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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영양실조로 숨 쉬기조차 힘겨운 아동들

2014.12.24

살아남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조산아, 너무 빨리 모유 수유를 중단하는 어머니, 자라지 않는 아동, 질병과 고통에 취약해진 약한 신체. 파키스탄의 수많은 가정들이 빈번히 겪는 영양실조의 단면입니다. 파키스탄 모든 아기들의 1/4 이상이 저체중으로 태어나며, 특히 발루치스탄 주(州)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 치료식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곳 지역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중증 급성 영양실조 진단을 받은 생후 5개월 아동(3.5kg).  당 수치를 유지할 만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상황이다. ©Sa'adia Khan

방 안 가득 만화와 풍선 장식이 보이고, 인큐베이터 속 파란 침대 위에는 조그만 아기들이 누워 있다. 태어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겨우 1kg을 조금 넘는 아기들이다. 1kg도 안 되는 아기들은 생존 확률이 너무 낮아 입원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소 호흡기와 수액관이 연결된 아기들은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기들은 힘겹게 숨 쉬며 생명을 지키고 있다. 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아기들도 있다.


의사 바르캇 후세인(Barkat Hussein)이 회진에 나섰다. 작은 아기 차스 비비(Chath Bibi)를 두 손에 안고, 목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살핀다. 조산아 차스 비비가 병원에 온 지 벌써 18일이 되었다. 입원 당시에는 1.65kg이었는데, 지금은 1.43kg이다. 험난한 길을 앞두고 있지만, 다행히 차스 비비의 몸은 회복되고 있다. 2011년 파키스탄 전국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 내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35%는 영양실조가 직•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출생 아기의 1/4~1/3이 저체중으로 태어나며, 가임 여성의 절반 이상이 45kg 미만이다. 신드, 발루치스탄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영양실조 아동 비율이 가장 높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가장 더운 지역 중 하나인 데라 무라드 자말리는 이 두 지역 사이에 위치한다.

조산아

바르캇 의사는, “이곳에서 돌볼 수 있는 아기는 최대 13명입니다. 보통 병상이 꽉 차 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환자를 돌려보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이곳 아기들은 대개 병원 밖에서 태어납니다. 집에서 아이를 낳죠. 병원에 오는 아기들은 상태가 심각합니다. 산모가 자궁 수축제인 옥시토신을 복용한 까닭에 태어난 아기가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출산 조산사들, 그리고 사설 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빠른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할 때가 많다. 또한 임신한 여성들도 농사 일을 하기 때문에, 많은 아기들이 예정보다 일찍, 매우 약한 상태로 태어난다. 증상이 심각한 아기들만 비로소 병원에 오게 되는데, 출생 후 한 달이 넘어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

바르캇 의사는, “사람들은 주로 부차적인 문제로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옵니다. 자신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아닌지 다들 잘 모르거든요. 폐렴이 있다, 설사나 구토를 한다 등의 문제만 알 뿐이죠. 아이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나면 사람들은 그제야 아동의 근본적인 문제가 영양실조라는 것을 알게 되죠."라고 말했다.

경과가 좋은 경우, 아동은 병원에서 5-6일 정도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석 달 가까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할 때도 있다. 이곳 시설은 전체 영양실조 관련 활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조그만 아기가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이곳의 영양실조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곳에서 영양실조 치료식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해마다 수백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9600명이 넘는 환자가 이곳을 찾았는데, 환자 모두 5세 미만 아동이었다. 올해 10월까지 총 7639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고, 회복률은 94%에 다다랐다.

악조건

빈곤, 전문 의료 인력 및 보건 체계 부족, 건강 의식과 교육 부족 등 모든 요소들이 영양실조를 초래한다. 또한 발루치스탄 지역은 치안 사고도 잦고, 홍수 피해도 여러 차례 받았다.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곳에서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상황이 악화되곤 한다.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 파괴되고, 생활 조건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난 2010년 대홍수로 수많은 것들이 파괴되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게 되면서 식량 위기가 일어났다.

게다가, 출산 후 너무 이른 시기에 모유 수유를 끊거나 모유 수유를 전혀 하지 않는 어머니들이 있다. 모유 수유보다 비용이 더 드는데도, 분유를 먹이는 것이 더 흔한 관행이다. 여러 자녀를 돌봐야 하는 경우도 많고, 모유 수유를 할 만한 시간이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는 자기 몸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모유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어머니도 있다.

아동의 생애 첫 몇 개월 동안 모유 수유는 매우 중요하다. 질병에 맞설 항체들이 모유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전국 영양조사에 따르면, 발루치스탄 지역 여성 10명 중 거의 4명은 출산 후 1시간 안에 모유 수유를 시작하지 않으며, 아예 모유 수유를 시작하지 않는 여성들도 많다. 한 자녀에게만 적절한 영양을 제공하는 가정도 있는데, 여자 아동보다 남자 아동을 선택할 때가 많다.

매일 이른 아침, 어머니 15명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데라 무라드 자말리 병원의 보건 홍보 교육에 참석한다. 20분간 진행되는 이 교육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은 여러 그림을 보여주면서 음식을 잘 닦아 먹고, 손을 씻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한다. 또한 올바른 이유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그 어떤 것으로도 모유 수유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어머니들에게 특별히 강조한다.

한 줄기 희망

많은 아동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 2013년, 데라 무라드 자말리 및 인근 지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84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 거의 모든 가정들이 자녀 상실의 비극을 경험했거나 그런 이웃을 본 적이 있다. 자녀 5명을 잃은 여성들도 있다.

8개월된 압두라만(Abdurraman)에게는 이런 비극이 없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병원 밖에서는 가족 8명이 압두라만의 퇴원을 기다린다. 압두라만의 할아버지 아메드 라히 다이(Ahmed Lahi Day)도 다른 가족들과 병원 밖에서 담요를 깔고 앉아 있다. 압두라만은 영양실조였는데, 지난 5일 동안 의료진의 치료 속에 기력을 회복했다. 병원 안에서는 압두라만의 어머니만 아들 곁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아메드는 다음날 아침 압두라만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밖에서 밤을 보내려고 한다. 집에 돌아가게 되어 온 가족이 기쁜 마음이다. 하지만 언제 또 다시 병원에 와야 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수치로 본 영양 프로그램

연도

환자 수
(5세 미만 아동)

회복률

사망자 수

2014년 (10월 까지)

7,639

94.1 %

66

2013년

9,603

93 %

84

2012년

8,599

91.5 %

66

2011년

7,545

87.6 %

70

2010년

6,214

65.2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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