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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음포코 공항 내 캠프 폐쇄, 의문 남아

2017.01.26

Mpoko airport IDP camp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의 국민들이 처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사실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아공의 위기를 알리게 된 대표적인 사진 한 장을 제외하곤 말이다. 녹슬어 버려진 비행기 기체 주변에 피난민 인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진이다. 이 곳은 중아공의 수도, 방기에 있는 음포코국제공항이다.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발생한 폭력으로 나라가 갈라지는 사이, 약 10만 명의 피난민들이 음포코 캠프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은 비행기 잔해에 몸을 뉘이거나 빈 창고로 모여들었다. 또 눈에 띄는 물건과 조각들을 모아와 지붕을 만들었다.

오늘날 방기로 오는 국제선 항공은 빈 공터 옆에 착륙한다. 당국은 불도저로 캠프를 밀어버렸고 그 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방기 내 거주 지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의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끝난 게 아니다

사실 음포코 공항 폐쇄 소식은 좋은 징조다. 중아공에 안정이 찾아오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중아공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시민들의 기억에조차 이 나라의 ‘안정기’는 아주 잠시 동안만이었다. 따라서 공항 폐쇄 자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공항을 떠난 피난민들에게 돌아갈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각 가족에게는6인 기준 현금 150유로(19만원) 가량의 생활 지원금이 주어졌지만 여전히 안전은 위태롭다. 또한 돌아갈 곳이라고 해봤자 총알에 구멍이 잔뜩 뚫려 흡사 벌집이 되어버리거나 무너져 내린 옛 집뿐이다. 전국적으로는 4명 중 1명이 국외 또는 국내에서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3년 가까이 당국은 캠프 폐쇄를 최우선 과제로 두었다. 2015년 9월경, 방기에 약 1년 동안 싸움이 비교적 잠잠했던 기간이 있었다. 캠프 내 인구도 6000명으로 줄어들어 국경없는의사회 또한 이 곳에서 운영중이던 병원과 보건소를 폐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 규모를 줄이기로 한 날이 되기 며칠 전, 다시 싸움에 불이 붙었다. 수천 명이 그나마 안전한 이 곳 공항으로 달려왔고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다시금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진료 건수는 하루 250건에서 400건으로 급증했다.

따라서 현 사태를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것도 이유는 있겠지만, 음포코 캠프의 역사를 돌아봤을 때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중아공에서 ‘내일은 불확실하다’는 것.

삶과 죽음

애초에 음포코 캠프 건설이 불가피해진 것은 지난 2013년 시작된 잔인한 폭력 사태로, 양 측의 잔혹 행위가 이어지던 시점이다. 음포코 캠프에 첫 가족이 도착한 직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의료진은 캠프에 도착한 환자들 가운데 사지절단 등 참혹한 폭력의 결과를 목격했다.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이 곳으로 피신한 이들 수천 명에게 캠프 내 생활환경은 열악했다. 그러나 전세계 여느 곳과 다름없이 여기서도 삶과 죽음은 나란히 함께했다. 지난 3년 간 이 곳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만 아이 5807명이 탄생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구호활동가들은 중아공 스태프들과 함께 이 곳에서 일했다. 중아공 스태프들 중 일부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폭력의 피해를 입고 캠프로 도망 온 피난민이기도 했다. 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지금까지 약 44만 여 회의 진료와 4만6000여 건의 응급 치료와 1만1000여 건의 입원 치료 등을 실시했다. 환자들을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널빤지와 방수포로 임시 입원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캠프 내 의료 서비스를 통해 캠프 밖에 있는 사람들도 혜택을 받았다. 음포코 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폐쇄 당시 환자의 3분의2 가량은 캠프 밖에서 온 환자들이었다. 주변에 제대로 된 무료 진료·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이 없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까지 오기 위해 수 시간 동안 걸어온 사람도 있었다.

이제 병원이 폐쇄됐기에 이 지역민들은 수도 방기 내의 제한된 의료 서비스에 의존해야만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캠프를 떠난 피난민들을 위해 이들이 돌아온 거주 지역 일부에서 산부인과 병동을 개조하고 있다.

아직도 중아공은 군 물자 이송 이외에는 국제적 우선순위 맨 아래에 놓여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아공의 핵심 의료 활동 단체며, 현재 방기 내 산부인과와 외과 프로그램을 포함, 전국 17곳에 의료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