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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동부의 아동 영양실조 치료

2014.12.12

국경없는의사회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남서쪽에 위치한 데라 무라드 자말리 및 인근 지역에서 해마다 약 만 명의 영양실조 아동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파키스탄에서도 영양실조가 가장 심각한 곳인데, 환자 가족들과 의료진의 이야기 속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메드 라히 다이(Ahmed Lahi Day)

데라 무라드 자말리 지역병원 밖에서 가족들과 함께 손자의 퇴원을 기다리고 있는 농부(65세)

우리 집안 식구는 다 농부입니다. 단돈 몇 루피라도 벌려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일하죠. 쌀을 거두고, 곡식을 말리고, 모은 곡식에서 종자로 쓸 낟알은 따로 빼놓고요. 사설 병원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아서 몸이 아플 때면 이 병원에 옵니다. 지난 4~5년 동안 아이들이 설사나 구토를 하면서 앓을 때면 여기로 데리고 오곤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선생님들이 제 손자 압두라만(Abdurraman)이 영양실조라고 하시더군요. 이제 8개월된 아이인데, 지난 5일간 병원에 있었어요. 치료를 받고 이제는 다 나아서 곧 퇴원할 거랍니다. 우리는 다 밖에서 기다리고, 아이 엄마만 아이 옆에 있어요. 기다리는 동안 담요를 덮고 밖에서 눈 좀 붙일까 합니다.

존겔 부그티(Jongel Bugti)

데라 알라 야르에서 진행되는 국경없는의사회 외래환자 치료식 배급 프로그램에 조카를 데리고 온 보호자(40세)

제 조카는 한 살인데 겨우 5.5kg밖에 안 나가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에 방문한 건 이번이 4번째랍니다. 전에는 우리 동네 소밧푸르에 있는 진료소에 다녔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여기까지 오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 치료가 좋아서 계속 오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들이 플럼피넛(Plumpy’Nut)이라는 초콜릿 바 비슷한 것을 주시는데, 이걸 먹으면 아이들 상태가 좋아지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여기 온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해요. 저는 생계 유지를 위해 종일 일한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가난해서 여성들도 밭에서 일을 하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모유 수유를 해줄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발루치스탄 사람들의 심각한 문제는 바로 교육 부족이에요. 이곳 상황이 항상 제자리인 이유는 교육 문제라는 큰 걸림돌 때문이에요. 

바르캇 후세인(Barkat Hussain)

데라 무라드 자말리 지역병원에서 근무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 의사

여기 입원하는 환자 90%가 결국 영양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영양실조가 아닌 다른 증상 때문에 병원에 오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의 기본적인 문제가 영양실조라는 것을 알게 돼요. 자신의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아닌지 다들 잘 모르거든요. 폐렴이 있다, 설사나 구토를 한다 등의 문제만 알 뿐이죠. 이곳에서 영양실조는 큰 문제이고,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가난뿐만 아니라 교육 부족도 큰 원인이에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찾아갈 좋은 의료시설들이 없습니다. 어머니들은 모유 수유를 하지만, 교육이 부족한 탓에 금세 아이를 먹이는 패턴을 바꾸곤 해요. 모유 수유를 시작하면서 이와 함께 보충식으로 우유를 먹이거나 다른 것들을 먹이는데, 그러면 아이는 모유 수유에서 벗어나 영양실조를 겪게 됩니다. 대부분 태어나 지 며칠 만에 이런 일이 발생하죠.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모유입니다. 무료인데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아이의 면역 체계도 강화시켜 주거든요.

랄 카후(Lal Kahu)

국경없는의사회 입원환자 치료식 배급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는 4개월 아동의 어머니(20세) 

데라 무라드 자말리에서 집까지는 1시간 거리예요. 우리 식구는 벼논에 가까운 곳에 살면서 논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립 진료소에 가봤는데, 이곳에 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해 주었어요. 두 병원의 치료가 달라요. 항상 누군가 제 아이를 살펴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몰라요. 아이에게 주사도 놔주고 약도 주시거든요. 4일 동안 여기서 치료를 받았더니 좋아지고 있어요.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구토도 하고 설사도 했었어요. 실은 아이가 태어나고 한 달 지나서 모유를 끊었어요. 아이한테 안 좋을 것 같기도 했고, 젖도 거의 안 나왔거든요. 그래서 분유를 주기 시작했어요. 의사 선생님들께서 모유 수유를 계속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앞으로 그렇게 해보려고요.

국경없는의사회의 파키스탄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86년부터 파키스탄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발루치스탄 동부에 위치한 데라 무라드 자말리 지역병원에서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식 배급 프로그램, 5세 미만 아동을 위한 소아과 진료, 신생아 진료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 밖에 데라 알라 야르, 우스타 모함마드 지역에서는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식 배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영양실조 아동 총 7639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