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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트리폴리에 구금된 이주민•난민에게 의료 지원을 지속하는 국경없는의사회

2017.05.22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리비아 트리폴리에 위치한 아부 살림 구금센터에 구금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Guillaume Binet/Myop

 

2017년 1분기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구금된 난민과 이주민들에게 생명을 살리는 중대한 의료 및 1차 의료를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명목상 ‘DCIM’(Directorate for Combating Illegal Migration)이라는 단체가 관리하는 7곳의 구금센터에서 4천여 회의 진료가 이루어졌다. 매월 약 1300명이 이동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고 환자들은 피부 질환, 설사 질환, 호흡기 감염, 요로 감염 등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이 질환들은 급성 영양실조와 더불어 구금센터 환경이 초래한 직접적인 결과다. 현재 이 구금센터의 생활 여건은 리비아 국가 기준, 역내 기준, 나아가 국제 기준을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성인 영양실조

구금센터 안에서 제공되는 음식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충분치 않을 때가 많다. 2017년 첫 3개월 동안 구금센터 2곳에서 식량 공급이 중단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때문에 구금된 사람들은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내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영양실조에 걸린 성인들을 치료하고 있다. 1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식 프로그램에는 13명의 급성 영양실조 환자가 있었는데 2월에는 19명, 3월에는 20명의 환자가 있었다.

수감자 과밀 현상

각 구금센터에 있는 수감자 수는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한다. 현재 리비아에서는 법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사람들은 임의로 수감되고 있으며, 구금 체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조차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바다에서 리비아 해경에 붙잡히거나, 거리에서 체포되거나, 야간 급습에서 붙잡히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구금센터로 붙잡혀 오는 등 연일 사람들이 들어온다.

작은 공간 안에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다 보니 근골격계 통증이 일어나고, 각종 질병과 옴·수두 등의 감염이 전염되기도 한다. 감염성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경우 또한 열악한 환기의 직접적인 결과다. 수감자 과밀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첫 3개월 내내 사람들이 구금되어 있는 장소들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정신건강 지원

구금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미도 당장은 보이지 않고, 때로는 구금의 이유와 기간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수많은 구금자들이 과도한 각성 상태 속에 고통받는다. 혹시 주변에 잠재적인 위협은 없는지 크게 걱정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놀라기 때문이다. 많은 구금자들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수면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도 나타내고 공황 발작·우울·불안을 겪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구금센터 내에서 심리사회 활동을 운영하고 개인 상담을 실시한다. 이 기간에 우리 팀들은 17명의 환자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폭력으로 인한 상처

국경없는의사회는 눈에 보이는 흉터, 타박상, 열상 등 폭력으로 인한 상처도 치료하고 있다. 1월에 5명이 치료를 받았고, 2월에는 8명, 3월에는 3명이 치료를 받았다.

 

리비아 트리폴리에 위치한 아부 살림 구금센터에 구금된 사람들 ⓒ Guillaume Binet/Myop ​

생명 구조를 위한 환자 이송

의료 긴급상황 발생 시, 국경없는의사회는 트리폴리에 있는 병원들로 환자 이송을 시도한다. 올해 1분기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한 특수 의료가 필요한 환자 53여 명을 이송했다. 환자 이송은 매우 까다로운 일로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이 일을 수행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구금자들을 입원시키지 않으려는 병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식수·화장실 확보

피부 질환 및 이·옴·벼룩 등의 병을 막으려면 안전한 식수, 화장실, 목욕실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방문한 구금센터 대다수에서는 매일 먹고 씻는 데 필요한 최소량의 물을 겨우 확보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질을 개선하고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물 탱크, 배급 파이프, 수도꼭지 등을 몇몇 구금센터에 설치했다. 이 배급 체계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트리폴리에서는 수시로 전력이 끊어지고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달리 말하자면, 물 확보량이 제한적일 때 구금센터들이 물 공급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을 트럭에 싣고 수송하는 것 또한 매우 제한적인 일이다.

모든 구금센터에서 하루 24시간 화장실을 사용하기란 어렵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센터 네 위생 여건을 개선하고, 모든 구금자들에게 개인 위생용품을 비롯해 비누 및 청소도구를 지급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구금자들이 항상 배급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국경없는의사회는 때로 배급품을 압수당하는 것도 목격하고 있다.

의료 활동에 나타나는 제한점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 지원 활동은 매우 군사적인 환경 속에 진행된다. 우리 환자들의 일상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의사들 역시 환자들의 중증도 구분, 진료 환자 선별 등에 있어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할 때도 있다. 진료에 필요한 프라이버시는 보장되지 않는다. 몇몇 구금센터의 경우,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별도의 공간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센터 관계자가 장소를 지정해 주기도 하지만, 다른 구금센터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곳에 사람들이 구금돼 있는 상황에서 의료 활동한다는 것은 국경없는의사회에게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경없는의사회가 구금센터의 여건을 개선하고, 구금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에서 이주민·난민·망명 신청자를 임의로 구금하는 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