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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예멘: 우리의 활동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2015.08.20

예멘 내 무장 단체들 사이의 분쟁이 심해지면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크리스틴 뷔세르(Christine Buesser)는 예멘 남서쪽에 위치한 알-달레(Al-Dhale)로 향했습니다. 현재 이 곳에서는 교전, 폭격, 그리고 심각한 의약품 및 연료 부족 속에서도 병원 운영을 지속하고자 의료진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틴이 현장 소식을 들려 주었습니다.

알-달레 내 카타바 동쪽에 위치한 이 집은 2번의 로켓 공격을 받았다. 로켓 공격은 이 집 전체를 망가트렸지만 다행이도 이 집에 사는 가족들은 공격 하루 전에 이 집을 탈출했다. ⓒJean-Pierre Amigo/MSF카타바 도착

5월, 저는 알-달레 내에 있는 카타바(Qataba)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당일, 후티 군을 겨냥한 공습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머물고 일하던 카타바 내 병원 근처 목표물에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몸 안의 기압이 바뀌는 것도 느꼈습니다. 공습이 일어나는 동안, 병원 복도에는 여성들과 아이들이 떼지어 모여 있었는데, 몇 명은 울고 있었습니다. 다른 환자들은 폭격이 시작되자 가족들 걱정에 병원을 나섰습니다. 병원이 다음 목표가 될까 무서워서 병원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교전과 폭격은 사람들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쟁의 가장 파괴적인 영향은 아마 연료, 생필품, 식수위생 및 의료 등 기본 서비스의 부족일 것입니다. 우리의 활동 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밤낮으로 중상 환자들이 들어와서 우리는 거의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긴급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할 뿐 아니라, 여성들과 아이들이 아플 때 찾아갈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타바에 있는 우리 병원은 소리 지르는 갓난아기들, 우는 아이들, 걱정하는 엄마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어떤 여성들은 진료실 안에 들어와서야 겨우 자신의 두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위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몸에까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몸살을 앓기도 하고, 두통과 메스꺼움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마저 울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양쪽 군이 쏜 카츄샤 로켓의 폭발 소리가 밤새 들리는 통에 저도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로켓 소리는 귀청이 터질 듯 요란했는데, 아마도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주려고 쏘는 모양이었습니다.

교전선 넘어가기

알-달레 내로 가는 차안에서 ⓒMSF

국제 활동가로 구성된 새로운 팀이 카타바 내 병원에 자리를 잡은 이후로, 우리는 계속 바뀌는 교전선을 건너 알-달레에서 우리가 지원하는 병원에 방문할 준비를 갖췄습니다.

완충 지역을 지나가는 내내 저는 바짝 긴장해 있었고, 당장이라도 총알 소리가 들릴까 싶어서 매우 초조했습니다.

도로 위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돌들을 쌓아 만든 노상 장애물을 피하느라 지그재그로 길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알-달레 시에 도착하니, 총격의 위험 속에서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예멘 현지인 직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알-달레 도착

파괴된 알-달레 지역의 모습 ⓒJean-Pierre Amigo/MSF

알-달레 시에 도착하자 뭔가 이상한 장면이 저를 맞았습니다. 멀리서는 총성이 들려 오는데, 시장 상점에서는 과일이며 채소를 팔고 있었고, 사람들은 평소처럼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교전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주변 마을로 대피하곤 했는데, 피신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전 예멘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장 단체들이 시를 점령한 뒤로는 일상이 제 모습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전혀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교전, 수시로 바뀌는 교전선, 수많은 검문소 등으로 인해 알-달레는 북부와 남부가 차단돼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의약품을 포함한 물자들이 통과할 수 없다는 거죠. 의료 시설들과 식수위생 체계도 모두 무너졌습니다. 치안이 불안해 교통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알-달레에 있는 병원에서 응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이 지역의 다른 의료 시설들에도 의약품과 의료 물품을 기증하며, 연료와 깨끗한 물도 공급하고 있습니다. 연료 유입이 막혀 있기 때문에, 우리 팀들은 응급 서비스 지원을 위해 병원 발전기를 계속 가동하려고 날마다 애쓰고 있습니다. 연료 없이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전기 없이는 수술실에 살균기, 산소 발생기, 전등도 준비할 수가 없습니다. 살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외과의사는 오염되었을지도 모르는 수술 도구로 환자에게 수술을 해야만 합니다.

희망을 안겨주는 미소

국경없는의사회가 식수를 지원하고 있는 카타바 지역 방문 중 아이들과 함께 ⓒMSF

제가 예멘에 있는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알-달레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국제 단체였습니다. 예멘 출신 직원과 국제 활동가가 현장에서 함께 일했죠. 전에 어느 분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난 몇 주간 웃을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여기서 선생님을 보니 그래도 이렇게 한번 웃게 되네요. 덕분에 저와 제 예멘 동료들이 희망을 품게 되는 것 같아요.”

물리적인 지원을 넘어, 병원에서 여성 분들과 나눴던 순간순간을 되돌아 보니 존엄성, 희망, 연대와 같은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우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홀로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알-달레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알-달레에 있는 알-나세르(Al-Nasser) 병원에서 구명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4시간 응급실 활동, 수술, 수술 후 치료 등을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알-아자리크 의료 센터(Al-Azarik Health Center)도 지원하면서 응급실, 산전/산후 진료, 가족 계획, 일반 분만, 정기 예방접종, 영양 등을 제공한다.

한편, 카타바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정부가 운영하는 알-살람(Al-Salam) 병원에서 응급실, 관찰실, 실험실, 외래환자 진료, 산전 진료, 영양 등을 지원한다. 또한 카타바 시에서 총 2만5000명의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알-달레 지역의 알-자페아(Al-Jaffea), 알-하빌라인(Al-Habilain)에 위치한 수많은 보건소에 의료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2015년 초 이래로, 알-달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총 2만9399명의 응급실 환자를 받았는데, 그중 1560여 명이 분쟁으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