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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콜레라에서 디프테리아로…새로운 위협에 직면한 빈약한 보건 체계

2017.12.18

 

 

예멘에서는 콜레라 감염 사례는 줄어든 반면, 계속된 전쟁과 봉쇄 속에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또 다른 대상이 등장하고 있다. 우려를 샀던 디프테리아 발병이 확실해진 것이다.

12월 4일, 예멘의 20개 주 가운데  15개 주에서 디프테리아 의심 사례 318건이 보고되었고, 이로 인해 28명의 사망자가 보고되었다. 의심 사례 중 절반은 5세~14세 아동이었고, 사망자의 95%는 15세 미만 아동이었다. 그리고 전체 의심 사례의 근 70%는 이브 주에서 보고되었다.

디프테리아는 전염성이 강하고 치명적일 수도 있는 박테리아 감염병으로, 목구멍이나 코 뒤쪽에 두꺼운 회색 점막이 생기고 인후염과 고열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마크 퐁상(Marc Poncin)은 이렇게 말했다.

“디프테리아는 이제 대다수 국가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체계적인 아동 예방접종 캠페인 덕분이죠. 그래서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이 질병은 어느 정도 잊혀졌습니다. 심지어 예멘에서도 가장 최근에 디프테리아 감염 사례가 나타난 것은 1992년도였고, 가장 최근에 발표된 디프테리아 발병은 1982년이었습니다. 계속된 전쟁과 봉쇄가 예멘의 보건 체계를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퐁상은 이렇게 덧붙였다.

“2년 반 동안 폭력이 계속되고 의약품과 백신을 포함한 물자 유입이 차단되면서 보건 기반시설이 와해되고 말았습니다. 연료 유입이 차단된 결과, 환자들은 그나마 나라 곳곳에서 운영되는 보건소에 갈 여비를 마련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입니다. 감염된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디프테리아는 체내 여기저기로 퍼질 수 있고, 감염자 중 최대 40%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디프테리아 치료와 예방 활동을 시작하려는 인도주의 단체들도 몹시 곤란한 상황이다. 숙련된 직원과 필요한 물자를 예멘으로 들여와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내야 하는데 물류적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퐁상은 이렇게 말했다.

“대대적인 콜레라 유행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나라에 또 다시 질병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분명 사람이 일으킨 것입니다. 예멘은 아직 콜레라 유행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닙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프테리아 감염 사례가 줄어든 터라 그 치료에 관한 지식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 때문에 의료 담당자들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를 진단해 환자들을 격리하고 치료를 실시하기가 훨씬 더 어려운 것입니다. 디프테리아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들을 격리해 항생제와 항독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디프테리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항독소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급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예멘에서는 몇 주 전부터 항독소를 전혀 구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발병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세계적으로 구할 수 있는 항독소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항생제도 더 주문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신속대응팀을 꾸려 각 지역사회에서 의심 환자들을 조사해 찾아내고, 디프테리아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게는 예방약을 제공했다.

12월 11일,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브 시에 있는 나세르 병원에 디프테리아 치료 지원처를 열었고, 야림 병원과 지블라 병원에 있는 지원처도 지원할 예정이다. 지블라 병원에는 집중치료실도 갖추고 있다. 의심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응급 이송 체계도 수립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샘플을 검사실로 보내고, 각 지역사회에 디프테리아에 대해 알리는 보건 홍보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아덴에 있는 사다카 병원에는 집중치료실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디프테리아 감염 사례 14건이 보고되었고,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퐁상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6명 이상의 피난민들이 아주 비좁게 살아가는 집들을 방문했습니다. 그런 여건 속에서 환자를 제대로 격리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디프테리아가 확산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죠. 따라서 디프테리아 확산을 억제하려면 환자를 격리하여 치료하고, 피해 마을에는 예방 조치를 실시하고,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일이 몹시 중요합니다. 예멘의 보건 체계는 또 다른 발병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