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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심지어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2017.08.17

2017년 2월, 나이지리아 마이두구리를 방문한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박사가 아기를 진찰하고 있다 ⓒMalik Samuel/MSF

최근 콩고민주공화국 카사이 센트럴 주(州) 카낭가 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는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현지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2017년 8월 17일

최근 카사이 방문 때 제가 우리 팀들과 함께 찾아갔던 곳은 특히나 분쟁의 피해를 입은 시골 지역이었습니다. 마을과 농장은 불에 탔고 곳곳에서는 대형 공동묘지가 발견되었습니다. 한 남성 분은 우리에게 다가와 차분하고 간결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벌어진 폭력은 너무도 끔찍해서 며칠 동안은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처음 도착했을 때 그곳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카낭가는 약 75만 명이 북적북적 살아가는 전형적인 콩고의 한 도시입니다. 시장은 물건들로 넘쳐났고 여기저기 작은 상점에서는 큰 음악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분명, 저의 동료들이 지난 3월에 마주했던 상황과는 달랐습니다. 침묵이 도시를 가득 채웠습니다. 문을 연 학교나 상점은 없었습니다. 공포가 사방을 짓눌렀습니다. 그제야 전 알았습니다. 제가 그 도시에서 마주하고 있는 뭔가 정상적인 것 같은 상태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을 묻고 1년 만에 그 묘에 다시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경험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때쯤이면 무덤 위로 다시 풀이 돋아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다시금 삶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방문에서 마주쳤던 장면 중에 계속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장면들도 있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깔깔 웃으며 다른 아이들을 쫓아다니던 한 십대 소녀를 만났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아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았죠. 하지만 사실 몇 주 전, 그 아이는 눈앞에서 자신의 자매가 참수당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 무장한 남성들은 아이를 데려다가 열흘간 바닥에 묶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아이를 강간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만 뻥끗하기만 해 봐라. 너도 똑같이 머리를 잘라버릴 테니까.”

카사이 사람들은 그동안 너무도 많은 것들을 겪었고, 그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했습니다.

카사이 위기가 시작된 것은 1년 전이지만 우리가 그 심각성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장 상황이 심각했던 몇 달 동안 그 어떤 인도적 지원도 이곳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인도적 지원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왜 현지 마을들은 좀더 일찍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까요? 한 마을 노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바닥에 누워 있는데 사람들이 당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칠 수 없을게요.”

우리 국경없는의사회는 3월이 되어서야 카낭가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때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우리가 단지 문제의 한쪽 표면만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하는 환자들의 부상 정도를 보면 카사이 사람들이 맞닥뜨린 극심한 폭력의 수준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큰 부상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의사를 찾아가기까지 공포 속에서 며칠, 몇 주를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외과팀이 치료했던 환자 중 한 사람은 손이 잘렸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그 상태로 몇 주를 수풀 속에 숨어 지냈습니다. 발각되어 살해당할까 봐 두려워서 잘려 나간 부위를 전통 약재로 치료하면서 지냈던 것입니다.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이미 종양이 생겨서 팔뚝 뼈에 심각한 감염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절단 없이 이대로 상처가 아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카사이를 탈출해 앙골라 카칸다 캠프에 도착한 난민 ⓒBruno Fonsec

무슨 일이 있었냐고 우리 정신건강팀 직원들이 물어보면, 환자들은 누가 이 폭력사태를 일으켰는지 결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늘 공포에 눌려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는 들려 줍니다. 하나같이 끔찍한 이야기들입니다. 눈앞에서 남편이 참수당한 이야기, 온몸이 묶인 채 눈앞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강간 당하는 것을 봐야 했던 이야기…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두 번 들려 주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고 나면 매번 같은 질문들이 뒤따릅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죠? 어떻게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집도 새로 지을까요? 제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카사이 위기는 바짝 마른 여름에 일어나는 산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2016년 8월에 일어난 불씨 하나가 지역 전체를 삼켜버린 것입니다. 수백만 명이 민병대의 공격과 군의 탄압 속에 사로잡혔고, 심지어 처음 일어났던 불씨와는 전혀 관계 없는 곳곳의 분쟁마저 거대한 혼란 속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카낭가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듯 보여도, 이탈리아 크기 만한 이 도시의 또 다른 곳에서는 몹시 걱정스러운 소란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치안 문제로 그 지역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들리는 소문과 실제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는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비록 밖에서 보기에는 아무 일 없는 듯하지만, 이곳에서 인류의 비극이 일어났고 지금도 그것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콩고민주공화국 카사이 센트럴 주에 위치한 카낭가 종합병원에서 병상 70개 규모의 외상 병동을 독립적으로 관리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술실을 복구하고, 잔인하고 우발적인 외상의 피해자들에게 무상으로 의료를 지원한다. 2017년 4월 이후로 총 238명의 환자들이 이 병원에 입원하였고, 550회의 수술이 진행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카낭가 근처 시골 지역에서 이동 진료소 활동을 하면서 지금까지 총 9,146회의 진료를 제공했다.

6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카사이 주 치카파 시 곳곳에서 보건소 3곳과 종합위탁병원 1곳을 지원해 왔다. 이 지원 활동에서 초점을 맞춘 대상은 5세 미만 아동, 임산부, 모유 수유 중인 여성, 부상자, 폭력으로 인해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이었다. 7월, 팀들은 치카파 부근 여러 시골 지역까지 활동을 확대해 나갔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카사이 센트럴 남쪽에 위치한 디바야·침불루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시골 지역에서도 이동 진료소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위기의 진앙이었던 여러 마을이 모두 파괴되고 지역민들은 수풀 속에 숨어 살게 되면서 사람들의 건강 상태는 큰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