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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북동부 피난민을 겨냥한 공중폭격 사망자 늘어

2017.01.20

 나이지리아 북동부 란 지역 피난민 캠프의 사고 후 모습 ⓒMSF

나이지리아: 북동부 피난민을 겨냥한 공중폭격 사망자 늘어

2017년 1월 19일

국경없는의사회 최근 집계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북동부 란(Rann) 지역 민간인들을 겨냥한 끔찍한 군사 공격 뒤로 사망자 수가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나이지리아 공군 항공기가 상공을 두 차례 선회하고 란 시내 한가운데에 폭탄 2개를 떨어뜨린 직후 약 90명이 숨졌다. 사실 이 지역은 국내 실향민 수천 명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공격 당시에는 구호품 배급도 진행되고 있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이 현장에서 목격한 것 외에, 주민들과 현지 지도자들은 숨진 사람이 최대 170명에 이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브루노 조쿰(Bruno Jochum)은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격이 일어난 정황은 무엇이었는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생존자 다수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보호 지역이라 여기고 피신해 있었는데, 그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폭격을 맞았습니다.”

란에서 일어난 이번 비극은 보르노 주(州)의 절박한 상황을 너무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현재 보르노 주의 취약민들은 연일 나이지리아 군과 보코 하람 사이에 벌어지는 끊임없는 폭력의 한가운데 갇혀 있다. 이 격렬한 폭력은 지난 수년간 근 3백만 명을 피난길로 내몰았으며, 이들은 여전히 보호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쿰은 이렇게 덧붙였다.

“계속해서 사람들은 무자비한 분쟁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보코 하람과 나이지리아 군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민간인들의 안전을 너무도 자주 외면합니다. 보르노 사람들은 보호와 지원을 보장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 분쟁의 모든 당사자들은 민간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우리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자국민의 보호를 확실히 지켜주길 요청합니다.”

1996년에 처음 나이지리아 활동을 시작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나이지리아에서도 접근이 까다로운 여러 지역에서 활동을 지속하는 극소수 단체 중 하나다.


현장 코디네이터 인터뷰: “란에서 본 것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 알프레드 데이비스(Alfred Davies) ⓒGianpiero Rastelli/MSF

알프레드 데이비스(Alfred Davies)는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이다. 공중폭격 당시, 그리고 이후 몇 시간 사이에 란에 있었던 그가 현장에서 목격한 것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진 것은 낮 12시30분경이었습니다. 적십자사 사무소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죠. 그러더니 항공기가 다시 돌아와서는 5분 뒤에 두 번째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저는 즉시 무전기로 다른 팀원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며칠 전에 세워둔 천막에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부상자 수십 명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겨져 나가 내장이 바닥에 나와 있었습니다. 둘로 갈라진 아이들 시체도 있었습니다.

부상자들로 가득한 천막에서는 몸을 움직일 공간도 거의 없었습니다. 천막 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여기저기 나무 밑에서 바닥깔개를 깔고 누워 있었습니다.

우리 팀에는 의사, 간호사가 한 명씩밖에 없었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심지어 운전기사들까지 일손을 거들었으니까요. 적십자사 직원들과 군 간호사들도 힘을 보탰습니다.

저는 항공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종류의 폭탄이 떨어졌는지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시신에서 은색의 작은 금속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목격한 것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불과 한 시간 사이에 우리는 총 52명의 사망자를 보았습니다.

저는 우리가 매트, 담요 등 필수품을 배급함으로써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공격 당시, 사람들은 구호품을 받으려고 줄을 서 있었기 때문에 시내에 없었고, 덕분에 폭탄 공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 팀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더 많은 부상자들을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의료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는 좌절감입니다. 십수 명이 긴급 의료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우리들 눈 앞에서 죽었습니다. 란에도 병원이 하나 있었는데, 작년에 화재 피해를 입어 지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 란 시는 의료 시설이 없는 채로 지내 왔습니다.

이렇게 치안이 몹시 불안한 지역에 들어오려고 몇 달을 노력한 끝에 드디어 1월 14일,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와서 보니 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기 1주일 전, 영양실조로 21명이 죽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란에서 활동하는 이유는 분명했죠. 사람들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살펴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안전한 물을 충분히 얻고 있는지 등 여러 사항을 살펴볼 계획이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우리는 생후 6개월~15세 아동들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필수품도 배급했습니다.

치안상의 이유로 우리는 오후 6시경 천막을 나서야 했습니다. 우리 환자들을 두고 나오기란 정말 힘들었지만, 적십자사 직원들이 이미 우리의 부담을 덜어주고 현장 임무를 맡아주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머물 시간을 좀 갖게 된 저는 벌써 시신을 매장하기 시작한 묘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새 무덤 30개가 있었습니다. 한 무덤에 엄마와 어린 자녀를 함께 묻은 곳도 있었습니다. 정말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폭탄이 떨어진 곳에도 가 보았습니다. 폭탄 2개는 민가에 떨어졌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그날 아침, 국경없는의사회 배급처에 왔던 한 어머니의 시신이 보였습니다. 그분의 쌍둥이 아이들은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기 때문에 배급처에서 치료식 꾸러미를 받았습니다. 지금 와 보니, 아이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엄마 몸에 연신 몸을 기대며 울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 상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끔찍하고 충격적인 경험 뒤에도 우리가 계속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캠프에 식수위생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국경없는의사회가 고용했던 사기업 소속 직원 3명은 이번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사고는 우리 팀으로서도 너무 감당하기가 힘듭니다. 그간 그분들과 매우 가깝게 일해 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시신을 가족들에게 보내 드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폭격 속에서도 목숨을 지킨 생존자들이 겪은 일들은 너무도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란은 안전한 피난처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군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폭격을 가한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생존자들의 편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