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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오지를 찾아가는 수면병 이동진료팀

2013.08.16

아일랜드 출신의 임상병리사 배리 루니(Barrie Rooney)는 영국에서의 강사 생활을 접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오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수면병 이동 진료팀에 합류해 활동했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마을 주민 전체의 수면병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밤에는 흰개미떼를 피해 열대우림을 가로지르는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에서 이미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오지 주민들의 마음가짐이나 회복력은 항상 저를 놀라게 합니다.

중앙아프리카 지역은 방대한 열대우림으로 이루어져 있고, 풀라니(Fulani)족 유목민들이 수백 년 동안 이용해 온 사바나도 광활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숲의 풍요로움과 대지에 의지해 살고 있는 잔데(Zande)족도 있습니다. 토지는 비옥하고, 기후는 온화합니다. 물 부족도, 영양 섭취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면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의 매개체인 체체파리도 이러한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가리지 않는 기생충

수면병이라고 하면 해롭지 않게 들리지만, 천천히 목숨을 앗아가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체체파리는 국경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숲을 이리 저리 가로질러 반군, 군대, 그리고 난민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기생충은 파리와 사람 사이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감염시키고 새로운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제가 합류했을 때 수면병 이동 진료팀은 콩고민주공화국 북동쪽 지역으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 수면병 환자 중 3분의 2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됩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숲 속 마을에 모여 사는데, 이런 곳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해 의료 서비스와 의료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멀고, 접근하기 힘들고, 치안불안에서 오는 어려움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검사 또 검사

이 곳은 4년 전 다수의 수면병 환자들이 발견된 지역이지만 치안불안 때문에 의료팀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부 오래된 병실과 수도원을 숙소로 개조하고 새로 현지 스태프를 채용했습니다. 3주 뒤 물품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수면병 진단검사는 훈련된 인력, 전기 장비와 냉장고가 필요한 복잡한 작업입니다. 지프차로 숲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를 다닐 수 있지만, 우기가 시작되면 늪지와 개울을 지나 다니기 위해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가 어려운 곳에서는 현지인 운전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임상병리사 6명은 발전기와 현미경을 포함한 모든 장비를 싣고 사람들이 있는 대나무 숲 속으로 향했습니다.

새벽의 시작

기생충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주민의 80%까지 검사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7시까지 마을에 도착해야 합니다. 주민들은 병들거나 불구가 되어 가까운 마을로도 이동할 수 없게 된 친척들을 방문해 검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수면병 환자를 발견하면 환자의 나이나 상태에 관계 없이 오토바이를 이용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으로 이송합니다. 만약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대부분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응급실의 밤

우리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가로서, 다른 의학적 응급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응급환자를 우리 거처 가까이 있는 응급실에서 치료했습니다. 이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지난 5월 어느 습한 밤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레미(Jeremy)라는 2살배기 남자아기가 중증 말라리아에 걸려 즉시 수혈이 필요하다며 간호사가 새벽 4시에 저를 깨웠습니다. 헌혈자의 피가 깨끗하고 수혈이 가능한 혈액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실험실 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호원을 대동하고 뱀을 피해 응급실로 갔습니다.

우리는 실험실 문을 열고 발전기를 가동시켰습니다. 다행히도 제레미의 삼촌이 적합한 헌혈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제레미는 가쁜 숨을 내쉬며 어머니 품 안에 안겨 있었습니다. 정맥을 찾는 것은 아이에게나 의료진에게 있어서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침내 정맥을 잡고 나서 저는 경호원과 흰개미로 가득한 안개를 헤치고 기지로 돌아왔습니다. 새벽 6시가 되어 해가 뜨자 우리 임상병리팀은 다른 검사 장소를 찾아 떠날 준비를 했고,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배리 루니와 두 명의 현지 직원이 장날 수면병 검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Charity Kamu/ MSF

담대한 도전

제가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수면병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그 기간 동안 질병의 여파는 줄어들었습니다. 1998년 30만 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한 반면, 지금은 연 5~7만 명 정도로 낮아졌고, 이는 고무적인 결과입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기생충을 완전히 박멸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가 일하는 수면병 이동 진료팀은 이러한 담대한 도전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