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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의료 지원이 없다면, 보길라의 아이들은 떨어지는 낙엽 같을 거예요

2015.04.29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4년 4월 26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보길라(Boguila)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무장대원들이 들이닥쳐 물품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3명을 포함한 중아공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후 1년, 보길라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치안 불안과 분쟁으로 다른 의료 지원이 전무한 현지에서 여전히 주민들의 의료적 필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참상이 벌어진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활동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이 아닌 보건소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중아공 현지인으로 구성된 의료 팀이 산부인과 진료, 예방접종, 말라리아∙영양실조∙HIV∙결핵 등에 대한 치료를 포함한 외래환자 진료를 맡고 있다. 다른 의료 지원이 없기 때문에 이곳 주민들의 의료적 필요는 여전히 높다.

보건소를 감독하는 엘리시 탄도(ElyséeTando)는 “이곳에서 자주 나타나는 질병은 말라리아로, 특히 아동들이 취약합니다. 말라리아 양성으로 나타나는 환자의 절반가량이 5세 미만의 아동이죠.”라며 “기도 감염과 기생충 감염도 빈번히 나타나며, 특히 어린 환자들은 설사 질환도 많습니다. 주민들은 추수를 위해 농지에 나가 있거나, 폭력의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숲 속에 들어가 장시간 머물곤 하는데, 그 결과 건강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보건소까지 오는 것조차 두려워할 때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무장 단체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 마을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 환자, 보건소 직원 모두 숲에 들어가 숨는다. 중아공 내의 다른 지역들과 같이, 보길라의 치안 부재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의 이동을 제한해 숨어 있는 주민들에게 접근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결국 국경없는의사회는 외딴 지역에 있는 주민들에게 의료 지원을 하기 위해 다른 해결책을 찾고 있다. 보길라 인근 지역에서는 진료소 4곳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서 의료진들은 말라리아 감염 초기에 있는 환자들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 보길라 보건소에서도 이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증 환자는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한다. 차로 2시간 거리인 파오우아(Paoua)에 있는 이 병원은 현재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의료 시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부터 보길라에서 활동해 왔다.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보길라에서 진행한 진료는 194,157건이며 그중 80% 이상은 말라리아 치료였다.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도운 분만도 453건에 이른다.

보길라 현장에서의 증언

로이스(37세, 2009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한 보조 간호사) ©MSF

“사고가 있던 날은 정말 끔찍했어요. 제 생애 최악의 날이었죠. 집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차들이 보길라에 들어오는 걸 보았고, 뒤이어 총성이 들렸어요. 지금도 주변에서 굉음이 들리면 무서워서 얼른 숨고 싶어져요. 지난 몇 달 사이에도 벌써 여러 번 대피해 본 적이 있어요. 무장대원들이 보길라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았거든요. 동료들과 같이 숲에 들어가 몇 시간 동안 숨었던 적도 있어요. 이런 상황 속에 일을 하기란 굉장히 어려워요.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의료 지원이 꼭 필요하고,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말고는 그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요. 수많은 환자들이 진료소에 와요. 아이들도 많고요. 의료 지원이 없다면, 보길라에 국경없는의사회가 없다면, 우리 아이들은 나무에서 힘없이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같이 될지도 몰라요.”

글라디스(35세, 2006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한 조산사 보조) ©MSF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저는 병원 근처에 있는 집에서 잠시 쉬고 있었어요. 총성이 점점 커지고 격해지더라고요. 정말 무서웠어요. ‘이렇게 내 삶이 끝나는구나.’ 싶었죠. 우리는 45분 정도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어요. 주변이 다시 조용해지고 나서야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볼 수 있었어요. 가는 길에 우리 동료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가서 부상자들을 살펴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살아 남은 3명을 입원환자 병동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어요. 지금도 저는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해요. 의료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요.”

국경없는의사회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7년부터 중아공에서 활동해 왔고, 현재 국제 활동가 300명, 현지 직원 2000명 이상이 활동 중이다. 2013년 12월 이후, 국경없는의사회는 격화되는 무력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 지원을 확대했고, 현재 약 20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차드,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 주변국에 머물고 있는 중아공 난민들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