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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프리카공화국: 당분간 집에 돌아갈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

2016.01.28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음포코 캠프의 천막들 거의 빈손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많고, 다들 간이 천막이나 야외에서 잠을 잔다. ⓒLuca Sola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선거 결선이 2월 초로 예정된 가운데, 차분한 현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공동체 간 폭력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당장에라도 격렬한 갈등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등 지역 사람들은 몹시 초조한 상태이다. 치안 상황이 악화돼, 국내 실향민 45만 명 그리고 주변국들로 대피한 이와 비슷한 수의 난민들은 당분간 집에 돌아갈 희망마저도 무너졌다.

수도 방기에서는 3만여 명이 시내 곳곳의 밀집되고 비위생적인 간이 캠프, 교회, 학교 등에 머물고 있다. 이 취약한 사람들이 양질의 무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방기 주변의 캠프 5곳에서 이동 진료소들을 운영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음포코(Mpoko)에서 병원 1곳, 산부인과 진료소 1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PK5 구역의 이슬람 공동체에 있는 중앙 사원에서 주1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루시엔 비론타는 음포코 캠프에 산다.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아픈 딸을 데리고 왔다. “1주일간 캠프 밖에 있는 친척 집에서 잤어요. 캠프 생활은 너무 힘들어요. 위험하고 더럽고, 사방에 파리들이 우글거려요.”라고 말하는 루시엔은 벌써 2년째 음포코 캠프에서 살고 있다. 동네 사람 4명이 살해당한 뒤, 루시엔은 가족과 함께 안전한 곳을 찾아 음포코 캠프로 올 수밖에 없었다.

캠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충격적인 폭력 현장을 목격하고 집을 강탈당한 경험이 있다. 40대 여성 루시엔(Lucienne)은 폭력사태가 일어나 이웃 4명이 살해당했던 2년 전에 집에서 탈출했다. 그 후로 루시엔은 가족들과 함께 음포코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다녔다. “캠프 생활은 너무 힘들어요. 위험하고 지저분하고, 사방에 파리들이 날아다녀요.”라고 말하며, 아픈 딸을 위해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진료 약속을 잡았다.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벤즈비 캠프. 국경없는의사회는 주2회 벤즈비에 찾아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 평균 150명을 진료하는데, 열악한 캠프 여건 때문에 생기는 말라리아, 호흡기 감염, 설사 등을 치료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방기 내에서도 비교적 폭력이 덜 일어났던 곳에 위치한 벤즈비(Benzvi) 캠프에는 약 2000명이 머물고 있다. 거의 빈손으로 탈출한 사람들이 많고, 다들 간이 천막이나 야외에서 잠을 잔다.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얻으려고 작은 밭에다 농작물을 키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주2회 벤즈비에 찾아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 평균 150명을 진료하는데, 열악한 캠프 여건 때문에 발생하는 말라리아, 호흡기 감염, 설사 등을 치료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캠프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협력 단체들과 함께 물을 퍼올려 정화하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방기 시의 수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 곳을 통해 벤즈비 및 다른 캠프에 정화된 물을 공급한다.

벤즈비 캠프에 머물고 있는 나데게(30세)와 아들 프로스퍼, 딸 가브리엘. 2013년 12월 폭력사태 후, 나데게는 살던 곳을 떠나 여기서 살게 되었다. 생계를 위해 나데게는 빵을 구워 거리에서 팔고 있다.

방기 벤즈비 캠프에 있는 에스나(22세). 에스나와 나데게는 한 동네에 살던 오랜 친구다. 무장 단체들이 에스나 집을 공격해 모든 것을 빼앗고 동네 사람 3명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 후, 에스나는 나데게와 함께 도망쳤다. 캠프로 온 이후, 에스나와 나데게의 아이들은 여러 번 말라리아로 앓아 누웠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소에서 치료제를 받을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보려고 가끔 집에 돌아가 상태를 살펴보기도 하지만, 아직은 너무 위험하다.

에스나(Ethna)와 나데게(Nadege)는 PK5 구역 안에 있는 집들이 무력 단체들의 공격을 받은 이후로 벤즈비에서 살았다. 오랜 친구인 두 사람은 부양할 아이들을 둔 싱글맘들이다. 벤즈비에 온 이후로 벌써 여러 번 아이들이 말라리아로 앓아 누웠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이동 진료소에서 무료로 치료제를 받을 수 있었다. 에스나와 나데게는 생계를 위해 빵을 구워 거리에서 팔고 있다. 에스나는 “우리는 그저 하루 한 끼, 아이들과 우리가 먹을 만큼의 음식을 얻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 보조로 활동하는 레임스 팔리(Reims Pali)는 “낮에는 자기가 살던 동네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밤까지 거기 머물러 있기엔 너무 무서워서 다들 캠프로 돌아와 잠을 자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팔리는 지난 2년간 나라 상황이 무법의 혼돈 상태로까지 나빠지는 것을 봐 왔다. 팔리는 “사람들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목격했던 학대, 살인, 강탈에 비하면 그나마 여기가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캠프 생활도 무척 힘들어요. 사람들은 방수 시트로 만든 천막에서 지내고 있는데, 천막 여기저기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요.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자는데, 그러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거죠. 치안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계속 이곳 캠프에 머물러 있어야만 해요.”라고 덧붙였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96년부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 국제 직원 300여 명과 현지인 직원 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방기 활동(국내 실향민 캠프에서 이동 진료소 운영, 제너럴 병원에서 응급 수술 지원, 카스토르 산부인과 센터에서 산부인과 지원 등)에 더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전역 총 15곳에서 지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차드,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 주변국에 머물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난민들에게도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