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희망이 될 새로운 치료법

결핵 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려면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벨라루스는 지난 20년간 결핵 퇴치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냈지만, 결핵 발생률 전 세계 상위 30위권의 고부담 국가다. 벨라루스의 결핵 환자 3명 중 1명은 가장 효과적인 결핵 치료제로도 치료가 어려운 약제내성(Drug-resistant) 변이 감염 환자다. 기존의 표준 치료법은 최장 20개월 동안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주사를 맞아야 할 뿐 아니라 근육통부터 우울증, 영구적인 청력 손실까지 셀 수 없는 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TB-PRACTECAL 임상시험에 최초로 등록한 약제내성 결핵 환자 중 한 명인 볼하(Volha)는 결핵 완치 판정을 받았다. ©MSF/Alexandra Sadokova 

안전하고 효과적인 단기 경구 약물 치료

2017년 처음 시작된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관련 임상시험 ‘TBPRACTECAL’은 6개월간 경구약을 투약하는 경우의 효과 및 안전성 보고를 위해 벨라루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베키스탄 내 7개 지역에서 시행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이다. 기존의 고통스러운 치료 대신 단기 경구 약물 치료를 시작했는데, 2022년 발표된 임상 결과는 전 세계 결핵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베다퀼린(Bedaquilne), 프레토마니드(Pretomanid), 리네졸리드(Linezolid),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약제를 병용하는 새로운 BPaLM 요법이 기존 약제내성 결핵 치료법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된 것이다. 

임상 결과 발표 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약제내성 결핵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기존 치료법 대신 기간이 단축된 BPaLM 요법을 쓸 것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쌍둥이를 낳고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았는데요.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이후 치료를 위해서 국경없는의사회 임상시험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을 감염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 따로 지내야 했지만, 최대한 낙관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했고, 긍정적인 마음과 가족의 응원 덕분에 회복할 수 있었어요. 치료는 순조로웠습니다.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어요. 모든 치료 과정이 환자 중심으로 이뤄진 점이 좋았습니다. 병실 침대 머리맡에 ‘우리는 환자가 아니다. 아프지 않다. 회복 중이다.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문구를 걸어두고 매일 되새겼고, 다른 환자를 만날 때마다 말해줬어요” _ 볼하(Volha) / 벨라루스 출신 임상시험 참가자

볼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결핵 완치 판정을 받고 세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를 위한 혁신

국경없는의사회는 TB-PRACTECAL 임상시험 성료 이후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인 ‘SMARRTT*’에 돌입했다. 리팜피신 내성 결핵 환자에 6개월간 전면 경구약 투약 치료를 실시하는 선도적인 연구다. 벨라루스 호흡기 및 결핵 연구 센터와 협력해 전국에서 SMARRTT 연구 참가자를 모집 중이며 이미 300명이 등록을 마쳤다. 

* six-month all-oral regimens for rifampicin-resistant tuberculosis treatment(SMARRTT): 리팜피신 내성 결핵환자에 6개월간 전면적으로 경구약을 투약하는 치료법

“2년이라는 긴 시간의 치료가 실패로 끝난 후 SMARRTT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지난 2년간 제 삶을 모두 결핵 치료에 쏟아부었는데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치료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치료받는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좀 더 일찍 이 프로그램에 등록했다면 제 삶이 아주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마리아(Maria) / SMARRTT 연구 참여자

SMARRTT 연구에 참여한 마리아가 한달 동안 복용해야하는 약 상자를 보여주고 있다. ©MSF/Alexandra Sadokova

결핵 환자를 향한 편견

벨라루스 등 결핵이 만연한 국가에서는 결핵 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어린 인식이 팽배하다. 수많은 결핵환자가 사회로부터, 심지어는 친지들에게조차 외면받는 경우가 잦다. 결핵 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려면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결핵 증상이 눈에 띄지 않다 보니 사회의 편견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한 벨라루스 문학 작품 때문에 사람들은 결핵에 걸리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수시로 기절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증상을 겪은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저는 요즘도 결핵 환자가 있냐고 놀라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그럴 때마다 아직도 결핵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고 답해주죠.”_ 볼하 / 결핵 완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