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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요르단: “제 몸은 제 다리 그 이상이에요”

2017.08.31

전쟁 속에 부상을 입은 시리아 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17년 8월 31일 - 2013년부터 요르단 람사에서 의료 활동을 해 온 국경없는의사회 외상 병원은 요르단 보건부와 협력하면서 시리아 난민들과 현지 지역민들에게 응급 수술을 지원해 왔다.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된 시리아 환자들도 많지만, 아직 상당수는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 시리아 남부에서 전쟁이 멈춘 이후로 환자 수는 줄었지만, 람사 외상 병원은 지금도 환자들을 계속 받아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파티마* | 시리아 다라 출신

ⓒ Scott Hamilton/MSF

한밤중에 집이 공습을 맞았어요. 저는 유산탄 부상을 입었는데 두 다리가 너무 많이 훼손된 나머지 한쪽 다리는 절단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시리아 다라에 있는 야전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후에야 다리를 절단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깨어나 단 2시간 만에 병원에서 퇴원했어요. 집이 무너져서 친척 집으로 갔는데 가 보니 제 아이들이 거기 있더라고요. 폭격이 있던 날 밤에도 거기 있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 거예요.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일은 무척 힘든 일이었어요. 제 스스로가 몹시 약한 장애인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은 한쪽 다리가 없는 저를 보고는 몹시 놀랐어요. 작은 아들은 저를 두려워하기까지 했죠. 이제 한 살 반밖에 안 된 아이예요. 늘 안아 주고 먹여 주곤 했었는데… 아이는 저를 보더니 너무 무서워서 오히려 이모를 찾아 가더라고요.

 

시리아에서 다리를 절단하고 나서 국경을 넘어 람사로 와서 수술을 더 받았어요. 지금은 보철을 쓰기 위해 물리치료를 받고 있어요.

 

제게는 아이가 셋 있어요. 아홉 살, 여덟 살, 한 살 반 된 아이들이에요. 치료를 받느라 저는 요르단 람사에 있고, 아이들은 여전히 시리아에 있어요. 얼른 아이들에게 돌아갈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요.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몸도 나아지고 하루하루 더 힘이 생기고 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 걷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 만큼 튼튼해져야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느냐고 제게 물어보는데요. 제 몸은 제 다리 그 이상이에요. 저는 아이들을 위해 강해져야 해요. 절망에 무릎 꿇을 순 없어요. 이렇게 다쳤다고 해서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 거예요.

 

집에 돌아갈 거라고 아이들에게 약속했으니, 꼭 돌아갈 거예요.

사메르* | 18세, 시리아 다라 출신

ⓒScott Hamilton/MSF

5개월 전, 저는 다라에서 친구랑 같이 집 근처 길거리에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박격포가 떨어졌어요. 제 친구는 목숨을 잃었고, 폭발 속에 저는 한쪽 다리를 잃어버렸어요. 사람들이 저를 부축해서 야전병원으로 데려다주었고, 저는 거기서 24시간을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치료를 위해 국경을 넘어 람사로 들어갔죠. 그때부터 이 병원에 머물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내일이면 집으로 가요 (2017년 8월 8일).

 

집에는 형제 3명, 자매 3명, 그리고 엄마가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1년 전에는 아버지께서 박격포 타격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엄마는 안전을 위해 우리를 데리고 작은 마을로 옮기셨죠.

 

병원에 있으면서 사귄 친구들도 있지만, 시리아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리워요.

 

그저 식구들과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아마 파티를 열지도 모르겠어요.

유수프* | 29세, 시리아 다라 출신

ⓒScott Hamilton/MSF

전쟁 전에 저는 일용직 노동자로 간간히 이런저런 일들을 했어요. 아이들에게 아랍어를 가르치기도 했죠. 우리 가족은 다라에 있는 대가족이에요. 부모님까지 합해서 식구가 16명이에요. 전투가 벌어지는 통에 정말 많이 옮겨 다녔어요.

 

저는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고 출혈도 무척 심했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어요. 폭발이 일어난 후에 주변을 둘러보며 잃어버린 제 다리를 찾아 보려고 했어요. 제 친구가 저를 부축해서 야전병원 3곳으로 데려갔는데, 그 어디에도 제 혈액형과 같은 혈액이 없었고 혈액 기증자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저는 국경을 넘어 람사로 오게 됐죠.

 

여기서 넉 달 동안 지내 왔어요. 물론 집에 가고 싶죠. 하지만 지금은 의족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다음 주에는 수술을 한 번 더 받아야 해요.

 

시리아의 모든 것이 그리워요. 돌아가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거예요. 딸이 둘 있는데, 첫째는 두 살이고 둘째는 이제 겨우 여덟 달 됐어요.

* 프라이버시와 보안의 이유로 환자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대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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