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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 지속되는 분쟁 속에서 증가하는 인도주의 지원 요구 - (2)산모 지원

2013.09.24

아프가니스탄 : 지속되는 분쟁 속에서 증가하는 인도주의 지원 요구 - (1) 카불 외곽의 이동진료소 보고오기

아프가니스탄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보건 지표를 보인다. 홍역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이 주기적으로 되풀이 되고 홍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으로 임산부나 어린 아이들이 살기에 위험한 도시라는 뜻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과 이에 반해 필요는 거의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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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부족민 거주지역과 접해있는 아프가니스탄 코스트(Khost)주에 사는 주키아(Zukia, 21세)*는 셋째 아이를 임신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카불(Kabul)에서 일어난 폭탄 폭발로 남편을 잃었다. 주키아는 셋째를 임신한 채 홀로 두 아이와 남겨졌다. 주키아는 “집에서 출산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우리 마을 여성들은 집에서 아이를 낳고 있는데, 만약에 태반이 나오지 않게 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코스트는 의료 수요가 크고 산모 사망률이 특히 높은 지역이다. 주키아가 사는 이 지역엔 의료 시설이 많지 않다. 집에서 가까운 사설 진료소가 여럿 있지만 주키아는 이곳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 사설 진료소에서 두 아이를 출산했는데, 당시 지불해야 했던 비용은 약 4,000- 5,000 파키스탄루피(한화로 약 40,000~50,000원)였다. 현재 남편의 죽음으로 이 돈을 내기가 힘들어져 사설 진료소를 선택하는 대신 셋째의 출산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여성과 신생아관련 의료 서비스는 무료이다.

코스트 도시 외곽에 이미 공공종합병원이 자리잡고 있지만 거리의 제약과 교통 비용으로 인해 사람들이 찾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게다가 전통을 중시하는 지역 사회 여성들은 의사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한다. 2012년 3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도심에 여성 의료진으로만 구성된 의료 시설을 열었다.

코스트 산부인과 병원에서 활동하는 현장활동가와 현지 직원 모두 여성이다. ©ViVian Lee/ MSF

코스트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분쟁으로 가장 많이 고통을 받은 지역 중 하나로, 주키아와 같은 환자들에게는 의료 시설로 가는 길이 안전하지 않다. 주키아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산부인과 병원은 낮에만 갑니다. 밤에는 너무 위험해서 갈 수가 없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밤새도록 총소리가 들립니다. 안전한 상태에서 양질의 무료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몇 시간, 심지어 며칠이 걸리더라도 이런 진료소에 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장기간의 이동으로 산모와 아기 모두 목숨이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고위험 분만 수술 등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목표는 기존 의료 서비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코스트 지역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56개 병상을 보유한 병원에서 매달 1,000건의 출산을 돕고 있으며 그 중 20%는 고위험 분만이다.

아프가니스탄 내 수준이 높고 공정하며 인도주의적인 의료 서비스가 절실하다. 코스트주와 같이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에서는 사회 불안정으로 인해 인도주의 단체가 제대로 활동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코스트 산부인과 병원 신생아실의 미숙아들 ©Vivian Lee/ MSF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코스트 산부인과 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분쟁의 피해자가 되었다. 2012년 4월 문을 연지 6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병원 건물 내 폭발이 발생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산부인과 진료를 중단해야 했다. 폭발로 인해 7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은 8개월 동안 문을 닫았다. 그 기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상황을 재평가하고 지역 사회와 지역 내 모든 정치, 종교 지도자로부터 지지를 확보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코스트 산부인과 병원이 2012년 12월 29일 다시 문을 연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5,500건 이상의 분만을 성공적으로 지원했다. 주키아도 이곳에서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한 지역 사람들이 국경없는의사회를 포함한 인도주의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급격하게 줄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불 동쪽 아메드 샤 바바 병원과 헬만드주 라쉬칼가 (Lashkargah) 지역에서 부스트(Boost) 병원을 운영 중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쿤두즈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 북부 사람들에게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 수술을 담당하는 외상외과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동부 코스트에서는 산부인과 진료를 하고 있다. 모든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진료과목에 대한 무료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가니스탄 활동은 민간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정부 지원 자금도 받지 않고 있다.

* 환자의 이름은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대체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