리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이에 대해 반리우웬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디프테리아 발병 전에도 입원환자 병상이 몹시 부족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디프테리아 환자들을 위한 전담 치료실과 격리실까지 마련해야 했던 겁니다. 이제까지 우리 시설에 와서 의료 서비스를 받던 여성들과 아동들은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생겨났고, 디프테리아가 아닌 다른 병에 걸린 입원환자들을 맡을 직원도 충분치 않은 상황입니다. 팀들은 시시각각 변화는 상황 속에 계속 적응해 가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날마다 새로운 문제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 책임자 파블로 콜로보스(Pavlo Kolovos)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되고 있는 홍역 전염, 일반 의료, 응급 의료 상황에 더해 디프테리아 환자들까지 나왔습니다. 예방접종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는 이 사람들은 이미 몹시 취약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극도로 과밀한 캠프에서 열악한 식수위생 여건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해 상황을 진전시키지 않는다면, 디프테리아를 넘어 더 많은 질병이 계속 나타나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갈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방글라데시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85년에 처음 방글라데시 활동을 시작했다. 콕스 바자르 내 쿠투팔롱 임시 정착지 인근에서는 2009년부터 의료 시설과 진료소를 운영해 방글라데시 난민과 지역민들에게 포괄적인 기본·응급 의료를 제공하는 한편, 입원환자 서비스와 진단검사 서비스를 제공했다. 콕스 바자르에 대규모로 유입된 난민에 대응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서 난민들을 위해 식수위생 활동과 의료 활동을 대폭 확대했다.

그 밖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내 캄란기르차르 슬럼가에서는 정신건강 진료, 임신·출산 진료, 가족계획, 산전 진료,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장 보건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