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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이 확산에 맞서는 것은, 눈가리개를 하고 산불을 끄려는 것과 같습니다”

2015.11.11

치명적인 홍역 확산이 콩고민주공화국 남부 카탕가 지역에서 계속 퍼져 나가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 두 달간, 국경없는의사회의 마리온 오스터버거(Marion Osterberger) 박사는 앙코로 병원에서 근무해 왔습니다. 이 곳에서는 심한 경우, 병상 하나에 아이들 다섯 명이 같이 누워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아래는 오스터버거 박사가 전해 온 소식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소생실을 나왔습니다. 환자들과 어머니들, 동료들이 다 보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오래된 건물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저는 그대로 무너져 버렸습니다. 의사로서 유난히 몇몇 환자들에게 더 영향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작던 애니가 제 품 안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애니를 살리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소용없었죠. 애니는 네 살배기 여자 아이였는데, 입원 당시 저를 놀라게 했던 것은 너무 언짢아 보이던 아이의 표정이었습니다. 뿌루퉁한 표정이 얼굴에 내내 남아 있었죠. 애니는 말라리아, 영양실조 등 홍역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을 거의 다 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떤 조치를 취해 봐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애니에게 모든 주의를 다 기울였고, 애니 아버지께서도 밤낮으로 애니 머리맡을 지켜 주셨지만 결국 애니를 살릴 수 없었습니다.

당시 병원은 사람들로 꽉 찬 상태였습니다. 환자가 198명이었는데 병상은 80개밖에 없었죠. 병동마다 버겁고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홍역 집중치료실 상황이 가장 나빴습니다. 병상 하나에 아이들 다섯 명이 같이 누워 있을 정도였죠. 치료실에 있던 팀원들은 숨이 막힐 듯한 열기 속에서 매일 같이 밤낮으로 정신없이 일했습니다.

유럽에서 홍역은 경미한 질병으로 여겨지지만, 아직도 홍역은 전 세계 아동 사망의 주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홍역은 전염성이 매우 높고, 그 효과 또한 심각한데, 특히 말라리아나 영양실조와 같은 다른 질병으로 몸이 약해져 있는 아동들에게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킵니다.

이곳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5세 미만 아동들이 심한 설사, 귀 감염, 폐렴, 안구 질환, 심지어 뇌염과 같은 합병증을 앓는 일이 매우 흔합니다. 현재 우리 환자 중 거의 대부분이 5세 미만 아동인데요, 이러한 합병증들은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홍역은 아직 뚜렷한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의 효과는 줄일 수 있고, 홍역의 합병증이나 홍역 때문에 생기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들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탈수를 피하고, 영양실조를 예방하고, 비타민 A를 제공해 눈의 피해를 막고, 항생제를 처방해 폐렴과 같은 세균성 질환을 예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심각한 상태로 병원에 들어오는 것을 볼 때면 슬프고, 화도 나고,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카탕가 지역은 크기로 치면 스페인 정도 됩니다. 거리도 어마어마하게 떨어진데다 도로 사정도 나빠서 우기에는 완전히 물에 잠기기 때문에, 의료 지원을 꼭 구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열악한 여건이죠.

환자를 집으로 보내는 순간만큼은 정말이지 감동적입니다. 콩고 엄마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면서, 우리를 꼭 껴안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곤 합니다.

그동안 숱한 싸움을 싸워 오면서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냈습니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매일 목격합니다. 이 지역에는 최근 예방접종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아이들이 살고 있거든요.

올해 들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살던 마을에서, 보건소에서, 그리고 병원으로 오는 길에 홍역 때문에 죽었을까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앙코로의 경우, 병원 상황은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병은 나라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이 확산에 맞서고자 시간을 다투어 일하고 있습니다. 마치 눈가리개를 하고 산불을 끄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