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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제미오에는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만 남아 있습니다”

2017.09.12

공격이 벌어지기 약 1개월 전, 중아공 제미오 병원 앞에서 사람들이 물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Josh Rosenstein/MSF

 

2017년 9월 12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남동부에 위치한 제미오에 벌어진 최근 공격으로 병원은 문을 닫아야 했고,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을 포함해 시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생존을 위해 날마다 약을 복용해야 하는 약 1600명의 HIV 감염인들에게 나타난 영향을 포함해, 제미오 폭력사태가 일으킨 여파에 대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코디네이터 윌 반 로켈(Wil van Roekel)이 들려주었다.

 

Q. 현재 제미오 상황은 어떤가요?

지난 몇 주 동안 제미오는 유령도시나 다름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났으니까요. 더 많은 공격이 일어날까 봐, 도시가 무장 단체들의 전쟁터가 될까 봐 두려워서 탈출한 거죠. 차를 타고 시내를 둘러보면 불탄 집들과 약탈 당한 상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미오 사람들은 이런 수준의 폭력사태도 낯설고, 대책을 세울 겨를도 없이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도 익숙지 않습니다. 모두들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무장 단체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사방으로 도망쳤습니다. 냄비도 불 위에 그대로 올려두고 여기저기 옷도 늘어놓은 채로 말이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락도 끊어졌습니다.

거리에서 총에 맞을 위험이 너무 높아서 어떤 사람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친지들을 찾았습니다. 우리 현지인 직원 중 1명은 가족들이 피신해 있는 피난민 캠프로 오기까지 며칠 동안이나 병원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고작 4km 거리였는데도 말이죠.

공격 약 1개월 전, 제미오에서 벌어진 교전을 피해 떠나 온 사람들에게 물을 배급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Josh Rosenstein/MSF

 

Q. 이 폭력사태는 국경없는의사회 제미오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7월 11일, 제미오 병원에서 한 아기가 엄마 품에 안긴 채 총을 맞은 후, 국경없는의사회 팀 대다수가 대피했습니다. 하지만 제미오 출신인 현지인 직원 다수는 최대한 활동을 지속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8월 18일, 무장 남성들이 또 다시 병원을 공격해 그곳에 피신해 있던 피난민 7000명을 겨냥해 발포를 했고 1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 직원들과 그 가족을 포함해 제미오 주민 거의 모두가 도시를 탈출했습니다.

약 1만 명이 도시를 둘러싼 수풀이나 인근 여러 장소로 탈출했습니다. 그 밖에 9천 명가량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국경을 넘어, 현재 민주콩고 내 임시 캠프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캠프는 인근 마을로부터 도보로 이틀이 걸리는 외진 곳에 있습니다.

임산부들은 수풀 속에서 아이를 낳아야만 합니다. 임시 거처도 극히 적고 모기장도 거의 없어서 말라리아 위험이 높았던 이전 상황이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습니다. 깨끗한 식수나 위생 시설도 없어서, 현장에 있는 현지인 출신 우리 직원들은 설사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지난달, 우리는 잠깐씩이나마 제미오를 수차례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환자 7명을 비행기로 대피시켰죠. 대부분 총상을 입은 가장 위독한 환자들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아들도 있었는데, 수도 방기에서 수술을 받고 이제 건강을 회복해 가고 있습니다.

 

8월 중순에 공격이 벌어진 뒤, 으스스하고 황량하게 버려진 제미오 병원 ©Josh Rosenstein/MSF

 

Q. 폭력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여성과 아동들이 가장 취약한 대상이죠. 열세 살의 한 소녀는 가슴에 총상을 입고 우리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열흘 전에 도시 반대편에서 총상을 입었죠.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병원까지 오기 위해, 그 소녀와 어머니는 국경을 넘어 민주콩고로 갔다가 다시 중아공으로 돌아오는 등 도시를 우회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병원에 도착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다행히 그 소녀는 우리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수천 명입니다. 다들 완전히 버림받은 채 기본적인 의료 지원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이번 폭력사태가 제미오의 국경없는의사회 HIV 프로그램 환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우리 HIV 프로그램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환자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고, 어떤 환자들은 25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죠. 각 그룹에서 대표로 한 명씩 진료소에 와서 자신이 속한 그룹 구성원들이 이후 3개월간 복용할 충분한 분량의 항레트로바이러스 의약품을 받아 갔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약 1600명의 환자들을 지원했었죠.

첫 번째 공격 후에도 현지인 직원들은 프로그램을 지속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병원 인근에 무장 남성들이 나타나면서 환자들이 진료소에 와서 약을 받아 가는 일이 너무나 위험해졌습니다.

첫 번째 공격이 있고 나서 6개월분의 의약품이 보관돼 있던 저장실이 약탈을 당했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집에 보관했던 약들이 모두 불에 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공격 이후로 지역민 대다수가 탈출했기 때문에 환자들을 전혀 찾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이 없으면 우리 환자들은 결핵과 같은 HIV 관련 감염을 얻을 위험이 높아집니다. 프로그램이 중단되어 이 지역의 감염 환자 수가 분명 늘어날 겁니다.

 

Q. 국경없는의사회는 지금도 제미오에서 활동하나요?

우리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지역과 극도로 어려운 여건 속에 활동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제미오에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할 기회는 거의 제로입니다. 제미오 인구는 2만1000명에서 2000명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만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노인, 장애인, 무슬림 지역에 갇힌 사람들만 남았는데, 이들은 서로 총뿌리를 겨누는 여러 무력 분파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제미오에 있는 무력 단체들은 더 이상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존중하지도 않고, 국경없는의사회 가치인 중립성·공정성을 고려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위험에 처한 사람이 무수히 많습니다. 일부는 부상을 입기도 했고,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미오 병원은 버려졌습니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지금도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의약품을 배낭에 챙겨 수풀 속에 가져가 그곳에 숨어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경 넘어 민주콩고에 머물고 있는 이들에게도 의료 지원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결코 이 사람들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8월 중순에 공격이 벌어진 뒤, 파괴된 채 버려져 있는 제미오 병원의 임시 거처들 ©Josh Rosenstein/MSF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2010년부터 제미오 병원을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HIV 프로그램과 파견 진료 활동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왔다. 보건지소 2곳과 말라리아 관련 지원처 2곳이 이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