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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성폭력 피해자의 부서진 마음과 몸을 치유하기 위하여

2015.01.16

임상 심리학자 엘렌 토마는 2014년 4월부터 12월까지 두 차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호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엘렌이 한 일은 수도 방기(Bangui)의 종합병원에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을 연 것이었습니다. 엘렌에게 폭력 속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두 곳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Aurelie Baumel/MSF

저에게 가장 가슴 아픈 환자로 기억되는 사람은 소피였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소피는 말 그대로 산산이 부서진 것 같았어요. 이제 37세인데 50세처럼 보였고, 발은 상처투성이에 말라리아에 걸리고 영양 상태도 심각했어요. 정신적 외상을 입고 혼란에 빠진 소피는 피부 병변 증세가 나타나는 카포시 육종도 앓고 있었죠. 소피가 하는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내가 살아있는 지 죽은 것인지 모르겠어요. 내 인생은 의미가 없어요. 나한테 존엄이란 게 남아 있나요? 내가 아직 인간이긴 하나요?”

그때 소피는 중아공 북서부 보길라에서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를 무장한 남자들이 멈춰 세웠고, 버스 승객 중 남자와 여자를 분류하더니 여자들을 정글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후 2주 동안, 그들은 여자들을 집단 강간하고 약을 먹이고 맨발로 행군을 하도록 시키고 음식은 아주 조금밖에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무장한 남자들 중 일부가 어떤 마을을 공격하러 간 사이에 여자들은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소피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과 납치된 다른 여성들이 도망치기 위해 용기를 낸다거나, 그들이 정글에 고립되거나 혹은 무장 단체에 앙갚음을 당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마을 사람들이 그 여자들을 받아들여서 응급 처치를 하고 보호를 해주었고, 그런 뒤에 여자들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소피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 인생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겨우 집에 돌아간 소피를 본 남편은 그녀를 들이기를 거부하고 아홉 살 난 아들도 보지 못하게 했습니다. 소피의 남자 형제가 라디오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방기 종합병원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어서, 소피에게 거기로 찾아가라고 했죠.

우리는 소피를 조금씩 안심시키고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지역 언어인 송고어로 소피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보통은 입원을 시키지 않지만 소피의 경우에는 많이 아프고 약해져 있었기 때문에 입원을 시켰고, 임상과 의학적 검사를 한 뒤에 안타깝게도 소피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소피에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고, 소피는 자살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치료와 심리 지원을 받고 다른 환자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피는 점차 회복되어 갔습니다. 소피는 마을로 돌아갈 만큼 회복될 때까지 한 달 정도를 우리와 함께 지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기 종합병원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의학적, 심리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Aurelie Baumel/MSF 

국경없는의사회가 2014년 중아공에서 치료한 성폭력 피해자는 485명

하지만 현재 혼돈에 빠진 중아공에서 소피에게 일어난 일은 단지 소피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닙니다. 2014년 7월부터 11월 사이에 우리는 방기 종합병원에서만 해도 성폭력 피해자를 274명이나 치료했습니다. 그중 24명은 미성년자였으며 – 심지어 그중 절반은 8세 이하였고 - 7명은 남성이었습니다.

90세인 할머니도 있었어요. 부상을 입은 그분은 우리가 집으로 가서 병원으로 데리고 와야 했어요. 만 3세의 어린 여자아이도 있었는데 그 아이는 쇼크에 빠져 있었어요. 이런 고통을 목격하는 것을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우리가 이 병원에서 성폭력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을 우리의 지역사회 홍보 활동을 통해 듣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어서 찾아오고, 일부 다른 의료시설에서 이송되어 온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방기 경찰이,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피해를 관리하는 경찰대가 우리에게 피해자들을 보내오고 있어요.

이 나라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방기 종합병원에서 진행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과, 방기 시에 있는 카스토르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2곳뿐입니다. 이들에게 의학적인, 심리학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는 지원과 함께 매우 중요합니다. 언젠가는 치유되어 그 정신적 외상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7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무력 분쟁으로 벌어진 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중아공 내 활동 규모를 2배로 늘렸다.

*환자의 이름은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대체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