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난민] MIGRATION/PEOPLE ON THE MOVE

사람이 안전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 및 폭력사태로 인해 안전한 곳을 찾아 피란길에 오르는 이주민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국내 다른 지역으로 피란하는 국내 실향민은 물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이주민도 있다. 많은 난민들이 안전을 찾아 이주하지만 그 과정에서, 혹은 경유지나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고난을 겪기도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주나 경유 과정에서 열악한 임시 환경에서 지내며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의료서비스를 비롯한 필수 지원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와의 국경지대인 이태리 벤티밀리아 지역 경유 캠프에서 이주민들이 대기 중이다. ©Candida Lobes/MSF

유럽 국경지대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 수색구조선 지오배런츠호의 활동에 직간접적 제약이 되는 이태리 정부 관련 법령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리비아 등지를 떠나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횡단해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1차적으로 도착하는 해상 난민 구조 활동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난민선 침몰 사고 시 인명구조와 생존자 의료지원, 관계 기관을 상대로 한 옹호 활동 역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올 6월 그리스 해안 난민선 전복 참사 이후 말라카사에서 생존자 대상 지원을 제공하면서 유럽연합에 유사 사고의 철저한 조사를 위한 책임 규명 메커니즘, 이주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북서부 벤티밀리아에서는 폭력 및 비인간적인 대우, 임의 구금을 동반한 프랑스 경찰의 체계적인 국경지대 '밀어내기'로 인해 고난을 겪는 수백 명 이주민들을 위해 이동진료소를 운영한다. 2023년 2월부터 6월 사이에 해당 지역에서 320명의 환자에게 의료 및 서비스 교육을 제공했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만난 많은 사람이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입국 거부를 통보받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개인정보 기록, 문화 중재자의 부재 또는 불충분한 정보 제공과 같은 절차상 위반 사항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아동, 청소년 및 임산부, 노약자, 중증 환 자와 같은 취약한 사람들도 이러한 관행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피난처를 찾아 이동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라는 국경없는의사회 라틴아메리카 캠페인

라틴아메리카

이 지역 이주민들 역시 출신 국가에서 새로운 국가로 딱 한 번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을 거쳐가며 여러 번 이동하는 과정을 거친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렇듯 여러 번의 이주가 발생하는 이유는 최근까지 베네수엘라, 쿠바, 아이티 출신 난민을 수용하던 나라들을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 전역에서 계속해서 증가하는 물가와 높은 실업률로 인해 이주민들이 새로운 사회로 통합되고 삶을 재건하는 과정에 상당한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페루,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온두라스, 아이티, 과테말라, 파나마,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서 인도적 의료지원을 제공한다. 2022년, 국경없는의사회는 멕시코 내 이주민에게 67,700건의 진료와 8,800건의 정신 건강 상담을 제공했다. 아이티 내 폭력사태가 악화되면서, 2022년 7월에만 300명 이상의 사망자와 2만 명 이상의 실향민이 발생했다.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는 45,500건의 진료를 제공했으며, 5,780명의 물리적 폭력 피해자와 2,600명의 성폭력 생존자들을 치료했다. 다리엔 갭과 같은 분쟁지역에서는 40,353건의 진료를 제공했고, 2,600건의 정신건강 상담을 진행했으며 172명의 성폭력 생존자들을 치료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캠프에서 열악한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는 난민들 ©Victor Caringal/MSF

방글라데시·미얀마

2023년 8월, 로힝야 사람들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전례 없는 대규모 탈출을 감행한 지 6년이 지났다. 이들이 머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캠프라는 콕스바자르 내 의료지원 수요는 여전히 막대한데 이에 대한 지원은 점점 부족해지는 수준이다. 다수의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무국적 상태에 놓인 백만 명 로힝야 사람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국제적 재원은 매년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유엔식 량계획(WFP)은 재원 부족을 이유로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 내 배급 식량 규모를 17%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1인당 식량 배급량이 일인당 일일 필요 열량 최소 기준보다 낮아졌으며, 법적 지위가 없는 탓에 본인이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합법적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이 인도적 지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긴급 상황이 정점을 찍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해당 캠프 내에 이제 더 많은 도로와 화장실 및 식수가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과밀한 임시 거처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며 영구적 건축물 건설은 금지되어 있다. 화재로 수백 개의 임시 거처가 파괴되는 등 예방 가능한 위협이 캠프 거주민들에게 상존한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해당 지역 내 임시 거처는 대나무와 플라스틱 시트로 지어져 강풍, 폭우, 산사태로 손상되거나 파괴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로힝야 난민의 미얀마 귀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시민권 및 소속 땅 귀환 보장이 전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해안 근처 지중해 중부에서 진행된 해상 난민 구조 작업 ©Guglielmo Mangiapane/SOS MEDITERRANEE

국경없는의사회는 로힝야 난민이 필요로 하는 동안 계속해서 지원을 이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역량만으로는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의 높은 의료적 필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원금은 줄어들고 구호단체 80%가 현장을 떠났습니다. 로힝야 난민 위기 대응에 대한 우선순위 재정립과 약속된 지원 이행이 필요합니다.”_클라우디오 밀리에타Claudio Miglietta /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