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남수단: 폭력과 참담한 생활 여건으로 북동부 2만 명 살던 곳 떠나

2017.05.12

난민들, 그리고 뒤에 남겨진 사람들 모두에게 인도적 의료 지원이 시급하다

남수단: 폭력과 참담한 생활 여건으로 북동부 2만 명 살던 곳 떠나 ⓒ MSF

 

2017년 5월 11일, 남수단 주바

무력 전투와 참담한 생활 여건을 벗어나기 위해, 남수단 북동부 주민 2만여 명이 국경을 넘어 수단으로 들어가 날로 초만원을 이루는 난민캠프에 피신했다. 국경 지점에 도착하는 많은 사람들이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는 등 응급 의료 지원이 절박하게 필요한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2주간, 남수단 북동부의 前 어퍼나일 주의 아부로크(Aburoc)에 위치한 국내 실향민 캠프에 있던 수천 명의 남수단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대거 수단으로 넘어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단에 위치한 코르 와랄(Khor Waral) 난민캠프로 의료진 30명을 보내 보건 당국과 함께 일하도록 했다. 수단으로 넘어간 한 난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떠나는 것은 주로 치안 문제 때문입니다. 그리고 식량과 물도 부족하죠. 수단에서는 그나마 좀 나은 것 같습니다. 지원을 받고 있고, 이제 저는 식구들과도 함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수단 현장 책임자 마커스 바흐만(Marcus Bachmann)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지난주에 250km 도보 여정에 오른 사람들 중 몇몇 사람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수단 국경에 도착하는 사람들 중 다수가 아프고 탈수, 설사, 영양실조에 걸려 몹시 지쳐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부로크에는 약 1만8000명이 남아 있지만 그들도 곧 북부로 이동할지도 모른다. 그들이 도착하면 깨끗한 물, 식량, 거처 등 여러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폭력과 참담한 생활 여건으로 남수단 북동부 2만 명이 살던 곳을 떠났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부로크에서 병원을 운영해 사람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코도크 인근 교전을 피해 떠난 뒤 4월 후순에 아부로크에 도착했다. 환자들은 수인성 설사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 받고 있다. 바흐만 현장 책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아부로크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소지품을 챙겨 와 북쪽으로 향하는 트럭에 타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가 집을 버려 두고 올 수밖에 없었고,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거처를 옮긴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최근까지 아부로크 지역민들은 1인당 하루 1리터의 물에 의존해 살아왔다. 이 양은 생존에 필요한 일일 최저 필요량이라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것(2.5리터)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질 또한 문제다. 사람들과 동물들이 양수 펌프 인근 야외에서 배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부로크 시장으로 식량이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부푼 가격 때문에 이를 구할 여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인도주의 단체들도 이 지역으로 팀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기가 시작돼 인도적 지원 전달이 어려워지기 전에 피난민들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 여전히 깨끗한 물을 구하기란 어렵다. 이 밖에 비닐, 취사·청소 도구 등 위생, 거처, 비식량 구호품 보급도 아직 필요 수준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동하는 이들 곁에 머물며 그들을 도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의 증언

아부로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조직. ⓒ MSF 

 

라자로 피델레 니카요 | 남수단-수단 사이의 메가니스 국경 지점에서 활동하는 의사

사람들이 아부로크를 떠나는 건 더 이상 물을 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메가니스(수단 국경)로 가는 건 대개 그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메가니스에 도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250km나 떨어진 곳인데 가는 길에 물도 없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강에서 가까운 길로 걸어가거나 돈을 내고 메가니스까지 가는 트럭에 오릅니다.

저는 아부로크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고 왔습니다. 지금으로선 부모님과 연락할 길이 없어요. 그동안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수단 북동부의 前 어퍼나일 주의 아부로크(Aburoc)에 위치한 국내 실향민 캠프에 있던 수천 명의 남수단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대거 수단으로 넘어갔다. ⓒ MSF 

 

조세프 오야스 | 남수단 아부로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아부로크는 물 문제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아요. 우리가 그렇게 많은 설사 환자들을 보는 것도 그 이유죠.

지역민들은 여기저기 나무 아래로 모입니다. 다들 떠나길 원하지만, 모두가 수단에 갈 수 있을 만큼 차량이 충분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수단으로 가는 주된 이유는 물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치안 문제도 있습니다. 저마다 물을 구하려고 모이는 시추공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줄 지어 있습니다. 물 때문에 서로 싸우기도 하죠. 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은 북쪽으로 갔지만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여기 남아 사람들을 도와야 하거든요. 여기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일에 몸담지 않았다면 저도 아마 수단으로 갈 겁니다.

 

 

‘만물 가방’을 제공받은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 이 가방에 담긴 물품을 활용해 이동하면서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 MSF

와드 디에르 | 수단 내 코르 와랄 난민캠프에서 일하는 보건 홍보 감독

4월 26일, 우리는 여러 사람과 함께 트럭을 한 대 구해서 그곳을 떠났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물도 없고 식량도 없고, 아이들은 울고 사람들은 설사에 걸렸습니다.

떠날 때 ‘만물 가방’ 여러 개를 챙겼습니다. 필수 의료 물자가 들어 있는 가방인데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가 마련해 준 것이었습니다.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설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함께 메가니스(수단 국경 지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동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의료 지원을 한 덕분이지요. 350명이 트럭 5대에 나눠 타고 저와 함께 들어왔습니다.

저는 캠프 안에 있으려고 합니다. 여기서는 목숨이 안전하다고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캠프의 생활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아요. 지금 저는 친척 1명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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