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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부담’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8가지 방식

2017.12.20

Sandra Smiley/MSF

지난 2014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카스토 모자병원에서 일해 온 조산사 마리-조세 야키테.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2017 보편적 건강보장 포럼이 열린다. 일본 정부, 세계은행,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회의는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 및 국가 차원의 진전을 촉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보편적 건강보장’(UHC)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하나로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국제 사무소의 의료 사무관 메르세데스 타타이(Mercedes Tatay) 박사가 포럼에 참여해 국경없는의사회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현 상황이 어떠한지 논할 예정이다.

이에 우리의 활동 현장에서 목격한 상황 및 연구를 바탕으로 이용자 부담이 사람들에게 어떤 해를 끼치는지 여덟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이용자 부담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8가지 방식

1. 사람들이 죽거나 더 아파질 수 있다

공식적∙비공식적 의료비를 마련할 수단이 없을 때, 사람들은 사실상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지원 시점이 늦어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말라리아처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도 목숨을 잃거나 합병증을 얻을 수 있다. 겉보기에는 적은 금액이라고 여겨지는 경우에도 충분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실제 사례: 2017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 우방기 내 빌리 보건지대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들 중 4분의 1은 살아 있는 동안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7%는 의료비가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했다.

2. 낮은 수준의 혹은 불완전한 치료를 받게 된다

의약품과 치료 가격이 너무 높을 때, 사람들은 효능이 떨어지는 치료를 받거나 아니면 필요한 치료를 다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 사례: 말라위의 한 보건소를 찾아오는 엄마들 중에는 아이들의 말라리아 치료를 위한 알약을 절반만 받아 간다. 필요한 금액(미화 9달러/한화 약 9,800원)을 다 지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생명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3. 질병 예방이 감소한다.

예방접종이나 진단을 받는 데 돈이 든다면 사람들은 이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자신과 주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데, 특히 전염병의 경우 위험은 더 심각해진다.

실제 사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HIV 검사를 받으려면 미화 2.7달러(한화 약 3,000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보통의 임산부는 이를 지불할 여유가 없다.

4.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치료가 더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도 더 비싸진다

오랫동안(때로 평생) 중단 없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 또는 HIV, 결핵, 말라리아, 모자 의료 등 여러 번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재발 비용을 염려해 치료를 중단하기도 한다.

실제 사례: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여러 병원에는 HIV 환자들이 있다. 환자 4명 중 거의 1명은 HIV로 사망하는데, 치료를 받으러 오는 시점에 병이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전에 치료를 받았으나 중단한 사람들인데 비용 부족도 큰 원인 중 하나다.

5. 사람들이 더 가난해진다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리거나 재산을 파는 예는 무수히 많다. 이렇게 의료비를 마련하고 나면 그 가정은 더욱 가난해진다.

실제 사례: 아프가니스탄 내 5개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 중 44%는 돈을 빌리거나 가진 것을 일부 팔아야 했다.

6. 의료비를 낼 때까지 환자들은 의료 시설에서 나가지 못한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야 할 의료비를 다 내지 못해 의료 시설에 갇혀 있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실제 사례: 콩고민주공화국의 어느 시골에서는 목숨을 지키고자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산모와 그 아기가 의료비 38달러(한화 약 41,000원)을 내지 못하면 그 비용을 다 지불할 때까지 병원을 떠날 수 없다.

7. 전염병이 간과되거나 보고가 미흡해 대응이 늦어진다

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혹은 나중에 받아야겠다고 결정할 경우, 병이 퍼져 나가 지역사회에서 계속 전염될 위험이 더 커진다.

실제 사례: 2017년 8월에 콩고민주공화국 리카티 지역에 에볼라가 발병했을 때, 보건 당국이 무상 의료 지원을 알리자 외래진료와 환자 입원이 늘어났고, 덕분에 의심환자들도 보다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8. 취약 계층은 의료 서비스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의료 서비스를 구하기도 어렵고, 의료비를 마련할 수단도 부족하고, 더 적은 권리를 가진 취약 계층(노인, 빈곤층, 난민, 여성, 아동 등)은 의료비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실제 사례: 요르단에 머물던 한 난민은 진료비(미화 23달러/한화 약 25,000원)를 마련하지 못해 만성질환 치료를 중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