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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이주자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심리 치료

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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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떠나 걸프만 연안국으로 가기 위해 예멘으로 이주한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앤젤스 마이럴(Àngels Mairal)이 예멘의 상황을 설명한다.
 
예멘은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에티오피아•지부티•소말리아의 3개국을 포함하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을 떠나 걸프만 연안국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지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에티오피아로부터 온 많은 이주자들이 극도의 가난과 실업을 피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들어가고자 할 때, 예멘 북부 하라드(Haradh)를 통하게 되는데 종종 고문과 정신적 학대를 이용해 돈을 갈취해 내려 하는 밀입국 알선자에게 잡히고 있다.
 
수감소의 이주자들

지난 4월 초부터 예멘 당국은 밀입국 알선자들에 의해 하라드 지역 불법농장에 잡혀 있던 1,620명의 이주자들을 풀어주었다. 이들 중 일부는 몇 달간 억류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여명의 사람들이 하라드 외곽에 있는 수감소로 보내졌으며, 이들은 다시 수도인 사나(Sanaa)에 있는 다른 수감소로 이송이 되었다. 사람들의 수가 많아져 480명 정도의 사람들은 며칠 동안 암란(Amran)에 있는 감옥에 머물러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불법 이주자들을 예멘으로 추방했다. 추방된 이주자들과 귀향을 원하는 이주민들은 수감소에 머무르고 있다.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진 사나의 수감소에는 종종 1,2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머물기도 한다.

예멘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
하라드 지역에는 수백 명의 이주자들이 모여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로 재입국 시도를 하거나 고향으로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모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일부 이주자들, 즉 여성, 어린이, 노인 및 환자들과 같은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 외곽에 두 개의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별 및 그룹 상담을 진행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리 치료를 제공했습니다. 도착 후 몇 주 동안 저는 진료소 일을 지원하고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지원을 하는 다른 단체들의 역량강화를 도왔습니다.
 
이주자들이 견뎌야 하는 상황은 무엇입니까?
예멘 관리들에 의해 풀려난 이주자들은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고 말합니다. 밀입국 알선자들은 이주자들의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으려고 강탈을 일삼고, 대다수가 다른 이주자들의 살해와 같은 심대한 폭력을 목격하거나, 직접 당하는 끔찍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일부입니다. 예멘의 국경을 넘는 이주자들은 많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하는 이주자의 수, 혹은 밀입국 알선자의 덫에 걸리는 사람들의 수는 불분명하기 때문이죠.
 
이주자들이 정신 보건분야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상황을 견디어 왔더라도, 각각 느끼는 학대의 영향, 회복 정도는  개인에 따라서 다릅니다. 트라우마의 지속 기간, 인성, 그리고 회복은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회상, 반복적인 생각, 불면증, 고립, 슬픔 등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통, 심박 급속증, 호흡 곤란 등과 같은 심신증(정신적 원인으로 발생되는 신체질환)의 증상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 집중하거나 지속하기를 어려워합니다.   
 
이런 증상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무 권리가 없어요,” “ 나는 사람이 아니예요” 라고 말합니다. 자존감이 심하게 훼손된 것이지요. 많은 이주자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가장 기본적인 니즈(needs) 조차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언제 에티오피아로 가게 될지, 고향에 돌아간다면 삶이 어떻게 될지, 원래 살던 곳으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은 특히나 더 어렵습니다. 이미 성추행이나 강간을 당하여 트라우마를 견뎌야 하는 여성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 수치심, 사회적 오명 그리고 고향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로부터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정신 장애나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이들을 사나에 있는 정신병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사나의 수감소에 머무는 이주자

이런 증상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는 아무 권리가 없어요,” “ 나는 사람이 아니예요” 라고 말합니다. 자존감이 심하게 훼손된 것이지요. 많은 이주자들은 안전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가장 기본적인 니즈(needs) 조차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언제 에티오피아로 가게 될지, 고향에 돌아간다면 삶이 어떻게 될지, 원래 살던 곳으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성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의 삶은 특히나 더 어렵습니다. 이미 성추행이나 강간을 당하여 트라우마를 견뎌야 하는 여성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 수치심, 사회적 오명 그리고 고향에 돌아갔을 때 가족들로부터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정신 장애나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이들을 사나에 있는 정신병원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자들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그룹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룹이나 공동체는 중요한 회복의 요인입니다. 치료과정은 환경, 몸과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능한 한 최대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치료를 통해 그들에게 자존감을 되찾게 해주고, 신뢰할 만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겁니다. 그들이 충분한 확신을 가지게 되면, 스스로가 견뎌야 했던 경험의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시간, 돈, 건강, 친구, 미래에 대한 희망, 그 이상의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애도하는 과정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그룹 활동의 한 측면은 심리 교육 세션입니다. 이 세션 동안, 우리는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경험에서 수반되는 고통과 증상들에 대해서 말하고, 이러한 증상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감될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분임 토론도 있는데, 사람들은 걱정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세션들 다음에, 우리는 더 작은 그룹들을 구성해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그들의 증상을 더욱 깊이 다룹니다. 개별 세션을 통해서는 각 사람의 상황에 맞추어 상담을 제공합니다. 
 
이주자들은 언제 돌아가게 될지 불확실하므로, 이러한 지원활동은 단기간 동안 이루어 집니다. 많은 경우 한두 번의 세션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도와주려 하고 그들이 잘 버틸 수 있는 힘을 북돋아주려 합니다. 그들이 타인의 판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고통에 대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우리의 심리 지원활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북부의 하자(Hajjah)주에서 2009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알 마즈라크 근처의 병원을 운영하며 현지 주민들과 이주민들에게 기초 보건 서비스 및 전문의 보건 서비스, 수술, 응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하라드 시의 이주자들에게 심리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덴(Aden), 애드-달(Ad-Dhale), 아비안(Abyan), 암란 주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