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벨라루스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에서 결핵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친 첫 번째 환자 유리(Yury) ⓒVictoria Gendina/MSF
2017년 9월 1일, 벨라루스 민스크 - 타는 듯한 햇볕 아래 앉아 있는데도 유리(Yury)는 두꺼운 재킷을 벗지 않는다.
“건조한 데서 감기에라도 걸릴까 봐 겁나요.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일 거예요.”
올해 38세인 유리는 꿈만 같았던 이 순간을 축하하고 있다. 결핵에서 완치한 것이다. 유리는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보건부와 협력하여 운영하는 결핵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치료를 마친 첫 번째 환자다.
유리가 처음 병을 알게 된 것은 2013년이다.
“무엇 때문인지 식욕이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몸에 힘도 없고요. 점점 살이 빠진다면서 주위 사람들이 말하기도 했어요. 그러더니 열이 나는 거예요. 진료소에 갔어요. 그냥 흔한 감기인 줄 알았죠. X-ray를 찍었는데 작은 구멍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병인지 알아요?’ 하고 제게 물어보는데,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라고 대답했어요. ‘지금 환자 분은…’”
유리는 문장을 마치기도 전에 말을 멈췄다. 병명을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운 것이다.
“저는 그렇게 모든 게 끝나 버릴 줄 알았어요. 모두가 절 외면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처 병원에 있는 동안 꽤 오랫동안 이 사실을 숨기고 지냈어요. 가족들에게는 그럴 수 없었어요.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제 상황을 알렸죠. 그래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가족들도 검사를 받을 테니까요.”
유리는 결핵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유형인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에 걸렸다. 기존 의약품은 거의 다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병이다.
“스무 알도 넘는 약을 저한테 줄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어요. 물론 약을 먹으면 정말 아파요. 그렇게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으니까요. 메스껍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그렇죠. 저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어요. 모두가 그랬죠. 아침에 약을 먹고 나면 저녁까지 아무도 만날 수가 없어요. 모두가 병상에 누워 있거든요.”
유리가 차츰 희망을 잃기 시작할 때, 의사들은 유리에게 국경없는의사회의 새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알려 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베다퀼린·델라마니드 등 신약 2종을 활용해 약제내성 결핵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두는 프로그램이었다. 유리는 이야기를 들은 즉시 국경없는의사회 치료를 받겠다고 동의했다.
“의사 선생님들께서 저한테 말씀하시길 이번이 저의 유일한 기회라고 하셨어요. 기존 의약품들은 제게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효과가 정말 바로 나타났어요. 즉시 몸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기분이 더 나아진 것도 없었고, 식욕이 생긴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검사를 해 보고 X-ray도 찍어 본 후 모두가 놀랐죠! 의료진은 ‘정말 어마어마하군요!’라고 말했어요. 깔끔한 검사 결과가 나온 거예요. 모든 것이 명확했어요. 그렇게 되니까 모두가 제게 그랬죠. 절대로 치료를 빼먹지 말라고요. 계속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이에요.”
벨라루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제내성 결핵(MDR-TB)을 비롯해 더 심한 수준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에 걸린 환자들이 더 나은 결과를 얻도록 하기 위해서 보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2년 전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따라가도록 돕는데, 이는 결핵을 완전히 치료해 재발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훈련된 상담가·사회복지사를 통해 정신건강 지원도 하고 있다. 이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심리적·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2년간 치료를 받는다는 건 분명 무척 피곤한 일이에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그 치료가 도움이 되어서 신께 감사 드려요. 이 치료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는 못했을 거예요.”
벨라루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다음의 결핵 치료시설 4곳에서 보건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공립 호흡기·결핵 과학 및 실습 센터(Republican Scientific and Practical Centre of Pulmonology and Tuberculosis, RSPC PT)
- 민스크 내 제1시티 결핵 진료소
- 민스크 내 제2시티 결핵 진료소
- 민스크 지역 내 볼코비치에 위치한 시티 결핵 병원
치료 유지를 돕기 위해 매달 약 70~75명의 환자들에게 심리사회적 지지(상담, 식료품 꾸러미, 교통비 바우처, 사회복지사 지원)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endTB 프로젝트를 통해 공급된 새 결핵 치료제들을 사용해 약 60명의 환자들에게 치료를 제공해 왔다. 전 세계 15개국에서 진행되는 endTB 프로젝트는 덜 해롭고 보다 효과적인 결핵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비영리단체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 PIH), IRD(Interactive Research and Development),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등이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하는 합작 프로젝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