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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서 온 편지 : 휴전이 시작됐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미셸 벡

2014.08.02

현재 가자지구 있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의사 미셸 벡(Michele Beck), 지난 며칠간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처했던 상황을 전해왔습니다.

오늘 아침 72시간 휴전이 시작됐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휴전기간 동안 우리는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칸 유니스(Khan Younis)의 나세르 병원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곳 주민들에게 물품이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지 알아보려고요. 하지만 교전이 재개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휴전이 조금만 더 지속되었더라도 주민들은 한숨을 돌리고 사망자들을 묻어줄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겁니다. 우리도 움직일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불가능했습니다.

라파(Rafah)인근에 살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아예 집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이들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거리에 넘쳐나는 아비규환의 현장 상황을 전했습니다.

폭격이 지속되어 모두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격으로 가자지구 내 국경없는의사회의 역량이 심각하게 지장을 받고 있어요. 우리는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으로 하고 있지만, 교전이 단 며칠간이라도 중단되지 않으면 원조와 치료와 기본 생필품을 주민에게 공급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입니다.

가자시티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알시파(Al-Shifa)병원의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부상자들이 이 병원으로 밀려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폭격의 강도에 따라 숫자도 달라지죠. 사람들은 대개 다발성 손상과 화상, 파편 상을 입고 들어옵니다. 절단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알시파 병원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와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와 외과의 등 현장 활동가 일곱 명이 팔레스타인 현지 직원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보건부에서 나온 팔레스타인인 직원은 전쟁 관련 수술 경험이 있는 이들로서 부상자가 밀려드는 상황을 잘 처리하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병원에 도착하는 부상자 수가 너무 많아 정확한 집계를 내기 어려울 정도일 때도 있습니다. 그중에는 여성들과 아이들도 많습니다. 7월 29일 밤 우리 팀은 27건의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그 중 15건은 12세 미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수술이었어요. 7월 30일에는 밤새도록 총 50건의 수술을 했어요. 같은 수술실에서 여러 건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보건소가 교전으로 폐쇄되는 바람에 병원들이 밀려드는 환자들에게 압도된 상황입니다. 가자시티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술 후 치료 유닛을 운영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곳으로 오기를 두려워합니다. 따라서 하루 20여명의 환자 정도만 돌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7월 28일에서 29일 사이 수백 명의 부상자들이 베이트 라히아(Beit Lahia)에 있는 에드완 카말 나세르(Edwan Kamal Nasser)병원과 칸 유니스에 있는 병원으로 끊임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물품조달에 고군분투하는 이 두 시설에 물품을 기부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