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가자지구: 여기는 안전한 것 같아요 -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 대피중인 팔레스타인 직원의 고백

2014.08.01

쉬파(Shifa) 병원 인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WRA)에서 운영하는 학교들, 이웃 민가들, 또는 친척들 중 폭격으로 실향민 신세가 된 사람의 수가 현재 1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10명 중 1명꼴로 실향민이 된 셈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팔레스타인 현지 직원들의 상황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두 명의 가족들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부지 내로 피난왔습니다. 약 20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로 이 중에는 임산부도 한 명 있고, 갓 태어난 신생아를 데리고 있는 젊은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베이트 라이아(Beit Layiah)에서 온 사람들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병원 뒤편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아이들은 겁에 질려 소극적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래윈(Raewyn)은 “따로 병실 세 개를 마련해주어 최소한의 사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가 장난감도 몇 개 가져왔지만 병원에 환자들이 찾아오는 낮 시간에는 차마 아이들이 밖에서 놀게 내버려두지도 못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밤이면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사무실로 돌아와 팔레스타인 동료들과 식사를 함께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서 지내기로 결정한 이들 중 한 명이 “여기는 안전한 것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가자 북동부 이스라엘군의 탱크 작전으로 위험해진 투파(Tuffah) 지역에 살다가 도망쳐나와야만 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여성 두 명을 포함해 이미 가족 네 명을 잃었습니다. 사촌의 집에 얹혀서 지내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 세 개짜리 집에 40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사람이 전날 자신이 살던 집 근처 건물이 어떻게 폭격을 당해 5명이 목숨을 잃었는지 이야기해줍니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건물에는 모두 10가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네 집에 100여 명이 함께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가자지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니콜라스 팔라루스(Nicolas Palarus)는 “폭격으로 집을 잃고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친척이나 이웃집으로 피신한 사람들을 포함하면 확실히 20만 명은 넘을 것”이라고 추산됩니다.

유엔은 가자지구 쉬파 병원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안전한 곳을 찾아 피난한 사람들만 해도 이미 2천 명은 된다고 전합니다. 슈자이예(Shuja’iyeh) 지역이 폭격을 당한 7월 21일 월요일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때 이래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합류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맨바닥에서 지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매트, 시트, 나뭇가지 등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 또는 지원받은 물품들을 가지고 일종의 피난처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병원 뒤편 공원, 외부 복도 할 것 없이 온 사방에 피난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여성이거나 비닐봉지를 풍선처럼 불어서 뛰어다니면서 노는 아이들입니다.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한 한 남성이 담요에 싸인 아기 옆에 앉아있습니다. 저쪽에는 한 여성이 작은 나무 그늘 아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다. 몇몇 지역 단체들이 식량 배급을 위해 모였고, 자원봉사자들은 낮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새로 도착한 실향민들을 명단에 추가하고 약간의 생필품들을 제공합니다. 쉬파 병원의 직원 한 명은 쓰레기봉지를 들고 임시 피난처 주변을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유엔 기구 추산에 따르면 현재 일종의 실향민 캠프 역할을 하고 있는 유엔 학교들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14만 명이 넘습니다. 교실 하나에 80명이 생활하고 있을 정도로 학교들은 초과수용 상태입니다. 과밀인구에 물 부족 때문에 위생환경이 취약합니다. 이렇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팔레스타인 당국에서는 공립학교, 모스크, 교회들도 실향민들이 머물 수 있도록 개방했고 이 장소들의 좌표를 이스라엘 군에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집을 떠나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쉬파 병원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 간호사는 분쟁 발발 이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베이트 라이아 지역에 살고 있지만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 학교로는 가고 싶지 않아요. 거기는 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저는 그냥 집에 있고 싶어요. 우리 건물에는 지금 54명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떠나면 이스라엘이 우리 건물에 폭격을 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안 떠나고 있으면 폭격을 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7월 24일 목요일, 베이트 하눈(Beit Hanoun) 학교가 폭격을 당한 이후 사람들은 더더욱 이러한 피난처로 가는 걸 꺼려하게 되었습니다. 국제기구가 있는 곳이라 하더라도 딱히 안전보장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과밀인구, 물 부족, 전력 부족, 공중, 지상, 해상을 가릴 것 없이 계속되는 폭격으로 인한 식량 공급 차질 등으로 가자지구 전역에서 보건 상황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토요일, 휴전이 이루어지면서 가자 시의 거리가 갑자기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폐허에서 수습된 시신의 수도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저녁 8시가 되자 창문이 닫히고,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팀도 봉쇄된 땅 가자에서 또 한 번의 라마단의 저녁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