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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이라면, 저쪽은 아마 생지옥이었을 겁니다”

2017.10.10

2017년 10월 6일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로힝야족을 겨냥한 폭력의 물결이 일어난 후, 2017년 8월 25일 이후로 50만여 명이 이웃한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새로 유입된 난민 외에도 지난 수년간 수십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한 바 있다. 난민들의 생활 여건은 매우 열악해, 대부분이 안전한 물, 필수 물자, 의료 지원 등을 거의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지역에 위치한 쿠투팔롱 정착지 인근에서 의료 시설 1곳 진료소 1곳을 운영하여 로힝야 난민과 현지 지역민을 대상으로 기초·응급 의료, 입원환자 진료, 진단검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응급 의료 코디네이터 케이트 화이트(Kate White), 의료 활동 매니저 콘스탄틴 행크(Konstantin Hanke) 박사가 각각 현지 상황에 대해 일러 주었다.

 

케이트 화이트 | 응급 의료 코디네이터

 

현재 수십만 명이 머물 곳을 찾아 좁다란 반도에 빽빽이 모여 있습니다. 말하자면 거대한 시골 빈민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빈민가 말이죠.

임시 화장실도 거의 없어서 사람들은 대나무 막대기를 세우고 비닐 시트를 둘러 임시 화장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나온 배설물이 결국 흘러 들어가는 곳은 아래쪽에 있는 냇가입니다. 10미터가량 떨어진 곳인데, 그곳은 다른 사람들이 식수를 떠 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혹독한 날씨로부터 거처를 보호하고자 겉에 천을 덧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틀간 폭우와 열대 폭풍우가 휩쓸고 지나가면 몇몇 거처들과 그나마도 얼마 없는 가재들이 전부 휩쓸려 내려가고 맙니다. 끔찍한 상황이죠. 막대한 파괴 속에 위안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그들의 선택이라면 원래 있던 곳의 상황은 얼마나 끔찍했을지 그저 상상해 볼 따름입니다. 이쪽이 더 나은 선택이라면, 저쪽은 아마 생지옥이었을 겁니다

너무 큰 충격에 의사소통조차 힘들어합니다.”

몇몇 여성 분들에게서 정말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들은 남편을 잃고 무작정 이곳까지 왔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이쪽저쪽으로 차가 지나가는 혼잡한 길을 따라 며칠을 꼬박 걸어온 겁니다. 차에 치여 숨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분들이 식구들과 함께 꾸미려 했던 안락한 미래는 일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 개인에게 있어 비극이 아닐 수 없죠. 그러한 이야기들을 50만 가까이 모아놓고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끔찍한지 이해가 될 겁니다.

현재 우리 병동에 있는 한 아기는 탈수에 영양실조도 심해서 나이를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아기는 국경을 건너는 지점에서 홀로 떨어져 있었는데, 이를 어떤 여성 분이 발견해 데려오셨습니다.  우리가 알기로 이 아기는 가족이 없습니다. 지금은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지만, 앞으로 이 아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동하던 중 폭력사태를 직접 경험한 분들에게서도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폭력 정도가 너무 심해서 사람들에게 복잡한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예 말을 꺼내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탓에 외부 세계와 의사소통조차 어려워하는 거죠. 자신이 부닥친 현실에 대처하려고 자기 자신에게 몰입해 버린 겁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이 젊은이들이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됩니다.”

깨끗한 물을 거의 구하지 못해 사람들은 논, 웅덩이, 그리고 손으로 파서 만든 얕은 우물에서 구한 물을 마시는데, 이 물은 사람의 배설물과 섞여 오염돼 있다. ⓒAntonio Faccilongo

"환자들은 퇴원을 원치 않습니다"

현재 우리 시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병 두 가지는 다양한 수준의 설사 질환과 이에 따른 심각한 탈수증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설사와 탈수증은 식수위생 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편 부상 치료를 요하는 외래환자도 하루 평균 100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폭력사태 속에 부상을 입은 건 아닙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지내다가 상처를 입었는데 위생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상처 부위가 감염되는 거죠.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방글라데시로 탈출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 무리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는데, 그때에도 콕스 바자르(많은 로힝야 난민들이 정착한 지역)는 비슷한 상황에 대처하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규모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의 일부였습니다. 당시에도 우리는 버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우리는 병상 70개 규모의 시설에서 약 115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환자 대부분은 퇴원 소식을 들은 후에도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바깥 환경보다 과밀한 병원이 훨씬 더 나은 생활 환경을 제공해 주니까요. 전문 의료인으로서 취약한 환자들을 바깥으로 보내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그곳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뭘 해야 할지 알지만 이를 위한 수단이 없습니다. 손을 씻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깨끗한 물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적당한 장소에서 용변을 봐야 한다는 건 알지만 변기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 앞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거죠.

새로 도착한 난민들은 인도적 구호 지원에 완전히 의존해 있고, 시장의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다, 도로도 부족해 가장 취약한 지역민들에게 접근하기도 무척 어렵다. ⓒAntonio Faccilongo

"신속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기본 사항을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처해 있습니다. 현지의 다른 모든 단체들과 하나된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변하는 것을 멈출 희망이 없습니다.

현지에는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자 나서는 선의의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트럭에 식량과 옷을 싣고 밀집한 지역에 와서 배급을 하려고 할 때면 사람들이 사방에서 달려옵니다. 군중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서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는데다,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심한 부상을 입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상황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역할이 필요한 거죠.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상황 속에서 적절하게 배급을 진행해야 해야 합니다.

지원 배급률을 높이려면 신속히 행동해야 합니다. 이런 응급 상황에서 비교적 양호한 위생 여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8,000개의 임시 변소가 필요합니다. 50명당 변소 1개 기준으로 계산한 거죠. 우리가 더 늑장을 부릴수록 수인성 질환 창궐의 위험은 높아만 갑니다. 또한 한 캠프에서 1인당 하루 5리터의 물을 쓸 수 있게 하려면 1일 평균 200만 리터의 물을 공급해야 합니다. 영양실조 환자가 대거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식량과 응급 구호물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신속히 움직일 수 있는 숙련된 활동가들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그 수를 다 감당하는 데는 엄청난 물류적 어려움이 따릅니다. 일단 접근할 도로가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어서 옮겨야 하는 거죠. 최대한 많은 짐을 등에 지고 좁은 길과 언덕, 질퍽한 땅을 모두 지나야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무척 힘겨운 길입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치들을 이행할 수는 있습니다. 지난달 이 지역에 정착한 로힝야 난민들은 앞으로도 여러분과 제가 아는 그런 안락함은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머리 위에 튼튼한 지붕을 얹기도 어렵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그들에게 지금보다는 좀 더 양호하고 안전한 것을 마련해 줄 수는 있다는 겁니다.

 

콘스탄틴 행크 박사 |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의료 시설에서 활동하는 의료 활동 매니저

제가 국경없는의사회 방글라데시 현장 활동에 참여한 것은 2017년 1월이었습니다. 그때에도 로힝야 난민들은 2016년 10월에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시작된 폭력사태를 피해 탈출하던 중이었습니다. 진료소는 늘 분주했습니다. 외래환자 병동에는 하루 평균 350명의 환자들이 드나들었고, 매달 200명의 환자들이 입원했습니다. 형편이 여의치 않자 사람들의 건강은 날로 악화됐습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중증 영양실조 환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5세 미만 아동들이 많았죠. 한 번은 격리 텐트에 중증 홍역 환자 20명이 있기도 했습니다. 외상 환자들도 정말 많았고, 아동들이 사고를 당한 경우, 파상풍 환자, 광견병 환자, 그리고 제가 살던 곳에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병을 앓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 2.5kg이 넘는 신생아가 거의 없습니다. 엄마들이 영양실조인 경우가 많아 아기들도 순조로운 출발을 하지 못하는 거죠.

8월 25일, 라카인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또 다시 난민들이 대거 유입될 것에 대비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 첫 번째 부상자가 도착했고, 이미 나빴던 상황은 훨씬 더 나빠졌습니다. 처음에는 젊은 남성 환자들이 많았는데, 이후 며칠 동안 여성과 아동들도 들어왔습니다. 총상·화상을 입은 환자들도 있었고, 외상·중상을 입고 겨우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더 이상 새로운 부상자는 오지 않았고, 중상을 입고 겨우겨우 자기 몸을 이끌고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환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태로 미얀마에서부터 우리 센터까지 어떻게 왔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도착한 사람들의 상태는 끔찍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이 난 집에 갇혀 있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가족을 잃어버린 미동반 아동들을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한 여성 분은 국경 근처 풀밭에서 작은 신생아를 발견해 우리 센터로 데려오기도 했는데, 지금 그 분은 본인 자녀들에 더해 그 아기까지 돌보고 있습니다.

머리에 부상을 입은 어린 소녀를 치료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한 시간이 지나자 그 어머니가 심한 화상을 입고 입원했습니다. 식구들 중 살아남은 사람은 둘뿐이라고 했습니다. 그 어린 소녀는 늘 먹을 것을 가져다가 어머니가 드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는 그 아동을 위해 놀이치료와 상담을 제공하고, 간병인을 제공해 그날그날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어머니의 화상 치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사람에게 보충식을 제공해 전반적인 몸 상태가 나아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지난 5주간 도착한 로힝야 난민은 이제 51만5000명이 넘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작년에 도착한 사람들도 힘겨운 나날을 보내 왔는데,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추가로 들어온 지금, 현지 상황은 재앙에 가깝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인도적 지원 담당 직원이 쿠투팔롱 임시 정착지에 새로 도착한 로힝야 가족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8월 25일 이후로 약 50만7000명의 로힝야 난민이 이 정착지에 추가로 도착했다. ⓒAntonio Faccilongo

국경없는의사회는 1985년에 처음 방글라데시 활동을 시작했다. 난민 유입에 대응해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을 대상으로 한 물, 위생, 의료 지원을 대폭 늘렸다. 그 밖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내 캄란기르차르 슬럼가에서는 정신건강 진료, 임신·출산 진료, 가족계획, 산전 진료,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장 보건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