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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AIDS로 죽어간다

2017.07.26

말라위 은산제: 세 아이의 엄마인 크리시(37세)는 AIDS 후기가 되어서야 은산제 지역 병원에 이송되었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크리시는 과거 5년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Luca Sola

2017년 7월 25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곳곳에서 AIDS 관련 질병에 감염되고 사망한다고, 금주 파리에서 열리는 2017년 국제에이즈학회(International AIDS Society, IAS) ‘HIV 과학에 관한 회의’(Conference on HIV Science)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보고했다. 여전히 이 환자들은 전 세계 HIV 대응에서 밀려나 AIDS를 예방하는 치료제 혹은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IAS 2017에서 “기다리는 것은 방안이 아니다: HIV 감염 심화를 예방하고 생존하기”(Waiting isn’t Option: Preventing and Surviving Advanced HIV)라는 제목으로 국경없는의사회가 발표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기니, 케냐, 말라위 등지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오는 HIV 양성인들은 면역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병원을 찾아온다고 한다. 전체 사망률은 30-40%에 달하며, 이러한 사망의 거의 3분의 1은 48시간 내에 일어난다.

질병과 사망의 주원인은 치료 실패, 치료 중단, 늦은 진단으로 인한 치료 지연 등이다. 사용할 치료제가 거의 없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는 병원들에 AIDS로 입원한 환자의 절반 이상은 전에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시작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치료에서 실패가 의심되는 임상적 징후들이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 연구 및 역학 분과 ‘전염성 질환 전문센터’(Epicentre)의 역학자 데이비드 마만(David Maman)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접근성이 대폭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국가에서 HIV 후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수는 조금도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병원에 입원한 사람 중 다수는 이미 진단도 받아 본 적이 있고 수년간 치료도 받았었다는 겁니다. 케냐의 경우, 수년간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사용할 수 있었던 호마 베이(Homa Bay) 지역에서 AIDS로 입원한 환자의 절반가량이 치료 실패 징후를 보입니다. 이에 우리들은 이 환자들을 보다 신속하게 2차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로 치료하고자 추진하고 있습니다.”

말라위 은산제: 심바자코(19세)가 말라위 은산제 지역 병원에서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 촬영을 하고 있다. 심바자코는 "옆구리가 너무 아파요.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약을 먹었지만 생각만큼 몸이 나아지지 않았어요." 국경없는의사회는 AIDS 진단 및 임상 관리를 위해 은산제 지역 병원 의료팀들과 협력하면서 방사선 사진 촬영, 진단검사, 조제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Luca Sola

지역사회 수준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아프리카 남부•동부에 살고 있는 AIDS 환자 중 일부는 아직도 검사와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말라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 살고 있는 HIV 감염인의 약 10%가 AIDS 환자였는데, 이들 중 47%는 검사 혹은 치료를 전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 HIV 자문 질 반 큇셈(Gilles van Cutsem)은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너무 늦게 진단을 받습니다. 치명적인 상태로 병원에 간다거나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죽음을 맞기 전에, 소외된 그들을 조기에 찾아낼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사회의 낙인과 정보 부족도 여전히 심각한데, 이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기도 하고 검사•치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을 포함한 여러 임상 의사들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AIDS를 예방•치료하는 데 있어 사람들의 관심과 방법이 부족하다고 나날이 목소리를 높여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제, 보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AIDS 치료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진전에 대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잠재적인 약제내성 및 치료 실패를 해결할 추가 조치와 함께 이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실행할 것을 요청한다.

AIDS 예방•치료에 시급한 주요 활동으로는 ‘검사 후 시작(test and start)’ 방식의 신속한 도입, ART 시작 단계에서 CD4 수치 기초선 검사, 정기적인 바이러스 수치 검사, 결핵 현장진단, 크립토콕쿠스성 뇌수막염 치료 개선,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를 2차 ART로 신속히 전환, 기회 감염의 신속하고 효과적이며 용이한 치료 실시 등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AIDS 환자들을 위한 예방•치료•기타 지원을 고려한 모델, 병원의 특수 의료를 환자들에게 무상 지원하는 모델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HIV 대응이 계속 정체돼 있어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2018년 이후로 글로벌 펀드(Global Fund),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에 대한 미국 기금 삭감(각각 17%, 11%)이 예상되면서 향후 많은 나라들이 더 많은 기금 제한에 직면하게 할 것이다. 기금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ART 구매력은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인구를 겨냥한 검사, 인식제고를 통한 치료 유지 독려 등 지역사회 수준의 대응 활동이 위험에 빠질 것이다. 동시에 의료진, 연구실, 진단검사에 필요한 필수적인 투자도 줄일 가능성도 크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정책 자문 미트 필립스(Mit Philips)는 이렇게 말했다.

“시기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데 생기는 어려움, ART를 꾸준히 유지하는 데 생기는 어려움에 대해 모든 AIDS 환자들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HIV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와 자금 지원이 하강세를 보임에 따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이 광범위한 싸움이 퇴보할 뿐만 아니라,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병원에 도착하는 AIDS 환자의 희망마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19개국에서 ART를 활용하여 HIV 감염인 23만여 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검사 후 치료, 치료 유지를 위한 지원 강화, 다양화된 지원 모델 사용 등 양질의 지원을 무상으로 실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위치한 병원 4곳에서 AIDS 치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케냐 호마 베이 지역 병원(병상 200개)에서는 의료진을 교육하는 한편 의료 장비 및 의약품을 제공하고 연구실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말라위 은산제 지역 병원(병상 200개)에서는 HIV/AIDS 환자들에 대한 진단 및 임상 관리 개선을 위해 의료진을 교육하는 한편, 연구실과 조제실 활동을 지원하고 물자도 제공한다. 기니 코나크리 돈카 병원(병상 31개)에서는 특수 AIDS 지원처를 운영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는 카빈다 병원(병상 42개)을 운영하고 로이 바우도인 병원을 지원하고 있다. 기니와 민주콩고에 위치한 이 병원들은 환자 이송을 증진하고 교육을 제공해 HIV/AIDS 환자들에 대한 지원의 전반적인 질을 개선하고자 주변 여러 보건소들과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