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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국경없는의사회, 생존자들을 위한 마지막 에볼라 프로젝트 종료

2016.10.24

"지금도 염소 냄새를 맡으면 몹시 불안해진다는 것이 많은 생존자들의 말입니다. 염소 냄새를 맡으면 그 즉시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겪었던 공포가 고스란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_ 제이콥 마이케레 | 국경없는의사회 시에라리온 현장 책임자 ⓒJohn Moore/Getty Images

 

에볼라 발병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이후로 2년 반이 지난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를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운영해 온 마지막 프로젝트를 종료한다.

 

2016년 10월 24일

 

서아프리카 전역을 휩쓸었던 에볼라 확산으로 2만8700여 명이 감염되었고, 남성·여성·아동 등 1만1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많은 가정이 에볼라로 갈기갈기 찢어졌고 여러 지역사회가 황폐해졌다. 학교가 문을 닫고 경제는 멈춰 섰으며 보건 체계가 무너지는 바람에 더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에볼라 확산으로 인해 끔찍할 정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국제사회의 지독한 늑장 대응은 이를 더 악화시켰다.

국경없는의사회 운영국장 브리스 드 르 빈뉴(Brice de le Vingne)는 “에볼라 발병으로 초래된 고통은 헤아릴 수 없이 컸습니다.”라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 서아프리카로 파견되었던 모든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현지 출신 직원들이 받은 영향은 더욱 컸습니다. 그들은 하루하루 병의 위협 속에 살았고, 일터에서는 에볼라의 파괴적인 실체를 정면에서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병에 감염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지옥과도 견줄 만한 참혹한 현실을 겪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에볼라를 이기고 생존했지만 아직 이겨내야 할 것들이 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이들은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하지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 정도 규모의 발병은 전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라이베리아 현장 책임자 페트라 베커(Petra Becker)는 “사태가 점점 잦아들면서, 에볼라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상당한 지원이 필요할 거라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라며 “생존자 대다수는 관절통, 신경학적 문제, 안과 질환 등의 신체적 장애를 겪었습니다. 동시에 많은 생존자들과 그들의 친지·간병인들은 너무 가까이에서 죽음을 맞닥뜨린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든지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도 많이 겪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에볼라의 최대 피해가 나타난 3개국에 생존자 전담 진료소들을 마련했다. 첫 번째 진료소는 2015년 1월에 라이베리아 몬로비아에 문을 열고, 2016년 8월에 문을 닫을 때까지 1500여 건의 진료를 제공했다. 기니 코나크리에 마련된 두 번째 진료소는 코나크리 내 코야·포레카리아 지구에서 생존자 330명과 그들의 친척 350여 명을 지원했다. 이와 비슷한 진료소가 시에라리온 프리타운에도 마련됐다. 이 곳에서는 심리적 지원을 위해 개인 및 집단 상담 450여 회를 기획해 에볼라 생존자들과 그 가족 등 총 400여 명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시에라리온 현장 책임자 제이콥 마이케레(Jacob Maikere)는 “시간이 흐르고 치료를 받음에 따라,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신체적·심리적 장애는 점차 줄어들었습니다.”라며 “하지만 지금도 염소 냄새를 맡으면 몹시 불안해진다는 것이 많은 생존자들의 말입니다. 염소 냄새를 맡으면 그 즉시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겪었던 공포가 고스란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2014년 4월 19일 기니 게케두의 에볼라 치료센터. 에볼라를 이기고 에볼라 치료센터를 나서는 생존자와 환송하는 직원들의 모습 ⓒSylvain Cherkaoui/Cosmos

 

차별과 낙인에 맞서

치료를 마치고 살던 곳으로 돌아온 에볼라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은 낙인과도 맞서야 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타 단체들 및 현지 국가의 활동에 발맞추어 피해 지역사회에 팀들을 파견했다. 이로써 보건 메시지를 전하고 현지에서 나타나는 낙인과 차별을 줄이려는 목적에서다. 한 예로, 기니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개인 및 집단 상담을 통해 1만8300명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이콥 마이케레는 “에볼라 발병 때부터 그 이후까지 여러 인식재고 캠페인과 정보 전달 활동들이 있었지만, 낙인은 에볼라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아직도 큰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라며 “직장이나 배우자를 잃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이나 지역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하는 등, 차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모든 일들이 그들의 삶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크나큰 타격을 입은 의료계 종사자들

최대 피해를 본 3개국에서 활동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은 에볼라 발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큰 대가를 치렀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살아남은 이들은 무수한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고, 에볼라가 확산되는 가운데 그들 자신도 지역사회에서 에볼라에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기니 현장 책임자 이브라힘 디알로(Ibrahim Diallo)는 “시에라리온·기니·라이베리아의 의료진들은 자국의 수많은 시민들을 에볼라로부터 구해냈습니다.”라며 “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각 나라 안에서 어마어마한 공포를 만들어내, 많은 의료진은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고 차별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이 아픈 사람들과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에볼라 이후 지원 활동을 넘겨주는 국경없는의사회

9월 후반, 국경없는의사회는 기니·시에라리온에서 생존자들을 위한 의료 및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한편, 라이베리아에서는 연말 전까지 에볼라 이후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안구 질환, 관절 질환 등 생존자들에게 나타나는 문제들은 대부분 치료된 상태다. 이 밖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속적인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자국의 보건 체계 혹은 타 단체의 지원 속에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서아프리카 지원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3개국의 취약한 지역민들이 여전히 필요로 하는 의료사항에 초점을 맞추어 앞으로도 지원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니 코나크리, 논고 지역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시설 밖에 붙은 글. "모두 함께 에볼라에 맞섭시다. 늘 경계심을 유지합시다" ⓒAlbert Masias/MSF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정책 자문 미트 필립스(Mit Philips)는 “이 3개국의 의료 서비스 강화에는 반드시 감염 통제 조치 및 감시 시스템 개선을 포함시켜 잠재적인 감염 환자들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에볼라를 포함해 질병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할 기본적인 비상 계획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라며 “또한 이 나라들은 HIV/결핵 치료와 같이 에볼라 발병 동안 미흡했던 서비스에 대한 보충 계획, 나아가 아직 지원 자체가 적은 예방 차원의 서비스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몬로비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바드네스빌 정크션(Bardnesville Junction) 소아과 병원을 개원했다. 이 병원은 2016년 1월에서 8월 사이에 긴급 진료 3280여 회를 제공했고, 아동 880명이 입원하도록 했다. 입원한 아동들은 주로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병원 신생아 병동에서는 512명의 신생아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기니 수도 코나크리에서 HIV 환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시에라리온 톤콜릴리·코이나두구 지역에서는 산부인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향후 에볼라가 발병하거나 다른 질병 확산의 위협이 있을 때 의료팀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지역에 예비 긴급 물자를 따로 저장해 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