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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현관문도 없어요” – 아브스 현장에서 온 편지

2017.07.12

2017년 7월 11일-아브스 병원에서 온  환자와 스태프 증언

전쟁은 자흐라 후세인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아픈 자녀들을 먹이기 위해 필요한 우유를 찾는 데도 허덕인다. ⓒMSF

자흐라 후세인, 영양실조 어린이 두 명의 엄마

아픈 자녀들을 데리고 왔는데, 여기까지 오는 교통수단을 간신히 찾았습니다. 차를 가진 어떤 분이 감사하게도 우리가 병원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왔어요. 아이들 상태가 지금 별로 좋지 않아요. 우리가 사는 마을은 부하이라(Buhaira)인데, 집에 두고 온 아이 네 명이 더 있어요. 그 곳 삶은 정말 힘듭니다. 아이들이 걱정돼요.

(전쟁 전에는) 지금보다 나았어요.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게는 사람으로 가득했죠. 장을 보러 시장에 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보건 시설도 없고요. 기초 물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우유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요. 며칠씩 우유를 구하러 다닐 때면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제 아이들은 전쟁과 함께 자라났어요. 어서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무서워요. 여기저기 다녀도 안전하다고 느꼈던 예전과 너무 다릅니다. 그래도 내 나라를 떠날 생각은 없어요.
 

알리 무하마드와 그의 가족. 전쟁의 끔찍한 영향을 받았다. ⓒMSF

알리 무하마드, 환자

콜레라가 없는 곳이 없어요. 물이 오염돼서 마시지 않아요. 물탱크가 있지만 정기적으로 물을 공급받지 못합니다. 상황이 이보다 나빠질 수 없어요. 내 가족 하나 책임질 수가 없습니다. 제 형제는 자녀가 여덟인데, 음식을 구하려고 고군분투합니다. 돈이 없어 아무 것도 살 수 없습니다. 우리 옷이나 걸레나 별반 다를 것 없이 다 같아요.

제겐 자녀가 여섯이에요. 상황이 점점 나빠져서 이 아이는 3개월 동안 앓고 있습니다. 여기 병원에 갇혀 있는데도 아이 상태가 좋아지는 데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아이는 빈혈증, 감염, 말라리아에 시달리고 있어요. 집에 두고 온 나머지 가족도 온갖 종류의 병을 앓고 있습니다. 다들 아프고 상태가 좋지 않은데, 거기다 재정 상황도 좋지 않아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다른 보건소를 찾아 나설 수가 없어요.

현관문도 없어요. 문 없는 집뿐인데, 비가 오거나 겨울에 눈이 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 아버지도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으로 데려오긴 했는데도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제 어머니도 돌아가셨고요. 저 또한 다른 가족처럼 몸이 좋지 않습니다.
 

아흐마드 카셈은 아브스 병원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본 뒤, 다시 아브스 병원으로 돌아와 일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MSF

아흐마드 카셈, 국경없는의사회 응급병동 수퍼바이저

아브스 병원은 이 지역의 유일한 공공 병원입니다. 사람들이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 지역민들은 이 곳이 아니면 갈 데가 없습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상태가 좋지 않아요. 비를 피할 집도 없고 발을 보호할 신발도 없습니다. 7명으로 구성된 대가족이 3x3미터짜리 텐트에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다들 제대로 된 집에서 사람답게 살며 생활비도 넉넉했죠. 이젠 집도 돈도 잃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 구성원을 잃기도 했습니다. 공습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두 살배기 아이가 생각납니다. 이웃 가족이 아이를 받아줬어요. 그래도 이 아이는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행운아죠. 이런 이야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여러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지만,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바로 이 병원이 폭격을 당했을 때(2016년 8월)였어요. 응급병동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한 지역이 폭파 당했다고, 새로운 환자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습이 발생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고 그냥 우리를 바닥으로 밀어 내리는 강한 힘을 느꼈습니다. 전 넘어졌어요. 곧바로 제 동료들이 생각났어요. 곧장 응급실로 가보니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마치 대학살 현장과도 같았어요. 그 광경을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병동으로 돌아가 사람들에게 제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제 마음에 큰 흉터를 남겼어요.

공습 전, 지역민들은 병원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곤 했습니다. 다시 이 병원으로 돌아와 응급병동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 날의 공포가 떠올랐어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팀은 조금씩 업무를 재개했지만 물론 처음에는 예전과 같진 않았죠. 사람들은 비행기만 봐도, 누군가가 문을 쾅 닫아도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아직 두려움에 떱니다.

 

아흐마드 하산 아즈만 박사. 영양실조에서 회복된 아이를 보며 기뻐하고 있다. ⓒMSF

아흐마드 하산 아즈만 박사,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영양학과

저는 2016년 12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해오고 있습니다. 이 지역(아브스)에 있는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용직에 의존합니다. 고정 업무나 저축한 돈은 없습니다. 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죠.

현재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생계를 잃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병원으로 옵니다. 상태가 복잡하거나 상황이 안 좋은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병이 많이 진행된 후, 치료 시점이 많이 늦었을 때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실향민들도 많이 오는데요. 일부 환자들, 특히 어린아이 환자의 어머니 같은 보호자를 설득하는 데 문제를 겪습니다. 전체 치료 과정을 마칠 때까지 영양 치료 센터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분들은 며칠만 있다가 떠나겠다고 합니다. 그나마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과 보살핌이 헛되진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아이가 미소 지을 때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